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35차 푯대봉 석희봉구간

2018. 3. 21. 10:50백두대간

 

일시-2018년 3월20일 화요일 흐리고 싸락눈

장소-푯대봉 석희봉구간 북진

코스-피재(920m)-노루메기-새목이-건의령-푯대봉 삼거리-푯대봉(1009.2m)-푯대봉 삼거리-석희봉

     -1055봉-구부시령(960m)-하사미동

    백두대간 13.2km+접속구간 2.5km=15.7km를 6시간 걸림


눈속에서 두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힘들게 백두대간 산행을 마치고

하룻밤을 자고 나니 잿빛 하늘에서 눈발이 날린다

쌓인 피로로 운씬하기도 싫은 하루가 또 지나고

아침부터 바람을 몰고온 봄 햇살이 따습게 내리고 있다

요즘은 날씨를 가늠 하기 어렵다

지난주부터 훌쩍 오른 기온에 봄인가 싶어 두꺼운 겨울옷을 세탁했더니

하루만에 다시 겨울이다

유채꽃이 활짝핀 제주소식을 접하다가 설경으로 뒤덮힌 제주풍경이 올라오고

남녘의 산수유와 홍매화 위에 내려앉은 눈 풍경이 테레비로 방송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이차 피해를 호소하여 누구말이 진실인가

헷갈리는 미투운동도 시들해지고 이제는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캐는데 열을 올리는

뉴스가 연일 시끄러운데 날씨마저 이랬다 저랬다 간사하기짝이 없다


화요일 새벽 겨울 차비를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섰다

보름전 여고동창 모임으로 도래지재에서 선달산거쳐 늦은목이 구간을 빼먹었다

나중에 땜빵이라는 숙제를 남겨놓고 대간버스는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많이 막혀 예정시간보다 삼십여분이나 늦은 시각에 들머리인 피재에 도착했다

해발고도 920m나 되는 높은 피재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세곳으로 나눠서 흘러내린다는

삼수령이다

삼수령의 북서쪽인 왼쪽에서 내린 빗방울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흐르는 장죽천과 만나

정선을 지나는 골지천에 모여 한강에서 서해로 흘러간다

오른쪽에서 내리면 태백과 삼척의 경계인 백병산 계곡으로 흘러 동해로 흘러가고

남쪽에서 내리면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에서 태백시를 지나는 황지천에 모여 낙동강으로 흐른다

실질적으로 물이 갈라지는곳은 낙동정맥이 시작되는 매봉산이다

피재 고개에도 날씨는 지랄같고 나뭇가지와 마른 잡풀들은 흰옷을 입었다

어느새 난 겨울산으로 들어가고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은 잊었다

그리고 북으로 진격이다

피재에서 일차 휴식처인 건의령까지는 6.5km이다

노루메기를 지나서 산능선으로 오른다

961봉을 지나고 대간길은 해발고도 구백여미터를 오르내린다

건의령가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사이로 우측 산이 벌거숭이가 되어

하얀눈밭이 되었다

작년 5월6일 삼척에서부터 시작된 화마는 삼일내내 산을 불태우고

벌목과 화재 진압으로 흉터를 남긴곳이다

오르내리는 산마루금이 적나라하게 조망되었다

자연의 힘으로 서서히 치유되겠지만 한순간의 작은 불씨가 엄청난 재난을 불러일으키는짓은

아예 하질 말아야 하는데도 나중에 합류한 일행중에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있다

자기 컨트롤도 못하는 사람이 자연앞에 겸손할수 있는지 동행하고 있다는것도 화가 난다

어느새 건의령이다

벌써 시각은 오후 1시다

추워서 오래 앉아 있을수도 없고 길어도 십분이 안넘는 시간안에 점심을 해결해야한다

입에 침이 고이라고 오렌지 쥬스 한모금과 주먹밥을 먹어 치운다

어차피 백두대간길에서는 빨치산 훈련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해야 그나마

주어진 시간안에 하루거리를 완주할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을 올라서 이어 푯대봉 삼거리가 나온다

푯대봉(1009.2m)은 왕복 거리 0.1km로 금방이다

일제강점기때 토지를 측량하기 위해 삼각기점을 잡은 푯대를 세웠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정기가 흐를만한 산정상에는 쇠막대를 꼿아놓고 삼천리 방방곡곡 토지를 측량하여

어떻게든 지 나라 만들라고 했을터이니 이곳도 해당되나 보다

푯대봉 정상석을 뒤로하고 푯대봉 삼거리로 내려와 대간길은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어

내려간다

다시 오르막이다

해발고도 1055m 오늘의 최고봉인 석희봉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삼월 봄바람에 손이 시럽고 얼굴이 동상 걸리게 생겼다

겨울차비를 단단히 하는 겨울보다 오히려 봄 가을 환절기에 산에서 얼어 죽는다는말이

사실이다

춥다

움직이지 않으면 얼어죽는다

하필 이런 추운날에는 더 오줌이 마렸다

허기사 아침에 휴계소에서 들르고 참았으니 더는 못참는다

오렌지쥬스와 박카스를 마셔서 그런지 하얀색 눈위에 둥그런 요강단지가 아주 샛노랗다

고무줄 바지를 입었더니 바지 내리고 추수리는것이 한결 쉬웠다

감각이 멍멍한 엉덩이를 덮고 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951봉을 지났다

천미터 고지를 넘어가자 싸락눈이 날린다

1116봉을 지나고 997봉으로 내려섰다 다시 오르고 내린다

대간중에서도 쉬운구간이라고 하는데 오르고 내리고 다시 오르고 내리고

죽을맛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그만그만한 낮은 능선길이겠지만

땅에서 바라보면 봉우리가 끝날줄 모르게 이어지는 빨래판이다

추위와 인내를 견뎌야 한다

길고긴 삶을 한줄로 그어본다면 한나절 고통쯤은 작은점으로도 표기하기 힘든 순간이지만

지금은 가장 크게 와 닿는다

오른쪽 무릎 뒤가 또 말썽이다

언제부터인가 다섯시간 정도가 지나면 나타나다 하산하면 말짱 없어지는 통증이다

무릎 보호대를 꺼내 오르쪽을 감쌌다

오늘의 날머리인 구부시령이 가까이에 있다

드디어 대간꾼들과 이 지역을 지나는 산객들이 쌓아놓은 돌무더기가 있는

구부시령 고개에 다달았다

버스가 기다리는 하사미동까지 접속거리는 2.5km금방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은 썰매타듯 내려선다

예수원으로 내려왔다

예수원은 성공회 신부인 고 대덕천 신부와 그의 가족 신자들이 1965년에 설립한 공동체이다

노동과 기도생활을 하는 자립단체인 예수원에서는 현재 수련원과 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동해와 서해 남해로 흘러가는 명당중에 명당에 자리잡은 예수원이

뿌연 눈속에서 괴기스럽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