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13. 10:21ㆍTMB
일시-2019년 7월1일 월요일 맑음
코스-Refuge Bertone(1970m)-4km-Tete de la Tronche(2584m)-0.5km-Col Sapin(2436m)-1.5km-
Armina 계곡 갈림길(2260m)-2km-Pas Entre Deux Sauts(2524m)-3.5km-Refuge Bonatti(2025m)
-5.5km-Chalet Val Ferret(1784m)-2km-Refuge Elena(2062m)
TMB거리 19.5km를 10시간 걸림
촉촉히 젖은 산장에서의 아침을 분주하게 마치고 식수도 보충하여
일곱시 오십분에 산장을 벗어났다
전날 같은밤을 보낸 프랑스 단체 산객들은 가이드앞에서 모여 안내말을 듣고 있었다
산장에서 나서면 길은 갈림길위에 선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지 않더라도 산허리를 돌아 삭스언덕 중턱을 횡단할수 있으나
집나와 개고생중인 이왕에 알프스 속살을 보려는 심산으로 우리는 삭스언덕으로 올랐다
몽블랑의 남동벽과 그랑드 조라쉬 남벽이 눈앞에서 우리와 함께 지나가고 곳곳의 웅덩이에서는
새롭게 앞프스 산들이 위용을 떨치고 있었다
어느사이 뒤따라온 단체 관광객들도 호수앞과 푸른 초원위에서 뾰족한 침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발고도 2584m의 떼떼들라 트롱쉬 봉우리까지 4km를 눈을 뗄수가 없어 발걸음이 늦어졌다
좌측 멀리 사피유 고개가 멀어지며 발아래는 페레계곡이 땅 아래로 꺼지고
머리위에는 만년설산이 바로 눈앞에 손을 뻗으면 닫을듯 가깝게 보인다
하늘아래 지상에 이런 광경이 있다니 조물주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할수가 없다
돌 너덜지대의 가파른 백여미터 고도를 내려 사핑계곡에서 오는길과 마주치는 사핑고개에 닿았다
아르미나 계곡으로 삼십여분을 하산하여 계곡 갈길길이다
돌움막을 지나고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 파스 앙트르 되 소 고개로 오른다
내뒤를 따르던 할아버지 아버지 두 손자의 삼대가 고개를 넘어서고 그들이 쉬는 갈림길에서
우리도 점심을 먹었다
계곡길에서는 물이 세차게 흘러내리면 머리를 박고 감았다
물은 뒷목덜미를 흘러내려 등짝으로 엉덩이까지 내려와 바지를 적셔 한동안은 더운줄을 모르고 걸었다
해발고도 2524m많이 올랐다
뒤돌아보니 걸어온 트롱쉬 언덕과 사핑고개가 보이고 그 풍경들이 멀어져간다
초록색 풀밭에 꼭 우리의 흔하디흔한 민들레꽃밭인양 노란꽃과 흰꽃 발 닿는곳마다 꽃들이 지천이다
다시 말라트라 계곡으로 하산하여 삭스 언덕아래 전망이 트인곳에 자리한 보나티 산장에 도달했다
그랑드 조라스와 쁘띠드 조라스가 바로 건너편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시켜 먹고 있는데 다정한 젊은 남녀가 우릴 보고 반가워한다
미국인 여자와 한국 남자는 신혼여행중이란다
산에서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은 한국에서도 반갑지만 멀리 타국 알프스 산에서 만나는 한국사람과
한국말은 왜 눈시울을 붉게 만드는지 그남자가 배낭에서 꺼낸 태극기가
알프스 산장에서 휘날렸다
휴식도 잠시 그네들과 헤어져 우리는 다시 산허리를 감싸며 돌아 오르다가 샬레발 페레고개를 넘는다
우리의 철쭉보다 작은 꽃이 겹겹이 핀 알렌로제와 우리의 금계국과 비슷한 노란꽃들이 피어있다
알펜로제는 붉게 진한 빨간색과 진분홍 연분홍도 있었다
그뒤로도 5.5km를 걸어 페레계곡 바닥까지 내려서야 비로소 엘레나 산장으로 가는길이 나오는데
삼백여미터의 고도를 또 올려야 한다
꾸르마이에 마을에서 부터 버스 종점인 이곳까지 버스로 와서 쉽게 TMB일정을 소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산자락에서 얼어붙은 프레 더 바 빙하를 보면서 산언덕을 오르고 계곡물을 건너
드디어 엘레나 산장이다
해발고도 2062m의 산장은 빙하폭포수가 바로 코앞에서 흐르고 먼저 도착한 산객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 적응할만한 날짜도 지났건만 하루를 마친 기쁨도 잠시 떨어지는 체력은 어찌할수가 없다
그래도 아직까진 무릎이 버티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고 다친곳도 아무곳도 없다
잘먹고 잘자고 잘싸고 견디면 정해진 시간은 지나갈테니 고통스런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
언젠가 지난 추억을 되새기면 그날이 얼마나 행복한 날들이었나 그리울것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 한순간도 헛되이 보낼수 없는 알프스에서의 시간들이다
저녁식사는 화기애애 일정을 왠만치 마친자들의 여유와 내일 갈길의 기대로
벅찬 감동과 희망를 모두 말하고 있는 이 순간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저녁이라서 그런지
시끄럽고 분위기는 업되어 일어 날줄 모른다
보통의 유럽사람들은 점심식사를 거나하게 두세시간씩 나누고 저녁식사는 대체로 간단히 하는 반면
우리들 산장에서의 저녁식사시간은 두시간이 보통이었다
마침 생일을 맞이한 일행이 있어 옆 테이블에서는 생일 축하 노래와 함께 박수소리까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시끄럽고 요란했다
먼저 스파게티가 나오고 이어 햄과 소스를 끼얹은 돼지고기 요리였다
스파게티는 이맛에 먹는다며 소금을 가루 치즈로 착각하고 짠 스파게티를 물에 말아 먹고도 괜찮았는데
후식으로 나온 곰팡이 냄새가 나는 치즈는 토할거 같았다
딱 한가지 못먹은 음식이 있다면 그 치즈였다
침대로 돌아와 코인샤워를 마치고 자러 하는데 천장에서 떨어지는 우박소리와 빗소리가 거세다
내일 아침이 걱정되지만 어제도 그렇듯이 밤새 비가 내리고 아침이면 해가 뜨길 기대해본다
하늘이 내린 생명수로 내일이면 또 다시 알프스의 산천초목들은 새 생명을 얻을것이고
단물을 먹은 알프스의 대지는 무거운 침봉들을 머리에 이고도 꽃을 피워낼것이다
엘레나 산장비는 95유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