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8. 09:30ㆍ백두대간
일시-2018년 4월17일 무박 맑음
장소-두타산 청옥산 구간 북진
코스-댓재(810m)-햇대등(960m)-1028봉-통골재-두타산(1353m)-박달령-청옥산(1403.7m)
-연칠성령-고적대(1353.9m)-갈미봉-박달령-이기령-잎새부람-삼화가든 주차장
백두대간 18.8km+접속구간 6km=24.8km를 10시간 걸림
실로 오랜만에 무박산행이다
청명절도 지나가고 벚꽃 나무아래 떨어진 벚꽃잎들이 분분하다
잎보다 먼저 피는꽃이 봄꽃이다
생강나무 개나리 매화꽃 산수유 목련 벚꽃 배꽃 살구꽃
모두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온다
올해는 갑자기 올랐다 내린 기온으로 순번대로 피던꽃이 한꺼번에 왕창 피었다가
봄비가 한바탕 쏟아져서 우수수 하루 이틀만에 꽃잎들이 떨어지고 말았다
봄꽃 구경에도 부지런한 사람이 최고이다
무엇하다 꽃피는 날짜도 못맞추고 말았는지 화사한 벚꽃 구경은 물건너가 버렸다
이제는 연초록 이파리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남들 잘때 한밤중인 자정에 버스타고 가는일은 고단하다
고역이라 생각하면 무박산행은 엄두도 못낼일지만 어쩔수없는 거리에서는
밤차타고 가서 새벽녘에 산에 오르는것이 오히려 여러모로 나은 경우가 많다
한여름에는 밤차 타고 가서 서늘한 새벽 산행이 오히려 숨쉬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칠흙같은 이른 새벽 들머리인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번천리의 댓재에 도착했다
시각은 오전3시가 넘었다
42번 지방도로 위에도 어둠이 내리고 산속의 생물과 산새들도 잠들어 있을 시각이다
댓재의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새벽공기가 다소 쌀쌀했다
고요함을 뚫고 머리에 불 밝힌 일행은 대간길인 숲으로 들어섰다
이십여분에 걸쳐 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리면 햇대등이다
이어 삼각점이 있는 1028봉인 명주목재다
오늘 대간길은 접속거리가 길어 왠만하면 댓재에서 백복령까지 잇는것이 낫지만
당일치기 산행만 하던 나와 일행들은 무리한 구간이라
이기령에서 마치기로 하였다 그래도 접속거리가 6km나 된다
구름낀 하늘로 서서히 여명이 트이고 하늘색은 조화를 부린다
푸르락 푸르락 노르스름하고 붉그락 거리며 움직이는 하늘의 구름이
수채화보다는 유화에 가깝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이동하는일이 엄청난 에너지와 기운이 느껴진다
잠에서 깨어나 새생명이 눈을 뜨는 싱그러운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통골재를 지나고 두타산 정상까지는 6.1km 계속 오르막이다
걷다가 배고프면 먹고 걷다가 배아프면 싸고
무박 산행에서는 수시로 지 몸은 지가 챙기면서 따라다녀야 한다
또 걷다가 잠이 온다고 졸면서 걸었다가는 나무뿌리와 돌뿌리에 넘어지는수가 있으니
졸음만은 막아 걷는동안은 오롯이 깨어있는 시간이다
산길에서 걷는일이 수행이나 다름없어 땅에서의 걱정은 잊어야 온전한 길을 만난다
나도 꼭 딴 생각을 하는날에는 많이 넘어졌다
팥 왕꼬빵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걸었다
1243봉을 지나고 두타산 가는길이 힘들었다
정상을 앞두고는 목책을 두른 가파른 계단을 딛고 오른다
한바탕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윽고 1353m의 두타산 정상이다
두타는 불교용어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삼척의 영적 모산으로 신앙의 대상이며 예로부터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를 지냈다
두타산 정상은 넓다
이곳에서 두타산성과 쉰움산으로 하산할수 있는 코스가 있다
두타산 정상에서 대간길 마루금은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척시와 동해시를 가르는 대간 마루금은
박달령으로 내려왔다 학등을 지나고 다시 청옥산 정상을 향했다
청옥산 정상이다
해발고도 1403m로 오늘의 최고봉이다
좁은 풀속에 멋없이 서있는 작은 대리석 정상석 바로 뒷편에 예전 한문으로 적힌
정상석이 또 있다
청옥산은 고적대와 함께 해동삼봉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여신산으로 남자가 오르면 힘이 나고 여자가 오르면 머리가 아프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다
1.3km떨어진 연칠성령으로 내려왔다
전번 백두대간 걸을때에는 연칠성령에서 하산하여 알바를 죽을만치 하고
체력이 고갈되었던 구간이다
무릉계곡을 거쳐 삼화동의 삼화사로 내려가는 길이 험난하고 길고 사람잡는길임에도
그때는 그길로 하산했었다
가슴은 뻐근하고 가면서 토하고 가면서 똥사고 정신줄이 반쯤이나 달렸을까
후들거리는 다리로 어떻게 그길을 내려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날이다
1244봉의 망군대에서 조망을 감상하고 이제는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암릉 구간인 고적대 가는길이다
체력이 딸릴경우에는 암릉지역을 지나는것이 매우 위험한 길이다
머리와 등으로 뜨뜻한 햇살이 내려왔다
햇볕은 쨍하게 내리쬐어도 기온이 그리 높지 않아 덥지 않았다
어젯밤 집 나오면서 추워 다시 집으로 들어가 차고 왔던 발토시를 내렸다
하루에 십오도가 넘는 일교차로 겨울과 봄인 계절이 사월이다
강원도 동해와 삼척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적대에 다달았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걷는다
왜 걷느냐고 물어도 딱히 정답을 모른다
오늘 걸어내야하는 거리에 다달을수 있으려면 걸어야 한다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잠도 안자고 집나와서 고생을 사서 하는지
오분 쉬는것도 감지덕이다
이어 고적대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는 무릉계곡으로 하산길이 있다
갈미봉에 다달았다
해발고도 1260m의 갈미봉에서 이기령까지는 하산이 대세나 무려 4.9km의 거리다
새벽부터 걸은 거리가 십오킬로가 넘어가고 있다
햇볕드는 숲에서 점점 나무 이파리들이 움트기 직전이다
땅에서는 떨어진 봄꽃들이 많은데 산에서는 봄이 많이 늦었다
진달래 꽃망울이 이제사 몽글거리며 터질듯 부풀어져 있다
1142.8봉을 지나고 자작나무숲길을 지났다
드디어 오늘의 대간길의 끝인 이기령에 다달았다
이기령에서는 동해쪽으로는 이기동으로 하산하는길이 있고
서쪽으로는 부수베리계곡과 괘방산 오르는길이 있다
이기령 고갯길은 대마와 삼베를 소금과 옹기 간고등어로 바꿔 싣고 다니는 우마차 상인들의 길이었다
지금은 대간길 걷는 산객들이나 다니는 고개다
장돌배기 개나리 봇짐장수들이 넘었던 고개라고 적힌 한양길이 팻말과 소원성취를 기리며
쌓아올린 돌탑이 있다
높은 산에서는 피지 않던 진달래가 하나둘 피어 있고
얼레지와 양지꽃도 많이 피어있었다
꽃 사진 담는다고 많이 지체하다 이기령으로 내려서니 앞서간 일행들은 평상과 의자에서 쉬고 있었다
카메라 메고 다니며 산행하는것은 남들보다 체력과 발이 빨라야 하는일이다
백두대간길에서는 빠져나왔지만 숲에서 빠져나온것은 아니라서 앞으로도 6km를
더 걸어내려가야 한다
무인 식당이라는 잎새바람이란 식당까지는 3km 그뒤로도 버스가 기다리는 식당 주차장까지 3km가 남았다
앞발바닥 한가운데가 콕콕 쑤시며 아팠다
평지나 다름없이 내려오던 하산길은 갑자기 가파르게 내려온다
스틱을 잡고 엉금거리며 내려와 잎새바람 앞이다
가까이 보니 잎새바람이 아니라 잎새부람이라고 쓰여있다
산행시간 다섯시간만 넘기면 아파오던 두통은 없는데 발바닥 통증으로
주저앉고 싶을 정도이다
이시각 가장 중요한것이 통증이다
여기서부터도 빨리 걸어도 삼십분이다
이 높은 곳에서 사는 개와 할머니 몇분과 동네 아저씨는 적막해서 어떻게 사는지
오지중에 오지가 아닐수 없다
도로는 가파른 시멘트 도로로 만들어져 있고
하루에 딱 두번 마을버스가 마을 깊숙히 들어온단다
봄은 깊은 산중에도 와 있었다
뭉게뭉게 아지랑이 피는 산중에 산벚꽃이 파란 하늘아래 솜사탕을 뿌려놓은듯하다
예약된 식당 사장님인듯 하얀색 자가용이 기다린다
뜨거운 햇볕보다 무서운것이 발바닥 통증이라 얼른 자가용을 얻어 타고 내려왔다
발빠르게 내려온 일행들은 벌써 식사와 술자리가 거나하다
매꼼하게 양념된 닭전골과 된장찌개를 먹었다
주어진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빠르게 내려온탓에 밥 먹고 귀경을 일찍했어도
서울에는 이미 어둠이 깔린 저녁이다
꼬박 하루를 보내고 나서 서울에 돌아오니 먼길 먼여행에서 돌아온듯 피로가 몰려왔다
다음날까지 피곤한 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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