백두대간 2-48차 구룡령 조침령 구간

2018. 8. 22. 09:34백두대간


일시-2018년 8월20~8월21일 무박 산행

코스-구룡령-구룡령 옛길 정상-갈전약수터 갈림길-갈전곡봉-왕승골 삼거리-연가리골 갈림길-바람불이 삼거리-쇠나드리 고개-조침령

       -조침령 터널

백두대간 21.25km+접속거리 1.2km=22.45km 오룩스 스마트폰상 23km 를 9시간15분걸림



여덟번의 대간길을 건너뛰고 구룡령으로 왔다

상월산을 거쳐 백복령까지 올라왔던 대간을 헝가리행 때문에 일행들과 헤어졌다 돌아왔더니

숙제가 싼더미로 쌓였다

고루포기산을 거쳐 삽당령 대관령 선자령 소황병산 노인봉 진고개 두로봉에서 신배령 약수산을 지나

구룡령까지 여덟 구간이다

거리로는 무려 팔십여킬로가 넘는 거리다

엄청난 산꾼이면 모를까 나는 이박삼일이나 삼박사일로도 감당키 어려운길이다

살다살다 이렇게 뜨겁고 더운날들이 연일 이어지는 여름은 처음 겪는 일이라서

심신이 모두 지쳐있는데다 헝가리 떠나기전 일주일전부터 돌발성 난청이라는 무서운병에 걸려

치료중에 가는통에 두달동안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아기 돌보고 어르는 일보다 식구들 끼니챙기는 일이 더 감당키 어려웠나보다

둘이만 살다 갑자기 변한 환경에 적응하기도 벅찬일인데 같이 살게된 식구들과

즐거웠지만 체력이 뒷받침안된 상태여서 그런것이다

어딜가나 견대낼 힘을 기르는게 최상이고 그 힘을 기르자면 이렇게 대간길을 꾸준히 오르락 내리락

할수밖에는 없다

일행들에게 미리 맞추어놓은 백설기를 나눠주며 반갑게 다시 만났다 

무박산행이라 저녁식사후 기다리는 시간이 유난히 길고 심장도 쿵쾅쿵쾅 걱정만 설레임반이다

밤 열한시가 넘으면 막차가 끊겨 열한시 전에 집을 나섰다

앵재역에서는 밤 열두시 정각에 차가 왔다

남들 자는 오밤중에 차 타고 가는것도 그렇고 깜깜한 새벽 해드랜턴을 의지한채 산길을 걷는것도 그렇고

무박 산행은 생활의 리듬을 깨어버려 전날과 다음날까지 긴장하지 않을수 없다

건강에는 도리어 해로운 산행일것이다

하지만 더운날 땡볕을 머리에 온전히 맞다가 일사병에 노출되어 어질어질한거보다는

여름날에는 무박이 낫다

몇번 안되는 무박이기에 나같이 잠에 예민한 사람도 가능한 일이다

구룡령에 세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구룡령에 올라가는 마지막 버스도 용이 구불구불 하늘로 올라가는거 처럼 올라갔다

멀미가 약간 나려는 조짐이 보였다

구룡령은 아흔아홉구비를 넘어 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구룡령에서

인증삿을 한다고 사진 몇장 찍다 보니 어느새 일행들은 눈에 안보이고

우리 둘과 처음 온 산객하나뿐이다

바람이 세찼다

며칠이면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예보가 있었지만 강원도에 바람이 이렇게 거셀줄은 몰랐다

안그래도 늦장부리다 꼴찌로 가겠는데 그양반 사진을 부탁한다

처음 접하는 사진기인데 화면이 뜨지 않아 몇분을 지체했다

장장 열시간이상 걸어야되는 긴 거리라 몇분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앞서가는 일행들이 안보니고 우리만 남아서 겁이 더럭 났다

처음부터 나무 계단을 오른다

숨고르기를 하지 않고 새벽에 올라서 그런지 초반부터 숨이 차오른다

석달만에 제대로된 산행을 하려니 숨이 차는것은 당연한일이다

칠월달은 방바닥에 누워서 지내고 그나마 간신이 팔월초부터 새벽에

남한산성 입구까지 다녀온것이 도움이 되어 발바닥에 힘이 실어졌다

이십여분을 따라 올라가 대장과 일행들은 만나고 별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 산길에

작은 조명등을 매달은 불빛 행렬이 이어졌다

앞사람을 바짝 따라가야 다치지 않는다

앞사람이 알바하면 나도 알바하고 어두운곳에서는 앞사람이 등불이다

삼십여분을 해발고도 백여미터를 올려 구룡령옛길정상이다

옛구룡령은 56번국도가 개설되기전 홍천과 양양을 연결하던 고개로

강원도 사람들이 한양을 오갈때 주로 이용하던 고개로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를 잇는 상업로이자

과거를 보러 한양갈때 이용하던 과거길이다

골짜기처럼 구불대는 옛길을 지나 갈전곡봉에 다달았다

벌써 들머리에서 4.2km 를 걸었다

여명이 트일락말락 시야는 좋지 않다

갈전곡봉은 오늘의 최고봉으로 해발고도 1204m나 된다

정상석은 보잘거없이 작고 누군가 나무가지에다 알림판을 매달아 놓았다

예전에는 모두 칡밭이 많아서 치밧골봉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하였다

계곡아래 마을이름도 갈전이란다

갈전곡봉은 태백산맥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며 방대천과 계방천 내린천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최고봉을 내려서면서부터 내리막이라고 안심했다가는 오늘의 백두대간길에서

심신이 탈진상태가 될것이다

대간길중 난이도가 하라는걸 곧이 들었다면 그것 또한 탈이날 징조이다

갈천리로 하산할수 있는 왕승골 삼거리를 지나 점점 하산길로 접어든 대간길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여

연가리골 갈림길을 지난다

간식과 아침을 먹는다고 여러번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어디서 불어온 바람인지 바람은 그칠줄을 모르고 땀이 났다가도 금세 달아나

애써 챙겨간 손 선풍기는 쓸모가 없어졌다

바람이 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얼음과 얼음수건은 배낭에서 점점 녹고 어찌나 바람이 불어대는지

가져간 물도 그닥 땅기지 않았다

오렌지 쥬스와 이온음료만 교대로 들이켰다

새벽운동을 했으니 그나마 이정도이지 아님 긴거리산행은 가다가 쓰러질뻔했다

인내심 테스트가 시작된것이다

표지판의 거리가 줄어드는 숫자를 확인하면서 걸어도 좀처럼 줄지가 않는다

주로 당일 산행으로 걷는 십오킬로가 넘어가고 그때부터는

체력의 한계에 도달하니 될수 있으면 거리의 표지판을 쳐다보지 않고 그냥 걸어야 된다

발바닥이 아파오고 내리막에서 발가락이 쥐가 나고

허리와 종아리가 땡겨도 참아내는수밖에 없다

머리가 지끈거리면 진통제 한알로 처방하고 지루한 대간길에서는

심하게 다치지 않는다면은 자신이 의사이고 약사다

많은 생각과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올라온 길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일행과 같이 가지만 혼자서만이 해결할수있는일이기 때문이다

초반길에서는 일행들은 수다가 많다

그러나 점점 수다는 적어지고 나중에는 발소리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수다를 대신하고 사람들은 침묵뿐이다

새벽 세시에 시작한 우리의 여정은 뜨거운 한낮이 되어 끝났다

옛조침령에 이르고 새 조침령 표지석에서 인증을 했다

재작년 아들과 셋이서 땜빵 구간으로 이박삼일 와서 새벽 이슬맞으며

올라왔던 기억이 생생한 조침령 표지석이 그대로이다

환경을 보호해달라는 방송이 끊임없이 나오는것도 여전했다

접속길인 임도를 걸어내려와서 오늘의 대간길을 마친다

아고고 다음날까지 삭신이 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