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차 이화령에서 사다리재까지

2019. 8. 7. 15:17백두대간

 

 일시-2019년 8월6일 화요일 맑다 뿌연 하늘과 바람조금

코스-이화령(548m)-681봉-조봉(673m)-777봉-전망대-862봉-황학산(912m)-바위지대-백화산(1046m)-1012봉-평천치(890m)

      -981봉(뇌정산 갈림길)-사다리재(830m)-분지리 안말(343m)

      백두대간 10.8km+접속거리 1.9km=12.7km를 6시간 걸림


한반도가 쩔쩔 끓어 연일 폭염경보주의가 내려지던 날이다

찜통더위에도 계속 이어지는 백두대간길은 어느덧 전라도를 지나고 충청북도의 괴산과

경상북도 문경시의 통로인 이화령까지 올라왔다

소백산맥 자락의 이화령은 조령산과 희양산의 사이에 있는 고개다

오늘은 이화령에서 지난주에 들머리인 안말 마을로 하산하기로 한다

지리적으로 이화령은 중부지방과 연암지방을 연결하는 지역이며 한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 된다

1925년 일제 강점기때 한반도의 신작로화를 명분으로 도로를 개설하면서 백두대간길이 단절되었는데

우린 도로를 건너 산으로 이어나가면 된다

이화령의 옛이름은 이우릿재 또는 이화현이라 불리웠다

고개가 가파르고 산짐승들이 많아 여러사람들과 어울려 넘는 고개여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도로가 뚫리면서 이화령이 되었다

해발고도 548m의 높은 고개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여전히 좋았다

터널을 지나고 백화산 방향인 산길로 진행이다

폭염에다 프란시스코 태풍소식이 더해져 끈적거리고 바람은 후덕지근하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서서히 올랐다

지난주에 안말에서 사다리재까지 오르느라 기운 다 빼먹어었다

결국 가지 말아야했을 시루봉까지 찍고 급경사의 밧줄 잡느라고 정작 희양산을 건너뛰고 왔으니

오늘은 체력이 된다면 희양산과 구왕봉까지 이어가야한다

681봉을 지나고 조봉이다

원래 분지리 마을은 음기가 강한 마을이란다 

남성들은 별로 없고 여자들만 득실거려 마을 입구에도 신주단지 모시듯 남근석이 있던데

대간길에도 유난히 물기 많은 나무들이 많고 이어서 습지대를 지난다

움푹 들어선 길가 연못에는 작은 생물들로 사는듯 했다

촉촉히 젖은 대간길을 벗어나면 완경사를 올라 갈미봉 삼거리인 777봉이다

대간길에 비껴있는 갈미봉에 오를수도 있으나 난 대간길로 직진해 전망대까지 오른다

구름에 살짝 가려진 하늘이 뿌옇고 맑지 않아 산마루금도 희끄무레하다

862봉을 지나고 흰두뫼 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오킬로를 넘게 걸었다

점점 달아오르는 열기를 식히려 등에다 얼음팩을 매고 목에도 아이스 수건을 걸었다

그런대로 황학산까지는 비교적 쉽게 왔다

덥지만 안했다면 더 쉽게 걸었을 길이다

황학산을 지나 억새밭길과 참나무숲길을 지난다

팔과 다리를 시원스레 내놓고 걷고 싶어도 우리 산길은 풀과 나무가지 사이길이 많아

벌레들과 풀독에 쏘이기 싶상이다

옷을 입고도 물리는 나는 독침같은 산모기에 오늘도 어깨죽지를 한방 맞았다

904봉을 지나고 이어 바위지대가 나온다

바위길은 항상 조심해야 해서 점점 발걸음이 늦어지고 어느사이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또 꼴찌로 가고 있다

바위 밧줄은 오르는거보다 하산 밧줄이 더 어려워 스틱을 먼저 내려놓고 내려갔다

다시 오르고 내리며 고도를 점점 올려 드디어 오늘 최고봉인 해발고도 1064m의 백화산 정상이다

조봉도 그렇고 황학산에 이어 천미터 높은 고지의 정상석은 앙증맞고 작았다

백화산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을 이루는 곳으로

괴산군내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겨울철 눈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하얀천을 덮어 씌운듯 바위가 희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문경땅을 향해 비상하는 봉황의 형국이며 말굽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정점이 백화산이다

문경쪽에서 보는 백화산 정상은 새가 날며 땅을 굽어보는듯한 새의 부리처럼 보인다

봉황이 이화령과 시루봉의 날개를 펼쳐 보이는 모습이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백화산의 정상을 벗어난 대간길은 브이자 모양으로 꺽어진다

백화산 정상을 뒤로 하고 고도를 내려 1012봉을 지난다

앞으로 사다리재까지는 둥글고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봉우리를 세개를 넘어야하고

멀리 회색 바위에 초록나무가 우뚝 선 희양산이 조망된다

오늘 희양산까지는 포기다

백화산을 지나 고도를 이백여미터 내려 1.2km떨어진 평천지까지 내려왔다

이화령에서 팔킬로 떨어진 고개다

평천지에서 안말마을로 하산길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리 하산했어야 했다

다시 대간길은 오르막이다

등에 맨 얼음은 이미 물이 되었고 다시 얼음으로 갈아끼우고 걸어도 덥다

흘린 땀만큼이나 많은 양의 물을 마셔도 더운것은 어떻게 피할도리가 없다

한반도로 밀려온다는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이 불어 땀은 금세 식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백화산에서 2.1km 떨어진 해발고도 981m봉인 뇌정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제 사다리재까지 남은 거리는 1.7km

조망도 별로여서 빨리 가고 싶지만 능선길은 바위와 흙이 번가라 있어 발길이 조심스럽다

앞선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드디어 오늘 대간길 여정인 사다리재다

높은 고개는 바람통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많이 쉬고 싶지만 앞서 하산하는 일행들을 뒤쫒아 가느라고 엉덩이를 바위돌에 붙이기가 무섭게

떼어내고 일어섰다

그리곤 계속 가파른 내리막이다

너덜바위 하산길 지난주에 오를때는 이렇게 경사가 심한줄 몰랐었는데

바위돌만 작다 뿐이지 급경사 너덜이다

1.9km중 삼분의 일정도가 너덜 바위고 나머지도 작은 돌멩이길이다

너덜바위를 잘 내려오고 나서 작은 돌에 그만 쭉 미끌어지기를 두번

왼쪽 다리가 힘이 빠졌나 보다

평천지에서 하산할걸 후회와 함께 다시는 사다리재에서 하산할일이 없을거 같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계곡물은 찔끔찔끔 흐른다

그래도 물속에 들어앉은 산우들이 하나둘 보이고 난 그냥 마을도로를 따라 버스에 올랐더니

시원한 에어컨 켜진 버스속이 천국이다

도로아래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씻고 싶지만 다리도 무겁고 에어컨 없는 밖으로 나가기 싫다

그냥 옷만 갈아입고 계란과 바나나 두유를 한꺼번에 다 먹었더니 들어갔던 배는 도로 나왔다

그리고 해 떨어질무렵 양재역에 내리니 자동차에서 뿜어대는 열기와 대지열로

후끈 후끈 사우나속 같다

그러고 보니 서울보다 대간길이 시원했었나 보다

그날밤 에어컨 바람에도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그리곤 하루밤을 자고 나니 걸을수가 없다

넘어지면서 무릎에 탈이 났나보다

무릎을 구부리면 통증이 있고 뻩쩡다리가 되었다

하루종일 이것저것 약을 몽땅 발랐어도 이틀째 아직도 고장난 무릎은 붓기가 있고 구부리면 아프다

건강지키려 산에 갔다 쌩병나고 말았으니

이번주는 덥기도 하거니와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도 휴가를 해야 할판이다

이제 백두대간은 조령산을 거쳐 문경새재를 넘어 북으로 이어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