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2. 11:40ㆍTMB
일시-2019년 6월30일 일요일 맑음
코스-Refuge Elisabetta (2195m)-3.5km-Lac de Combal(2085m)-3.5km-Mt.Favre중턱(2436m)-6.0km-
Refuge de Maison Vielle(1956m)-3.5km-Dolonne 마을(1210m)-1.5km-Courmayeur(1226m)-4.5km
-Refuge Bertone(1970m)
TMB거리 22.5km를 10시간 걸림
아침은 먼저 일어나 나갈채비를 마친 순서대로 앉아 먹었다
빼곡한 일정대로 하루종일 걷기에는 충분한 양을 아니지만 꺼끌한 입맛을 잠재우고
빵과 우유를 먹었다
엘리자베타 산장을 나와 어제 높은곳에 산장이 있다고 투덜대던 오르막을 내려서
너른길로 이어진다
이백여미터의 고도를 점점 내려 걸으면 꽁발호수가 나오고 산자락은 푸르고 햇볕은 뜨거웠다
알프스 능선의 침봉들이 푸르고 맑은 호수속에서 다시 일어나고 나는 잠시 할말은 잊는다
이걸 보러 집 나와 고생길을 걷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여름 만년설산과 하늘 만큼 높은 산들이 박힌 호수속은 영롱한 보석같았다
군데 군데 작은 호수를 지나고 오르내리기에 완만한 초원위에 핀 하얗고 보랗고 노랗고 빨간꽃들에
발걸음이 자꾸만 뒤쳐진다
호수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기전에 삼거리가 나온다
발 베니 계곡으로 하산하여 한시간도 걸리지않은 라 비자이에서 꾸르마이예행 버스로 마을까지 갈수있는
편한길이 있는반면 힘들어도 나는 언덕으로 오르막길을 택했다
삼거리에서 3.5km 산허리를 돌아 고도를 사백미터쯤 올려 몬떼 파브르 중턱에 닿았다
산허리길은 야생화가 피어있는 낮은 풀사이로 작은 자갈길과 흙길이 번가라 있었다
왼편으로 몽블랑 남벽이 가까이 바로 앞에 보이고 그랑드 조라스도 점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개인초소인듯 지붕은 낮아 작고 허름한 돌로 짓다만 초소 같은걸 지나고
다시 길은 끝이 날줄 모르고 이어져 무려 6.0km를 걸어 쉐크루이 고개의 평탄에 풀밭에 있는
메종비에이 산장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넘어 허기진 배는 점점 오그라져 배낭허리춤을 잡아당겼다
이참에 허리에 붙은 살이나 없어지면 좋으련만 화장실 거울에 비친 몰골이 말이 아니다
반팔티를 입고 토시를 찼어도 햇볕은 옷과 장갑을 구분하는 띠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까르보나 스파게티를 점심으로 시켰는데
양도 많고 속도 울렁거려 간신히 먹었다
메종비에이 산장까지는 해발고도 1956m의 높은 고지대라도 자동차로 이동할수 있어
동네 사람들과 피서온 관광객이 꽤 있었다
산장 뒤로 몽블랑 남벽의 침봉들과 브렌바 빙하벽을 감상할수 있다
메종비에이 산장에서 TMB의 유서깊은 산악도시인 꾸르마이에까지 하산길은 두갈래로 나뉘어 진다
산장에서 북으로 내려서 전나무 숲 아래의 몬떼 비앙코 산장을 지나 발 베니계곡으로 내려서는 길과
산장앞에 있는 스키 리프트 좌측에 난 산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있다
후자를 택했다
급경사의 내리막을 지나고 전나무 숲을 지나 옛날 모습들이 그대로 남은 작은 돌로네 마을에 들어섰다
마을 중앙으로 들어와 교회를 지나고 마을을 내려오면
큰 도로를 만난다
마치 과거에서 현대로 빠져나오듯 건물들은 현대식으로 변한다
도로를 따라 빙하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고 백여미터의 오르막을 오르면 꾸르마이예 시내의 중앙인듯
버스터미널이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 산장까지 앞으로도 몇킬로는 더 걸어야 하는데 머리에 쓰고 온 빙하눈은
어느새 녹아 물이 되어 버리고 그 물은 등으로 흘러 내려 다 말라 버렸으니
도무지 뜨거운 날씨 때문에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다
터미널 길 건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콘 한개씩을 사먹고 얼음조각을 산다고 했더니
내가 얼마나 안쓰럽게 생겼는지 주인 아줌마가 아이스빙수를 만드는 조각얼음 한주먹을
그냥 공짜로 쥐어준다
길은 꾸르마이에 교회 첨탑을 바라보며 오른다
교회아래 우물에서 식수도 보충하고 목도 적셨다
안그래도 스포츠 용품점을 찾던중인데 바로 앞에 등산용품 판매점이 있었다
남편은 오전중에 부러진 스틱 한쪽대신 새것을 장만했다
그리고 교회좌측 언덕에 놓인 동상들을 지나쳐 오르막 시멘트길로 들어섰다
동네를 구부정하게 오르는길은 주변의 아름다운 집들을 구경하기에 좋은 풍광이다
점점 오르고 오르다 다시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고 마을 깊숙히 들어서서도 얼마나 걸었는지
많이 지쳤다
지나가는 차들이 쌩쌩 부럽기만 하다
히치하이킹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굴뚝 같아 걷다걷다 운전자 눈만 바라보고 망설였더니
정말 가던차가 멈춘다
더워 보이는 이탈리아 남자는 화끈했다
베르토네 산장 간다는 말에도 영어는 못 알아듣는지
베르토네말만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끄덕 이러다 정말 산장까지 그냥 가는건 아닌지
선물이라도 줘야 하는데 준비하지 못함을 못내 서운해 하다가
안되면 십유로라도 건낼 참이었는데 차는 오분여쯤 가다 멈춘다
자기 집에 다온줄 알아 내려보니 산길로 난 오르막 풀속에 베르토네라는 작은 푯말을 가리킨다
아마도 이곳으로 올라서면 지름길이라는 말인가보다
걸어서 마을을 벗어나는 이삼십분의 거리를 오분여만에 통과했으니 그것만도
큰 행운이라 생각하고 숲속으로 들어섰다
발자국이 난곳을 찾아 오르다가 두갈래길에서 잠시 평탄한 길을 들어서서 보니 그만 길은 끊겨
오던길을 다시돌아 곧장 올라 TMB길 표시인 빨간색 줄을 만나고서야 안심이다
여기서도 알바를 할뻔했다
길은 산허리길은 돌면서 계속 오르막이다
많이 지친 상태에서 드디어 베르토네 산장에 발을 딛고 두발은 탱탱 부어오른채
엄지와 새끼 발가락도 쏙쏙 쑤신다
산장에서는 대형견인 콜리가 먼저 산객들은 맞이했다
먼저 무겁게 발을 감싸던 등산화를 벗어버리고 하룻밤 묵을 침대를 안내 받았다
어제 내옆에서 같이 자던 프랑스 아가씨가 다시 내옆자리에서 나를 알아본다
산장에서는 소방울소리가 딸랑 딸랑 울리면 저녁밥 먹는 시간이다
저녁메뉴는 파스타를 먹고 난후 완두콩에 콘 오븐요리 포크요리로 나름 괜찮았다
이층침대 십여개가 놓인 산장은 쾌적하고 방 한개에 남여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려 있었다
샤워는 코인을 넣으면 사분간 뜨거운물이 나온다
첫날 둘째날은 샤워를 하지 않음 잠도 못자는줄 알았다가 삼일째와 사일째는 그냥 물수건으로
삼일만에 뜨겁게 몸을 씻고 하루종일 눈과 빙하물에 적셔졌던 머리도 감았다
드라이기가 없어 마르지 못한채 자느라고 늦은밤까지 잔기침은 끊이지 않았다
낮에 그토록 뜨거웠던 태양이 사라지고 구름도 검은색이 되어버린 그날밤
어두운 알프스산에는 밤새 비가 내렸다
베르토네 산장비는 71유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