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31. 18:51ㆍ일반산행
도봉산에서 만나자.
성섭이든 덕희든 누구도 산행후기가 없어 올리니,
혹시,사사로운 감정이 드러나더라도 너그러운 맘으로 양해 바란다.
충격에 헤어나지 못한 한주가 지나고,
지난주 산행 기억이 다 사라지기전에
그 느낌을 적어놓아야 할것같아 산행기를 기록한다.
산행계획은 한달전에 덕희로부터
"이봄이 가기전에 친구들과 도봉산 산행을 하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북한산 자락과 연결된 계곡이 있어 더 아름답다는 산"
숨이 차올라 산에 오르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남편 따라 변하는 계절이 아까워 한번씩은 따라 나선다.
다리심은 없어도 구경하는것은 좋아해서.....
지도,나침판만 가지고 귀신같이 찾아다니는 남편에게
계곡에서 발담그고 넉넉하게 놀다 올수있는 코스를 부탁해 산행공지를 올렸다.
5월23일 그날은 한달에 두번 찾아오는 놀토(노는 토요일 )이다.
새끼들 깨우지 않아도 되는 느긋한 아침이다.
어떤 엄마든지 새끼들 깨워 아침먹여 내보내는 일이 큰일이다.나만그런가?
하나를 부를려면 온식구들 이름이 튀어나오고,개새끼 이름까지...
처음엔 조용히 그리고 부드럽다가 낮은톤이 점점 올라,
소리를 꽥 질러대야 벌떡일어나는 전쟁을 안치뤄도 되는날이다.
온식구가 야행성인가,
어릴땐"맞고 잘래?그냥 잘래?"며 윽박질렀던 때도 있었다.
"오늘은 실컨자거라.자야 숙쑥크지."
꾀복쟁이 친구 만나는날!
누구누구 나올까?
난 나간다.
잔뜩 기대감에 하늘은 보고,일기예보를 보니
'빗방울이 조금,하루종일 흐림.'
새벽에 일어나 아예 저녁밥까지 넉넉히 해놓고,
점심엔 간단히 떡과 과일을 조금씩 준비했다.
내가 산행을 하는데 남편은 얼음물을 챙기랴,커피를 끓이랴,
하늘이 심술맞은 시엄니상이라며 더 부산을 떤다.
남자가 시어머니 심술을 알기나 할까,
바가지 긁어대는 마누라면 몰라도..
선크림은 끈적여서 싫고,선그라스는 거추장스러서 싫다는, 성질 급한 남편은
날씨도 꾸물거리는 뭘 바르냐며 성화다.
"여자가 외출하는데 그것도 친구를 만나는데,입술연지 라도 발라야지,"
"아휴,서두르니 화장실에서 나오려는 똥도 도로 들어갔다"며
집을 나섰다.
일주일 전부터 내가 사는 아파트 20층을 한번식 오르라는것을
한번도 안해서 오늘 산행이 조금 걱정이 된다.
2호선 강변역에서 출발해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도봉산역으로 가는도중,
바보 노무현이 실족사가 자살로 믿기 어려운 슬픈소식을 접하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친구들과 약속시간이 다되었다.
작년에 봐서 안면이 있는 성섭이로부터 처음본 형민,영민,기병,의성이를 소개받고,
스무살 총각때보고 쉰 넘어 작년에 못알아 볼뻔했던 용철이,
초등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덕희,
그리고 의성이 아내를 소개받고,
날 대동한 남편을 소개하고 우리 일행은 총 10명이 되었다.
도봉산 가까이 산다는 인순이와 금자가 올수있다는 소식과 함께 먼저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립공원이 무료인 매표소 초입에 들어서.
북한산 살리기와 정규 탐방로를 이용하자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서명을 하고
볼펜을 하나씩 선물받았다.
자연을 살리긴 살려야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것,
정규탐방 말고 다른길로 가야 한적하고 맑은물로 미역도 감을텐데....
장난끼가 생각난다.
오늘 우리 일행은 얌전히 정규탐방로만 올랐다.
서울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빼어난 경관이 있다는게, 나와보면 실감이 난다.
사방으로 빙둘러
북으로 북한산,도봉산,수락산,
남으로 관악산,청계산
가로질러 한강이 흐르고.축복받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그많은 인구가 먹고 마시고 살도록, 만들어진 자연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산에 오르는 오르막은 완만한 흙길이었다.
시멘트 계단길이 아님이 무척 반가웠다.
청계산 매봉길은 엄청 계단이 많아 질리거든...
제법 살이 오른 통통한 잎사귀를 바라보니,
연두빛은 점점 진해지고, 여름이 다가옴을 알수있다.
나처럼 헉헉거리는 사람한테는 오늘같은 날씨가 안성맞춤이지만,
구름에 가려 찬란한 오월의 햇빛을 볼수없는 아쉬움이 컸다.
잠시 잠깐씩 떠오르는 서거소식만 빼면,
내평생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슴에 남아 있었을게다.
우리가 계획한 산행 꼭대기까지 10여분을 남겨놓고는
제법 큰바위들이 턱 버티고 있어 등산객을 맞이했다.은석암이던가 하는곳..
그리 녹녹지 만은 않은 등산로는 인생길과 같다.
드디어 다락등선의 바위에 올라와 바라본 도봉산 정상.
깍아지른 절벽의 바위에 붙어 있는 암벽등반자들이 조그맣게 아주 조그맣게 보였다.
왜,그리 위험한 일들을 사서 고생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지만,
지 좋아하는짓을 누가 말리겠나..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다른 세상같은 그높은 곳,
산허리에 앉아있는 망월사 절은 고요한 등산객을 숙연케한다.
여기저기 찰칵 찰칵... 찍어대고,흔적들을 남겼다.
우리 일행도 하늘아래 구름덮여 더 무서운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 조용철
산행시간 3시간쯤 지나 오늘의 정상을 밟고,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내려가는것은 얼마든지 자신 있는 날 버려두고,
무박이일 소백산 산행이 있다면서 남편은 내려갔다.
후배들 시원한 맥주 한캔씩 못사준걸 못내 아쉬워하며....
내려오는길은 정상 바위만 빼고는 완만했던거와는 달리 가파른 계곡길이었다.
계곡속에 파뭍힌 석굴암 암자는 아늑하다기보다 무시무시했다.
어제 내린 비로 아직 촉촉한 돌들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또 조심해서 내려왔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넘치지 않아도 하산길은 시원하게 하였다.
내려온길을 밑에서 위로 바라보니,
우리가 올랐던 산행이 꽤 높았다는걸 알겠다.
하얀눈이 소복하게 내렸을때나,
울긋불긋 단풍들어있을때 이계곡을 바라보면 정말 환상적일것만 같다.
산사람들이 보면 우스워보이겠지만,
계획대로 올라갔다 내려온 내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드디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산아래 입구까지
아무사고없이 내려온 친구들은 아직 한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오는 내내 얼굴을 볼수 없었던 사진작가는 무슨작품을 만들었는가,
한참이 지나자 나타났다.
무사히 다 도착한 일행은 전철을 타고 수락산역에서 하차했다.
산행이 조금 부족함을 느낀 남자들은 한 정류장쯤은 걸어가자고 하는데,
업고 가면 모를까, 내가죽어도 못간다고 우겨, 전철을 탔다.
기주동창 아내가 운영하는 참벼루 삼겹살집에서
오늘,
우리는 우정을 쌓고,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