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0. 10:02ㆍTMB
일시-2019년 5월26일 맑음 햇볕 쨍쨍
코스-샤모니-1.5km-샤모니 케이블카(Chamonix,1034m)-쁠랑프라(Planpraz,1999m)-1.7km-브레방 고개(Cold du Brevent,2368m)-
1.3km-브레방(Brevent,2525m)-2.5km-벨레샤 산장(Refuge du Bellachat,2136m)-3.5km-동물공원(Merlet,1580m)-
1.5km-레우쉬 기차역(980m)-Les Houches(1007m)-1.5km-Le Saint Hotel
TMB12km+접속거리 3km=15km를 9시간 30분 걸림
알프스 산길에서 열하루를 보내고 사천오백여장의 사진을 담았다
머리에서 맴돌던 생각들이 모여 여행길에 올랐다
이년전 샤모니에서 이틀을 보내며 몽블랑 하얀산을 바라보고 언젠가 다시 볼 날을 기대했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이년전보다 흰산은 검은 바위절벽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거기 그대로 있었다
유럽 지붕인 알프스산의 최고봉인 해발 고도 4807m의 몽블랑은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다녀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의 최고봉인 해발고도 2744m의 백두산의 이름과도 같은 뜻인 하얀머리의 산인 몽블랑은
우리에게는 만년필의 이름으로 또는 패션 브랜드로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몽블랑을 중심으로 알프스의 여러봉우리들을 타원형으로 한바뀌 도는 TMB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세나라를 경위하는 소위 산길 걷기를 말한다
몽블랑 관문은 프랑스 작은 마을 샤모니이다
주로 프랑스 남동쪽 샤모니 인근의 레우수에서 시작해서 시계반대방향인 레으수로 원전회귀하는
보통 170km순환길을 말하고 시계방향으로도 돈다
팔박 구일간 헝가리사는 딸과 사위 손자와 작별한후 평소와는 다른 묵직한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제네바로 향했다
지난해 태어난 손자는 그사이 많이 자랐다
고물거리던 손가락은 어느새 살겠다고 먹을것을 제 입으로 집어 넣고
두발로 서서 이제 막 세상을 한뼘씩 걷너려고 한다
두달간 산후조리 한답시고 같이 살다 내 눈에는 아직도 어리기만한 딸이 작은 아기를 어찌 기를지 걱정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때문에 눈물을 훔치던 그날이 생생한데
건강하고 튼실하게 키워낸걸 보니 나보다 살림도 잘하고 아기도 잘 키우는거 같다
만날때 기쁨은 잠시이고 헤어질때 슬픔은 길어 만나고 헤어지기가 무섭지만
우리 인생이 그런것이라면 이제 담담히 받아들이기고 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많은 일들이 기다려지는 희망을 안고 헝가리에서 스위스로
다시 스위스에서 몽블랑의 관문인 프랑스 작은 마을 샤모니땅을 밟았다
우리말로 오두막 통나무집이라는 샤모니 롯지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기대에 찬 TMB 첫째날이다
샤모니 작은 마을은 우리 걷기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으로
마을 중앙으로 회색의 아브르강이 알프스 빙하들을 거센 물살이 흐른다
샤모니 롯지에서 chamoix sud 까지는 대략 1.5km다
중심가로 들어섰다
이른 아침시각이라 사람들이 뜸하고 상점에 문은 열린곳이 얼마 없었다
어제 먹고 남은 빵과 햄 토마토가 남아 치즈만 구입했다
발마 광장에 서있는 소쉬르와 발마 두사람의 입상앞에서 인증샷을 하고
발마광장을 지나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의 몽블랑을 알게한 세사람중 최초의 계기는 제네바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과학자이자 모험가 때문이었다
식물채집차 방문한 소쉬르는 샤모니의 블레방에 올라갔다 거대한 설산을 마주하면서 부터였다
해발 4807m의 무명설산은 젊은이의 영혼을 빼앗았고 몇번의 도전을 하였으나 실패했고
산정상까지 오르는이에게 상금을 걸었다
그뒤 이십육년만인 1786년 여름 어느날 금강 채취자인 자크발마와 의사인 미셀 파카르가
정상 도전을 하여 미셀파카르는 실명과 고통으로 정상부근에서 멈췄고
자크 발마 혼자 정상에 섰다
영웅이된 발마와 달리 잊혀진 사람이 되었던 파카르가 소쉬르와 발마의 동상건립후
백여년이 지난뒤에야 세간에 알려지게 되어 두사람의 입상 뒤에 파카르의 좌상도 건립되었다
이후 프랑스 작은 마을 샤모니는 몽블랑 등정의 베이스 캠프가 되고
나처럼 몽블랑 설산을 오르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은 그 주변을 돌면서 감상하는
트랙킹의 관문이 되고 있다
세인트네셜 성당을 지나 샤모니 케이블카 탑승장에 가는길이 만만치 않다
가파른 오르막에 시멘트 도로길이다
이년전 이곳으로 빈손으로 산책나왔을때도 가파른 언덕길로 숨차고 힘들어 죽을뻔했는데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오니 트랙킹 시작도 전에 등짝에 땀이 범벅이 되고 목뒤가 뻐근하다
서둘러서 나왔음에도 케이블카 탑승장에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유럽은 이미 여름방학이라 너도나도 학생들과 부모들의 나들이로 부지런도 하다
패러글라이딩 하려는지 등짝에는 거대한 짐보다리를 매고 오르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 배낭도 만만치 않다
아침 햇살이 눈부셔 눈을 찌른다
이러다 트랙킹 시작이나 할수 있을런지 표를 구입하고 케이블카를 타기까지 한시간째 기다리다
겨우 파란 하늘위로 붕 떠올랐다
Planpraz까지 요금은 일인당 14.5유로이고 시니어 요금은 12.3유로다
해발고도 1999m Planpraz에서 부터 원점회귀 열하루가 지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것이다
샤모니 마을 건너 흰설산이 눈높이로 보인다
산사면의 바위절벽을 돌면서 오르는길에 흰눈이 쌓여 있었다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더워졌다
케이블카를 같이 탔던 어린 학생들은 단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잘도 간다
알프스에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는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불쏘시게로 써도 될만치 머리카락은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입속의 혀는 물기를 꽉 짠 단무지처럼
말라갔다
햇볕은 눈부셔서 바로 볼수가 없고 머리꼭지부터 더워지는 몸의 열기로 금방이라도
내 몸에서 불이 날거 같다
가파른 산 절벽을 지그재그로 한시간이상 돌면서 Col du Brevent 브레방고개로 올랐다
해발고도 2368m다
브레방 고개 너머로 몽블랑이 보인다
고개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아이젠은 등산화에 차고 눈 언덕을 올랐다
가파른 눈 언덕에서 전문가에게 학생들은 눈산행을 교육받고 있었다
브레방 고개에서 북사면으로 길은 돌아가다 눈길과 돌길이 연달아 이어졌다
돌산에 달린 작은 철사다리를 올라가고 스키 슬로프가 나온다
아이젠을 차고도 미끌어지며 고도를 올려 해발고도 2525m의 Le Brevent 에 올라갔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한국에서 온 산행 단체팀들이 한무더기와 케이블카로 이동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패키지 산행을 온 한국인들은 마지막 날이라고 모두 지쳐 있었다
우린 이제 시작인데 끝마친 사람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전망대 아래 작은 가게에서 아이스 크림을 사먹고 잠시 테이블에 앉아 점심으로 빵을 먹고 있는데
다른 음료를 더 시키라고 주인장이 한마디 건낸다
안그래도 땡볕 때문에 일어나려던 참이라서 전망대에 올라갔다
덩치 큰개도 이 높은 전망대까지 숨을 헉헉 거리며 오르고 있었다
그늘을 찾아 나머지 점심을 때우고 관광객이 득실거리는 전망대를 벗어났다
브레방에서 Bellachat 산장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나
돌계단과 돌길 눈길이 이어진다
평소보다 두배나 무거운 배낭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뜨거운 햇볕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더이상 더워 입고 갓던 바지를 벗어버리고 짧은 바지로 갈아입었다
잠시라도 살거 같았다
이미 체력은 고갈되고 이미 오래전 예약되어진 호텔은 멀어 갈길은 구만리다
포기 아니면 오기 둘중에 하나다
해발 고도 2136m의 있는 개인 소유로 몽블랑이 바로 건너다 보이는 이쁜 산장이라는데
그냥 마른 장작대기 통나무 집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빨리 그자리를 지나갔다
계속 내리막 연속이다
이천미터 아래로 내려오니 드디어 숲이 나오고 나무들이 있다
우리의 백두대간은 숲가 나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곳에선 설산이라고 좋아만 했더니 그게 아닌게 발아래는 눈은 밟아도
머리는 햇볕으로 벗어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얼어죽든지 타죽던지 땡볕을 피하지 않으면 어찌되었든 죽을맛을 보게 되었다
또 다시 쓰는 유언장을 쓰고 오길 천만 다행이다
그래도 아직 죽기는 싫은게 진심이라 오기로 걸었다
침엽수림인 전나무와 잣나무가 있는 그늘숲에 들어서자 계곡물도 흘렀다
눈을 감고 몇분을 드러 누워 있었다
꿀을 물에 타서 마시고 다시 일어섰다
등짝에서 같이 걸었던 배낭이 땅에 내려놓았다 다시 올려매는데 어찌나 무거운지
그 와중에 산모기가 물었는지 다리도 가렵다
이미 헝가리에서 여러군데 모기에 물린탓에 모기 퇴치 팔찌를 차고 왔어도
알프스 싱싱한 풀모기들은 지방기 많은 내 피를 사랑하는가 보다
모기 퇴치제를 이리저리 뿌리고 배낭을 다시 꾸리고 누웠다 앉았다 일어나는것도
힘들다
이러다 언제나 숙소까지 갈거냐면 재촉하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해발고도 1370m 동물농장인 Merlet까지많이 내려왔다
몽블랑 등정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그리스도상을 지나고 여기서부터 레우수까지는 삼십분이다
모든 TMB의 이정표는 시간만 표기되어있다
우리처럼 거리가 표기되어 있으면 좋았을걸 아쉽다
시멘트 도로가 나오고 다시 숲을 지나 우수 기차역을 건넜다
기차역을 지나 다리를 건너고 한참을 시멘트 도로따라 걸어갔는지 비로소 레우슈 마을이 나온다
Le Saint 호텔 까지 가는동안 얼마나 뜨겁던지 다와서 타들어가는 몸뚱아리를 힘겹게 이끌고
오후 일곱시가 넘어 호텔로 들어섰다
이방객 산꾼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려는듯 아직도 해가 떨어질줄 모른다
찬물에 몸을 식히고 한참동안 맨바닥에 그대로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아침에 빵 두쪽에 우유에 말은 시리얼 한그릇 점심으로 빵 두쪽을 먹고 하루종일 걸을탓에
기진맥진 입속은 마르고 입맛을 없고 물만 들이켜 물배로 배만 빵빵하다
뭐라도 먹어야 산다하기에 호텔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서
단백질 메뉴를 찾다보니 경화 돼지고기인 요리뿐이다
피자가 주 요리집인 모양이라 피자 한판과 짜디짠 생 생고기햄을 시켜 먹었다
매운맛 피자는 몇 조각 먹지도 못하고 싸들고 들어와 그대로 뻗었다
지난달부터 목감기로 고생한덕에 체력 훈련이 안되었고 무엇보다 날씨때문에
단단히 혼이 나간 첫째날이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