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2010. 8. 21. 16:22ㆍ나의시
팔월 땡볕이 내리쬔다.
어젯밤 빗물에 쓸어진 나락 세우러 나간 농부는
성긴 모시 등짝이 벗겨질 햇빛도 반갑다.
밤 이면 비오고 낮이 되면 햇볕 나고
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들판의 곡식들은 훨훨 춤을 춘다.
설탕 한숟갈 넣은 막걸리 휘휘 저어 마시고
고개 들어 하늘을 향해 농사 풍년 되라 한숨 진다.
"풍년이면 뭐허나,
팟죽 땀에 비하면 남는건 빗잔치 뿐일걸."
찔레꽃 향기가 바람타고 태양끝에 달리면
매미는 짝을 차겠다고 지 뼈와 살이 다 찢겨지도록
이 여름 이레를 앙앙 울어댄다.
참매미가 울고나면 기다렸다 유지매미와 쓰름내미가 순서대로 운다니
"저것들은 낮에도 울고 밤에도 잠도 안자나,시끄럽다 저리가."고 야단친게
미안해진다.
농부의 서쪽볼로 발그레한 석양이 비치고
어슴하게 낮달을 몰고 오면
거무잡잡한 얼굴과 캉 마른 온몸으로 붉은 빛이 돈다.
"어이 가드라고."
감자 밭고랑에 머리 쳐박었던 농부 아내
그제서야 엉덩이 탈탈 털고 일어난다.
나뭇가지 껍질같은 농부의 다섯 손가락이
옹이진 아내의 손가락과 합쳐지고
작은 산그림자를 따라 집으로 향한다.
습관 처럼 가는 그 길을
매미도 울면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