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4. 10:47ㆍTMB
일시-2019년 7월3일 수요일 맑음
코스-La Fouly (1610m)-8.5km-Praz de Fort(1151m)-Issert 마을(1055m)-4.5km-Champex호수(1466m)
-2km-Champex d`en hau Bon Abri(1440m)
TMB거리 17km를 8시간 걸림
며칠전 만났던 로스엔젤레스에서 온 미국교포들을 다시 만났다
스위스로 넘어 오면서부터 전기콘세트도 우리거 하고는 맞지 않아
다행스럽게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 카메라와 스마트폰 충전을 완료했다
호기롭게 여섯명이서 출발했던 그들은 두명은 탈락하고 네명만이 걷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여러사람들로 복잡했던 산장보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여유롭고 쾌적한 밤을 보내
한결 몸도 가쁜했다
아직 시즌 초입이라 산장 역시 몇개만 빼고는 만원사례는 없었다
내 몸은 점점 매일 일어나 산행하는것에 익숙해지고 있어
나고 깜짝 깜짝 놀라고 있다
전날밤 함께 묵었던 미국교포들뿐 아니라 여러 산객들은 버스를 타고 상팩스까지 이동하려는듯
버스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우린 아스팔트 도로따라 라풀리 마을끝까지 걸어 이내 길은 숲으로 들어선다
곧 이어 계곡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아래 물의 유속이 빠르고 물의 양도 많아 수문처럼 수량을 조절하는듯 위험 표시가 되어 있었다
다리를 건너 클라이밍 연습하는 나무벽 하나를 지나고 다시 숲으로 들어선 길은 점점 산허리로
올라서 간다
작은 개울과 습지가 많은 목초지를 건너고 오랜만에 숲속길은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어도 걷기 편하고
시원한 그늘이 있어 편하다
일주일동안 뙤얕볕에 많이 놀라서 나무의 소중함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우리 백두대간길이 가끔은 힘들고 가파른 바위길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나무그늘에
가려진 길들로 이어져 있었는데 그땐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막을 당연시 여겼었다
전나무 숲길과 오솔길을 가다 빙하벽이 무너지는 절벽길을 돌아 간다
길은 다시 너른 초록 풀밭이 나오고 이내 이셋마을이다
마을의 집들은 푸른잔디위에 있었고 목조 주택이 많고 겨울나무 땔깜으로 잘라놓은 나무들도
집집이 많이 쌓여 있었다
유난히 집 단장이 신경쓰는집이 있었는데 일곱난장이와 백설공주인형으로 마당 가득히
장식이 되어 있었다
창고에서 톱질하는 남자를 보니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만 조용하고 마치 만화속에 들어온 풍경이다
그림같은 마을에는 쓰레기통도 멋부린듯 둥글게 서있다
궁금하여 뚜껑을 열어봤더니 수거는 지하로 연결된 장치가 있는듯 쓰레기통은 땅속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다
언젠가 테레비에서 봤던 쓰레기 분리수거 장치다
좁은길로 마을 깊숙히 들어서 보니 집마다 창문에는 제라늄꽃들이 놓여 있었다
어딜가나 꽃들이 먼저 반긴다
마을을 빠져나오기전 수도꼭지로 통해 나오는 공동 우물물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머리에도 물을 부었다
알프스에서 닭들도 호강인가 닭집도 목조주택이다
나무 계단 타고 올라가게 만든 쾌적한 닭장밖에 닭들이 한가롭기만 하다
오늘저녁 메뉴가 치킨이었음 하고 이셋마을을 빠져나왔다
이차선 도로가 나오고 차들이 가끔씩 쌩쌩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숙소를 나온지 벌써 십킬로가 넘어가고 점심때도 지났다
허기를 채우려면 어디서든 먹어야 하는데 쉴만한 그늘이 없다
아스팔드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땡볕이 그대로 노출되어 불같은 열기로 몸과 영혼도 말라갈 즈음
도로를 건너 다시 본격적인 전나무숲사이 오르막을 오른다
알프스에는 침엽수림으로 전나무가 많고 가끔씩 떨어진 잣씨앗이 있은걸 보니 잣나무도 있는 모양이다
지그재그로 산허리를 오르는데 죽은 나무에게 영혼이라도 불어넣어준양
다람뒤 돼지 곰 버섯까지 각종 동물들과 식물 형상을 목공예 작품이 살아 숨쉬는듯 앉아있다
나무밑에서 간단 점심을 때우고 다시 걸었다
숲은 시원하고 싱싱하여 살아 숨쉬는 생물들도 많았다
연신 모기 퇴치제를 뿌리고 다녀도 이미 여러군데 상처를 낸 풀벌레들이 기승을 떤다
더운것이 더 문제여서 땡볕에 피부가 타든지 벌레가 물든지 말든지
크림도 바르고 득득 긁으면서 다닌다
내뒤로 쒹쉭 올라오는 한 아가씨는 분명 한국사람같았다
아무리 오래도록 미국 아닌 유럽 아프리카에서 살았어도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네의 유전자가
분명 있는가보다
작달만한 키에 건강미가 줄줄 흘렀다
나중에 숙소에서 만났는데 그 아가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함께 이민간 미국 시민권자로
스물두살 어린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의대에 입학한 재원이였다
이탈리아 돌로미터를 완주하고 몽불랑까지 거의 마쳐가는 중이란다
사십년이나 더 먹은 나보다 세상 구경은 많이 한셈이다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며 헤어지고 숲속 깊은곳으로 들어온건가 클라이밍 훈련장이 나온다
어린아이들까지 가족 단위로 와서 어른들은 바위를 타고 한쪽에서는 장작불로 소시지를 굽고
어린이들은 놀이터 삼아 뛰어놀고 있었다
구경은 그만 다시 길을 재촉한다
샹팩스 마을을 알리는 도로와 호텔 입구가 나오기까지 그동안 햇볕때문에 하루종일 걸으면서
투덜댔던 말들이 쏙 들어갔다
마을에서 분홍빛을 띤 흰 찔레꽃 덩쿨이 담장벽으로 넘치는 집을 봤다
우리네 찔레꽃이 알프스에도 있다니 아마도 서양꽃인가보다
원래는 흰꽃으로 알고 있었지만 노랫말처럼 빨간색 가끔은 분홍색꽃도 있었다
조용하고 시원하고 걷기 편하고 공기 좋고 심신이 위안을 받는 길을 걸었다
마을도로길을 내려서 상팩스 호수가 나온다
호수에서 고기가 잡힐까 낙시꾼들이 몇명 있고 산객이었던 아가씨 두명은 얼마나 다리와 무릎에서
열이 났으면 아랫도리를 걷어붙이고 호숫물속에 들어가 서서 벌을 선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배낭도 등산화도 벗었다 다시 짊어질 체력이면 그냥 통과하는게 맞아
그자리를 벗어났다
도로가에 놓인 수퍼에 들어가 먹을 식량들을 구입하고도
스키슬로프 탑승장과 캠핑장을 지나 한참동안 더 걸어야 마침내 봉아브리 산장이 나온다
오후 햇살이 너무 강렬해 나는 어서어서 실내로 들어가고픈데
오랜만에 너무 일찍 내려왔나 산장 오픈이 오후 네시라고 먼저와 기다리던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서 쉬고 있었다
하루 일정을 빨리 마친 탓에 몸은 한결 나아졌다
저녁식사는 제발 맛없는 밀가루에 바무린 콘 요리만 안나왔으면 했더니
오랜만에 야채 샐러드와 비록 찰기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밥위에 치즈 가루 그위에 고기를 얹어 먹었다
냄새만 고약하지 않는다면 왠만한 요리는 거부 반응은 없었다
계곡물과 지하수를 마셔도 이제는 배도 적응이 되어 배탈걱정도 없어졌다
내일 갈길이 걱정되지만 그것 또한 내일 그냥 부딛쳐 보면 알것이다
이제는 뜨거운 햇볕도 좋으니 제발 가끔식 구름이 다녀갔으면 좋겠다
봉 아브리 산장비는 108유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