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또 저문다

2023. 12. 30. 11:03산문

어느새 십이월,

마지막 남은 달력이 올 해의 끝자락을 알리는데

날씨는 추워 겨울인가 싶다가도  오르는 기온으로 후덕지근 하여

길가에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쑥이 새싹을 틔워내 오락가락 미쳤던 날씨는

급기야 비가 내리고 강원 산간지역은 폭설이 내렸다 

중부지역도 중순넘어 밤새 싸락눈이 흩날리다가 쏟아졌다를 반복한다

삼하사온이란 말은 그 옛날의 겨울 이야기다

이제 진짜 겨울이 온것이다

지금쯤 강원도 백두대간 능선에는 겨울 적막을 깨는 바람눈으로 경계가 희미할것이다

발목이 아프도록 선자령 눈길을 걸어가고 싶다

생각만 해도 가슴은 바람이 가득차 시원해진다

올겨울 춥다소린 안하기로 약속했으니 들숨과 날숨을 알아서 조절해야한다

휴~서늘함을 넘어선 창백한 겨울이 좋아졌다

연말이 다가오자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안그래도 잠 안오는 밤시간이

길어졌다

한파를 몰고왔던 자식들이 한꺼번에 왔다가 한꺼번에 가버리고 나니

다시 둘이 남은 집은 절간처럼 적막하다

자식들 어릴땐 늙어도 좋으니 어서어서 크기만 바랬었는데 어느새 

내품은 떠난 자식들 만나는일도 일년이면 몇번이다

외국사는 둘째딸은 일년에 한번 볼까말까

남은 두 자식도 가족행사때가 아니면 얼굴보고 싶어도 꾹 참아야 한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지난후에 잠깐씩 만나 어린시절을 공유하는걸 추억이라면

태어난 자식들이 성장하며 점점 부모곁을 떠나는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것이다

수억만년 우주속에 이루어진 부모자식간 가족은 위대한 인연이 아닐수 없다

오늘과 내일 올해와 내년 시간의 흐름은 같아도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건

그것도 나이탓인가

더디게 보내고 싶다고 영화처럼 블랙홀로 빠질수도 없고 노년기에 접어드니

몸은 나이와 음식 마음과 운동 라이프 스타일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유아동기 청소년기 장년기때는 몰랐던 일들이다 

모르는게 어디 한두가지던가,작년에도 어제도 모르고 지냈던 일들은 수두룩하여

툭툭 터치만 해도 바뀌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보단 자식들이 살기 편해야 좋은거다

이 모든게 분명 좋은날로 바뀌는중이라 믿고 싶은데

가진걸 놓치 않는 기득권층은 권력과 자기 명예를 위해서만 살려 하고

그나마 남을 돕기는 커녕 헤치지 않고 사는것만도 다행이라 

올해의 사자성어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見利忘義 란다

지 아무리 날고 뛰어도 삶은 유한하여 언젠가는 소멸하고 말것이다

그렇다고 노래 가사처럼 가는 세월을 붙잡을수 없고 각자가 피워낸 꽃이

시들때까지 지금의 하루하루 일상에 평온을 지니고 살고 싶을뿐이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냥 살면된다" 법륜스님의 말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하마스 두 개의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지,

전쟁중 살아있다 한들 죽음의 공포와 위협이 도사리는 삶은 살아있는게 아닐것이다

세계 분쟁 지도에도 빨간색으로 표시된다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는

돈 학교 취직 건강등 온갖 걱정 다해도 전쟁걱정은 뒷전이다

전쟁 포성이 예수 탄생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인 베들레헴 인근의 가자지구 공격이

심지어 성탄절에도 있었단다

내년에는 부디 기후와 환경 위기 전쟁과 양극화를 의식하는 사람이 많아져

고요하고 아름다운 초록빛 지구가 망가지지 않기를 바램으로 기도한다

그러려면 인생에 바람 한 점 초대하여 올 겨울에도 하늘과 땅 사이 균열없이 지내야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함박눈처럼 펄펄한 몸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에

이제는 조근조근 내리는 눈같이 걸음거리가 느리다는걸 인정하여 고요한 겨울을 살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 두손 벌리고 서서 눈 맞으면 그대로 눈 사람이 되고 말텐데

하얀 눈밭위로 행복의 파랑새가 날아오르는 동화를 떠올리며

함박눈 내리는 12월 끝자락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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