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차 사다리재에서 호리골재까지

2019. 7. 31. 09:43백두대간

 

일시-2019년 7월30일 화요일 맑음

코스-분지리 안망(343m)-사다리재(830m)-곰틀봉-이만봉(990m)-배너미평전-시루봉(914m)

      -급경사 내리막-계곡길-은티마을 주차장(220m)

      백두대간4.5km+접속거리6km=10.5km를 4시간 걸림



희양산 구간에서 희양산을 빼먹고 온날이다

더위가 기승을 떨치던날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피서지로 많이 떠나는지 이른아침부터 도로가 막힌다

다행이 버스 전용차도로 달리는 산악버스는 쌩쌩 달려

세시간이 못걸려 들머리에 다달았다

요즘은 에어컨 빵빵 나오는 실내를 피서지로 삼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예전이나 지금도 바다나 계곡이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그 넓은 공항이 북적거린다니

지구 반대편 겨울나라로나 가면 모를까 더워서 나가도 고생이다

더운날 힘들게 땀을 빼는 산행은 고생이지 피서가 아니라

오늘도 산에서는 대간팀인 우리밖에 사람 구경을 못했다 

분지리 안말에서 출발이다

이곳에 벌써 세번째 오는데 변함없는 시골마을은 한적했다

논밭에 심어진 곡식과 과일은 익어가고 산은 푸르렀다

전날 비가 제법 뿌렸나 바닥은 미끌거리고 또랑에도 물이 찰랑거렸다

마을둑길을 따라 걷다 산으로 들어서면 사다리재로 오르는길이 나온다

아직 익지 않은 초록열매를 데롱데롱 매달고 있는 으름나무를 보고

선답자들이 붙여놓은 띠지를 보고 걸어가면 별탈이 없다

이끼가 자욱한 바위돌과 흙길을 번가라 오르다 산허리를 끼고 점점 오른다

이킬로의 거리에 고도를 무려 오백미터를 올려아 하니 초반부터 땀께나 빼야 된다

체질이 언제부터인가 완전히 변했다

불과 이삼년전에는 등짝에만 날까말까 하던 땀이 얼굴과 목덜미 등짝에서 허리 엉덩이 다리까지

심지어 손과 발에도 땀범벅이 되는 체질로 바뀌다니 좋은건지 나쁜건지 분간이 안된다

눈을 가리는 땀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대지만 소용이 없다

오를수록 땀은 더 난다

알프스에서는 그리 독한 뙤얕볕에 그을리고도 땀은 안났었는데

습도 높은 더운 기온이라 어쩔수가 없다

땀으로 목욕할때 즈음 앞을 가리던 숲그늘이 벗어지고 사다리재가 점점 보인다

해발고도 830m의 사다리재는 바람골이었다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한밤미와 충북 괴산군 연풍면 분지리 사람들이 넘나들던 고개로

예전에는 고사리가 많아 고사리밭등이라고도 불리었으나 지금은

활엽수림이 많은 대간길중의 고개일뿐이다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오고 땀은 금세 식었다

시원한 생수를 들이키고 소금 한알과 사탕 한개로 흘린 땀의 나트륨과 미네랄을 보충하며

대간길은 우측으로 틀어 곰틀봉 방향으로 오른다

곰이 살았다는 곰틀봉에는 정상석도 없고 곰도 없다

나무 둥치에 매달린 표지판에서 인증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오르락 내리락 고도를 조금씩 올리면서 이만봉에 다달으니 점점 해는 하늘높이 떠오르고

열기는 더해간다

칠월말이라 더운줄은 알고 있었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끈적거리는 공기속에 나무 뿌리 옆과 땅위로 기어오른 버섯들이 길가에 수북수북 나왔다

독을 품은 버섯이나 꽃들은 더 이쁘다지 모양도 색깔도 가지각색이다

나무 그늘속에서도 더운 열기를 품어대며 가끔씩 부는 바람에서도 나뭇잎은 살랑살랑

하늘위로 성장한다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받기 위해 저마다 방법으로 살아갈것이다

나무와 꽃들은 키 큰 나무아래 키 작은 나무와 더 작은 풀꽃들과 함께 공존하며 지낸다

병아리꽃은 눈에 보일락말락 정말 작았다

해발고도 989m의 이만봉에 다달으고 이제는 아침 물기도 말라버린 한낮이다

이만봉은 만호라는 벼슬을 가진 이씨가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백화산과 희양산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어 마당바위와 용바위를 지나 이만호골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만호골이 시작되는 분지리 도막은 임진왜란당시 도원수 군율이 군막을 쳤다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화전이 한창일때 분지리 마을에는 구십여가구가 모여살았었는데 지금은 열다섯가구 정도 뿐이란다

길은 다시 이어져 시루봉 갈림길이다

시루봉까지 일킬로 조금 넘는길 처음에는 시루봉은 통과하고 희양산으로 올라 지름티재까지는 가려던 참이었는데

오다가다 동행하게된 일행팀에 끼어 이십여분만 가면 된다길래 따라갔다

초반에는 배너미평전을 지나쳐 가는길은 평지길과 다름없었다

축축한 풀들과 습지를 지나치고 길은 점점 좋아지다 시루봉과 희양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고

다시 숲길로 이어지다 마지막 작은 바위길로 올라서니 시루봉이다

충북 괴산 연풍면과 문경시 가은읍의 경계가 되는 산은 괴산의 명산 서른다섯곳중 하나로

동쪽으로는 이만봉과 백화산이 있고 서쪽으로는 희양산과 구왕봉의 높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는 해발고도 914m의 높은 산이다

이만봉도 그렇고 시루봉도 정상석은 무덤에나 어울릴만한 대리석 정상석이 까맣게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시루봉 정상석을 벗어나 가파르게 하산길로 내려섰다

왔던길을 돌아서 삼거리에서 희양산방향으로 가야 맞는길인데 가도 가도 희양산 오르는길이 나오질 않는다

벌써 몇백미터 고도를 내렸는지 급경사 흙길에 덩그러니 하얀 밧줄만 매어진길을

두팔로 밧줄을 잡아가며 내려섰다

이미 점심때가 넘어갔는가 허기도 지고 목도 마르고 눈까지 침침해진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거의 바닥인가 조그맣게 물소리가 들리는데 그제사 시루봉으로 다시 오르라는

푯말이다

급경사 밧줄구간에서 지쳐버려 다시 오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덥기만 안하면 점심 먹고 올랐을것이다

희양산은 오르기를 포기하고 계곡으로 내려와 오후 한시반이 되어서야 점심으로 앙고빵과 참외를 먹었다

앞서갔던 일행들은 아마 지금쯤 용을 쓰면서 희양산에 오르는중 일텐데

나는 계곡에 발을 집어넣도 등에 물도 뿌렸다

지난주 몇백미터 중탈한거에 이어 이번에는 중요한 희양산을 건너뛰다니

이러면 안되는데 백두대간 다니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날은 오히려 무박 산행이 나을거 같다

포기도 용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쓰러질거 같은 폭염이라 어쩔수없는

선택이었다

계곡길을 한시간이나 내려서 다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도

주차장까지 와서도 계곡물을 찾아 또 다시 발을 담그며 후미를 기다렸다

오후 다섯시에 출발예정이던 버스는 두명의 일탈자가 생겨 사십분을 더 기다렸다가

서울로 귀경했다

자신의 컨디션과 산행실력에 맞게 걸어야지 나중에 알고보니

처음으로 백두대간팀에 합류한 두명은 오늘일정을 끝까지 하고도 엉뚱한 길로 하산하는

알바를 하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