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33차 태백산 구간

2018. 2. 28. 11:09백두대간

 

일시-2018년 2월26일~27일 무박 맑다 흐리고 바람붐

장소-백두대간 태백산 신선봉 구간 남진

코스-화방재(936m)-사길령-산신각-유일사 쉼터-주목 군락지-천제단-장군봉-태백산 정상석(1565m)

     -부쇠봉-깃대배기봉-차돌배기-신선봉-곰넘이재-고적령-구룡산-도래기재(772m)

     백두대간 25km를 10시간30분 걸림



감동의 물결이 넘쳤던 겨울 축제가 막을 내리고

2월도 마지막날이다

어제밤 자정에 서울을 떠나 일행은 태백으로 가는 버스에서

짧은 안부인사를 나누고 모두 잠결인듯 조용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바뀌 소리뿐 간간히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낮잠을 두시간이나 잔 탓인지 눈을 감아도 정신이 말짱하여

세시간 삼십여분의 이동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한번의 간이 화장실을 들른후 화방재에 도착했다

오늘 들머리는 화방재로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다

해발고도 1567m나 되는 높은 지역의 고개이다

진달래와 철쭉이 많은 고개라서 화방재라 부르고 고갯마루 서쪽마을이 어평이라서

어평재라고도 불리운다

버스에서 내리니 칠흙같은 밤이다

헤드라이트 불을 밝혔다

등산차비를 마치고 0.8km를 완만하게 오르면 사길령이다

사길령 고개는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가장 가깝게 들어오는 곳으로 예전에는

보부상들이 많이 넘나들었다

사길령에는 맹수와 산적들의 출몰이 잦아 무사안전을 기했던 산령각이 있다

지금도 매년 음력4월15일 태백산 신령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다

유일사 쉼터까지 3km는 길게 줄을 지어 오르내렸다

심한 경사는 없는 흙산이기에 다행이다

태백산 전체가 큰 바위없이 부드러운 흙산으로 되어 있다

가는길 여기저기 얼음빙판과 눈은 여전했다

쉼터를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이어 주목 군락지를 지날텐데 길 가운데 한두번의 우뚝한 검은 나무만 보일뿐

한낮에 보았던 신령스런 주목은 보이질 않는다

밤중에 지나갈일이 아니다

북진했더라면 오후에 이길을 지나가면서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라는 주목을 구경했을텐데

고고히 서 있는 주목을 볼수 없다니 많이 아쉽다

그냥 지나친다

바람이 세차다

얼굴이 얼얼하게 춥다

천제단의 돌더미가 어둠속에 히끗거린다

사진기도 얼어붙었나 빛의 조절이 안된다

뿌옇고 흔들려버린 천제단이 술에 취한듯 가물거리고

장군봉 봉우리에 섰다

1567m의 장군봉 봉우리가 검은 밤에 하늘위로 붕떠 보이고

까만 하늘에는 반짝거리는 별들이 초롱초롱 했다

서울에서는 눈을 씻고 보아도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만 반짝일뿐 볼수 없었던 별을

태백의 까만 밤하늘에는 무지하게 반짝거린다

감격이다

그야말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다

밤 하늘의 별들 아래에서는 누구라도 시인이다

세찬 바람을 뚫고 이윽고 태백산 정상석이다

1565m의 태백산 정상석앞에 한꺼번에 인증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캄캄하고 춥고 손과 발이 시려오고 이러다가 동상걸려 죽는것은 몇분이면 족할거 같다

손가락이 차가움이 지나쳐 마비될거 같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켜놓은 상태로는 사진이 안나온다하여

사진 찍을때마다 껐다가 걸을때는 다시 켜야 하는데

머리에 달고간 헤드라이트 끄고 켜는 것도 힘들다

손난로를 하나 장갑사이에 끼워넣고 빠르게 정상석을 벗어나 걸었더니

그제사 손가락 마비가 풀려온다

아직 여기저기서 눈밭에 발이 푹푹 빠진다

될수록 빠른 걸음으로 앞사람 발걸음만 따라 걸어야 한다

지난주에는 일미터 이상 쌓여 힘들게 지났다는 거리이다

부쇠봉 삼거리를 지나 부쇠봉이다

푸르스름한 하늘이 어둠을 몰아내고 서서히 나무와 눈길이 보인다

머리를 어찌나 꽉 조였던지 띵하던 헤드라이트를 벗어버리니 살것 같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밤중 산행은 걷기 운동만 죽어라 하는것이라

할짓이 못된다

노르스름하게 하늘이 변하더니 이내 붉은 일출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인다

역시 잔가지 때문에 사진은 엉망이다

한번 길게 오르막을 올라 깃대배기봉에 오른다

들머리 화방재에서부터 세시간이 넘게 물한모금 안마시고 걸었다

깃대배기 봉우리에는 바람이 거셌다

비닐 천막을 둘러쓰고 아침을 먹는 일행들 틈에 끼어 주먹밥을 먹고

우동 국물을 얻어마셨다

바람에 쓸려 눈이 쌓인 곳은 일미터도 넘게 쌓이고

양지바른 곳은 벌써 흙이 부드럽게 봄을 부르고 있었다

십분쯤 소비하고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1174봉을 지나고 1141m 높이의 차돌배기로 내려섰다

지난 백두대간 구간에서는 이곳에서 대간길을 마치고 석문방향으로 내려갔던 곳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눈밭에 난 발자국만 따라간다면 곧바로 직직하여 알바할수 있는곳이기도 하여

대간길은 방향을 우측으로 틀어야 한다

다시 신선봉까지 오르막이다

신선봉 봉우리에 다달았다

신선봉 해발 고도1285m의 높은 봉우리에는 무덤 하나가 있다

대리석 묘비같은 정상석에는 천하명당 조선십승지라고 적혀있다

아무리 명당이래도 그렇지 시신을 들고 올라왔을 후손들의 성묘는 등산이다

내리막길과 산죽밭을 지나 2km 떨어진 거리의 곰넘이재로 내려선다

오르고 내리고 아주 죽을 맛이다

뒤돌아보아도 앞을 보아도 산마루금이 끝이 없다

곰넘이재는 참새골로 내려가는 탈출로이다

1231봉을 지나고 고적령을 지나 구룡산에 도달했다

구룡산은 태백산과 옥석산 사이의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어가는 산이다

태백산 청옥산 각화산과 함께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가는 곳이다

이산에서 발원하는 하천들은 남북으로 흘러서 낙동강과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20km가까이 걸었더니 발바닥은 욱씬거리고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제 많이 지쳤다

가야할길은 앞으로 5.5km가 남았다

진즉에 점심으로 빵과 꿀물을 마셨어도

더 이상은 체력만으로는 걸을수 없는 거리이다

통증이 제일 큰 화두가 되어 걷는다

진통제 한알을 삼켰다

육체는 정신을 이기지는 못하는것은 무박산행을 할때면 느낀다

정신상태로 무장하면 못걸을 일도 없다

약발이 듣고 있다

서서히 아픔이 둔해져도 발걸음은 더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구룡산 정상석을 내려와 1.56km지났다

임도가 높은 곳까지 연결되어 있고 정자와 쉼터의자가 있었다

우당당 꽝 소리에 놀라 뛰어가니 하얀 트럭하나가 데굴데굴 굴러 산아래로 떨어졌다

119 에 전화를 걸어도 통화불가 지역이라 뜨고 대간마루금으로 올라서

일행중 한명이 가까스로 응급구조를 요청했다

어쩌다 이 높은 곳까지 트럭을 끌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삼십여분끝에 신고한후

3.98km나 남은 도래기재를 향해 걸어갔다

트럭에 타고 있던 사람 목숨이 궁금했다

하나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또다시 봉우리가 나오고 이제 끝이겠지 하면 또 다시 봉우리를 넘고

세어보지 않았지만 열번도 더 넘은거 같다

낮으막한 봉우리를 넘고 넘어 임도를 지나쳐 다시 또 걸어 드디어 도래기재를 알리는

선답자들의 띠지가 나풀거린다

얼마나 반갑던지 질긴 하루종일 걷기가 끝났다

무려 열시간 삼십분이나 걸었다

그동안에 응급구조차가 도착했고 사고차 안에 두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천만 다행이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을 한밤중에 지나쳐서 아쉬었던 구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