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4. 10:40ㆍTMB
일정-2019년 7월2일 화요일 맑음
코스-Refuge Elena(2062m)-2.5km-Grand Col Ferret(2537m)-3.0km-La Feulaz 목장(2071m)-4km-Ferret마을(1705m)
-3km-La Fouly Hotel Edelwiss(1610m)
TMB거리 12.5km를 8시간 걸림
이탈리아에서 마지막밤을 보낸 산객들은 엘레나 산장을 빠져 나오는데
전날밤 후두룩 내린비와 타다닥 떨어진 우박으로 아침기온이 뚝 떨어졌다
바람불고 차가운 기온을 온몸으로 막기에는 역부족 가지고와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고어택스 모자 목버프와 바람막이를 껴입고 단단히 차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엘레나 산장에서 길은 두갈래가 있다
그랑 페레고갯길을 넘는길과 몽돌랑 봉우리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는 쁘띠 페레고갯길을 가는 방법중
우린 그랑 페레고갯길로 접어들었다
그랑 페레로 가는길은 엘레나 산장 뒤쪽으로 이어지는 지그재그길로 오르면서 시작한다
쁘레 더 빙하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모레인 지역을 뒤로 하고 고갯길은 산허리춤을 돌고 돈다
하늘은 맑고 쾌청하여 뒤돌아 보면 발 페레 계곡 너머 멀리 발 베니계곡과 그위의 세이뉴 고개까지
보인다
풀잎에 머금은 빗물과 이슬은 어느새 말라가고 햇빛 총총 받은 잎들이 반짝거렸다
햇빛과 바람과 맑은 공기를 먹고 영양 넘치는 색깔이다
드디어 두시간여만에 해발고도 2537m의 그랑페레고개에 이르렀다
북쪽 능선을 따라가면 쁘디 페레고개가 나오고 그너머에 몽돌랑이 있다
돌탑 이정표에는 쁘띠 페레고개까지 삼십오분이라고 적혀있다
이 높은곳까지 따라온 작은 푸들 한마리가 빙하물에 적신듯 검은흙을 닮았다
오분여정도 고개위에 올라서서 사진몇장만 찍고 다시 페레고개에서 이제는 내려갈일만 남았다
이곳을 지나면 TMB 길은 스위스땅에 들어선다
앞으로 가야할 라풀리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고 길은 녹지 않은 눈길과 방금 녹아 물이 촉촉한 흙길
풀사이 작은 자갈길이 연이어진다
새벽녘에 추웠던 기색은 어디가고 또 더워진다
몸을 감쌌던 옷들은 하나씩 벗어버리고 다시 더위와 싸움이다
이번 알프스 산행은 다리 아픈거보다 생각치 못한 더위를 견디는 일이 관건이다
페레고개에서 부터 고도를 오백미터나 내렸다
무릎이 부담되어 앉았다 다시 일어서려면 나도 모르게 곡소리가 나왔다
무릎 아픈거보다 차라리 계속 서 있는편이 나을정도로 점점 무릎에도 무리가 가고 있는중이다
목장 마을이 나오고 이그루 같은 하얀 천막이 있길래 문으로 들여다보니 안에는 식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산장에서 쉬고 식사하는 장소인가 보다
산장에서 화장실을 들르고 식수를 보충하여 다시 길을 나섰다
계곡물을 연신 들이키고 지하수도 먹고 다니고 있어 처음 사흘 동안은 변이 좋지 않았는데
그것도 적응이 되는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이어 산언덕의 내리막에 있는 페레 마을에 닿았다
이마을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어 상펙스까지 버스로 이동할수가 있다
알프스의 산악마을들이 모두 그렇지만 작고 깔끔한 마을이었다
이후 넓은 산판도로를 따라 걸어 라풀리 마을에 이른다
마을 입구에는 관광안내소와 현금지급기 상점등이 갖춰져 있다
수퍼에서 늦은 점심거리와 내일 먹을 아침점심을 사들고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은 일반식과 도미토리식이 있는데 우리처럼 산객들 대부분은 도미토리식을 찾는다
호텔비는 일반산장보다 비싼138유로를 지급했다
저녁 햇살이 질무렵 구름이 빠르게 지나며 빗방울이 하나둘 내린다
며칠째 밤에는 비가 내려도 낮에는 쨍하게 맑아 날씨로 인해 발길을 잡는일은 없었다
저녁 식사는 스프와 방금 정미소에서 빻아온 쌀처럼 생긴 마른 밥위에 고기와
오이 무침 디저트로 초코렛 푸딩을 먹었다
다음날 조식으로 각종 과일이 있어 일주일만에 우리처럼 알이 굵고 사각사각 맛좋은 사과는 아니지만
사과를 먹었다
입맛이 추억을 불러들여 찰진 쌀밥과 이빨 사이로 과즙이 솟구치는 부사가 생각나는
저녁이다
온종일 땡볕에 작은 빗방울 소리도 반가운 그날밤 도미토리여도 화장실과 샤워실는
집보다 깔끔하고 침대는 폭신 이불은 보송보송 불편한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