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3. 16:24ㆍ일반산행
꽃구경간다는 봄은 어느새 지나가고 초여름이다.
사계절중 봄이 한글자라 그런지 유난히 빨리 지나간다,
개나리,매화,산수유,벚꽃,철쭉,진달래,목련꽃들이
릴레이를 벌여 요즘은 찔레와 장미가 바통을 잇고 있다.
여행이란 일상을 탈출하는거고 새로 시작하는 삶을 계획하는거라더니
서울을 떠나는 내내 심호흡으로 아쉬운 마지막 봄향기를 맘껏 마셔본다.
무주로 향하는 차창가는 눈이 시리도록 온통 푸른빛이다.
녹색은 봄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색으로
이슬람교인들은 녹색옷을 입고 결혼서약을 한다는 이슬람교색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도 녹색을 좋아한다.
연두빛부터 맑고 투명한 초록색, 외로운 카키색까지..
고불고불 울퉁불퉁 했던 예전의 무주행길은 달라도 아름다운 풍경과 공기는 여전했다.
짜여진 시간에 맞춰지내는 서울생활이 익숙한 일상인데 비해 산은 거기 그대로 있고
제촉하지않아도 꽃이피고 푸르러지는걸보면 바삐 살고있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오늘만큼은 느리게 살아도 됀찮다는걸 배운다.
삶이란 어차피 한줌 모래를 주먹으로 꽉 쥐었다 펴면 남는 노래알 같다고 하는데
그동안 왜 그리도 안달하고 아쉬워했는지 후회한다.
잘정리되지 않은듯 보이는 논에는 벌써 보리타작을 마치고 심어있는 모들이 앙증맞다.
자투리 땅에도 감자,가지,파 여러 무공해 식품들이 심어져있고
군데군데 인삼재배 하는모습이 보인다.
생쥐깡,조류독감,광우병 온통 먹걸리 때문에 시끌러운 세상과는달리
순박한 무주사람과 바쁠것없이 지내는 삶이 엿보인다.
자연과 친해지고 있는동안 계곡입구 목적지인 탐방소에 도착했다.
칠연폭포로 향하는 계곡길은 사방으로 둘러친 신록의 잔치를 보이고
야생화를 감상하며 느긋하게 걸어야 나무며 숲이 눈으로 들어오는데
앞서가는 남자들은 뭘보기나 하는지 화난사람들 처럼 걸어간다.
무조건 꼭대기에 빨리 갈려고 한다.
남정네들은 걸어 여자들은 곤도라로 때가 되어 만날것을 약속하고 잠시 헤어졌다.
어깨위로 지나가는 산봉우리들을 시야로 맞으며
한참을 오르니 귀가 멍멍하다.
뒤를돌아보면 경사가 아찔하다.
쫙 펼쳐진 풍경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산이름은 잘모르지만 전라도 경상도 다 내눈에 들어온다.
높은곳에 올라보면 호남 영남이 하나인것을 왜 그리도 아웅다웅 하는것인지..
향적봉을 향해 걷는 잘다듬어진 1시간여길은 아직 지지않는 철쭉도 보였다.
휘귀한 주목도 가끔눈에 띤다.
운무로 덮힌 덕유산 능선들이 신비롭게만 보였다.
드디어 도착한 향적봉 꼭대기는 해발 1614m라고 적혀 있었다.
곤도라타고 올라와 산행은 제대로 하지않았으나 덕유산정상을 밟았다는 기쁨으로
향적봉 글씨가 잘나오게 인물사진도 찍었다.
정상은 바람이 제법 추위를 느끼게 한다.
풀이며 나무들은 연녹색잎과 연약한 줄기로 서있어 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인내하고 있었다.
어찌하여 그높은 곳에서 나고 자라는지.. 겨울엔 무지 추울텐데..
정상을 뒤로 하고 곤도라타는곳까지 내려왔다.
예정대로 라면 30분정도 간다는 중봉까지 가야되는데
순식간에 먹구름을 몰고오는 바람을 보고 마음을 돌려 차한잔하고 내려왔다.
1시간여밖에 산행은 안했어도 안개와 바람꽃으로
아지랑이처럼 휘감긴 향적봉을 보았는데 하며 애써달랬다.
내려오는 산은 아까 보았던 풍경들이 되살아나 서 있었다.
남한에서 4번째로 높다는 산을 올려다 보니 뿌듯한 마음이다.
다음날 양수발전소전망대에 오르니 수려한 주변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경만 해도 좋은데 종아리 굵은 남편은 이산도 저산도 올라야 맛이라고 한다.
사변이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단풍이 붉게 물들면
마치 여인들의 치마와 같다는 적상산을 차로 올랐다.
적상호를 지나 안국사에 들렀다.
다른 절과 달리 대웅전이 안보안다하며 절내를 구경하고
처처불상 사사불공.......
나에게 인연으로 다가오는 모든 인연들에게 심지어 물건들까지도
불공하는 심정으로 대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적상산성은 아담한 담장처럼 낮게 쌓여져 있었다.
예전에는 개똥벌레라고 불렀던 반딧불 축제를 아쉽게 못보고
굽이굽이 돌아돌아 간다는 무주구천동 33경중 덕유산 정상 향적봉 하나만 보고 왔다.
오늘 꿈속에서 하늘의 별들을 모두 모아 아름다운 반딧불빛을 보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