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2차

2016. 6. 15. 10:04백두대간

 

일시-2016년 6월14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봉황산구간 남진

코스-갈령(만수동 443m)-갈령 삼거리(721m)-못재(구병산 갈림길)-비재(320m)-660봉

    -봉황산(740.8m)-산불감시초소(540m)-화령재(320m)

      백두대간 12.1km+접속구간 1.7km=13.8km를 6시간 걸림

 

 


유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렸다.

봄인가 싶더니 계절은 무엇이 그리 급하지 벌써 여름으로 치달아

이제는 더위와 전쟁이다

더운날 대간 걷기는 발바닥과 무릎 고통보다 타들어가는 머리속이 고통이란걸

지난해의 경험으로 익히 알아 벌써부터 여름이 걱정이다

부스스 깨어 정신을 차려보니 간밤의 침묵에서 깨어난 백두대간길이 기다린다

49번 국도의 갈령 도로가에 있는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한후

숲으로 들어섰다

갈령에는 산불 감시초소와 간이 화장실이 있다 
접속거리인 1.7km의 가파른 흙비탈의 산길로 삼십여분 올라서면 갈령 삼거리가 나온다

백두대간의 중화지구대로 들어서는 지역이다

중화지구대란 백두대간의 마루금중에 고도가 가장 낮게 떨어지는 구간으로

현재 상주시 모서과 모동인 중모현과 상주시 화동 화서 화남 화북인 화령현을 통틀어

중화지구라 했으며 험한곳이 없고 편안한길로 이어지는 갈령 삼거리에서 추풍령까지를

말한다 

이 지역은 해발 이백에서 사백미터대의 고원지대로 평지보다 기온이 삼사오도 차이나는 까닭에

당도 있는 과일을 생산하는 과수농업이 발달해 있다

갈령 삼거리에서 암봉 세개를 연속으로 넘어 다시 평평한 길을 걸어 한시간 삼십여분만에

못재에 다달았다

못재는 충북 알프스 구병산으로 가는길과 백두대간 비재로 가는길이

갈라지는 고개로 친절한 안내판이 새겨져 있었다

못재를 출발하여 오르막을 올라서 헬기장을 있는 무명봉을 넘어서면
견훤의 전설이 깃든 못재에 도착한다

천지라고도 하는 못재는 이화령에서 지름티재 구간을 지날때 조봉을 지나

자그마한 연못에 이어 두번째 연못이다

비재와 갈령 삼거리 사이 백두대간상에 있는 오육백평 정도의 고원 습지이다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 대궐터 산에 성을 쌓고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을 근거지로 활동했었다

황충장군과 싸울때마다 연전연승하자 황충장군은 견훤이 이곳 못재에서 목욕만 하면 없던 힘도

저절로 생겨 승승 장구한다는 사실과 견훤이 소금물에 약한 지렁이의 자손임을 알게되어

황충장군은 부하들 시켜 못재에 소금 삼백석을 몰래 풀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채 못재에서 목욕을 하고 힘을 잃은 견훤에게 공격을 하여 황충장군이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목욕까지 하였다던 연못에는 물이 없고 잡풀만 무성하여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수 있게 생겼다

못재를 벗어나 능선을 따라 암릉지역을 우회하고 다시 능선을 이어걷다

510봉을 지난다

낙엽송 조림지역을 벗어나 내려서면 비재가 나온다

비재는 새의 형국이라 하여 飛鳥재 혹은 비조령이라 불렀으나 최근에 와서 비재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도로가에 비조령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서 있고 이십여분이면 화남면 동관리 자연부락인

억시기 동네로 내려설갈수 있다

비재에서 다시 고도를 높여 459봉을 지나 660봉을 넘는다

점점 뜨거워지는 햇살로 지쳐갈때쯤 암릉구간을 우회하여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인

봉황산(740.8m)에 다달은다

죽어라 능선길만 걷다 주변을 돌아보니

푸른 녹음속에 아찔한 바위벼랑의 문장대는 사라졌다

멀리서 뒤따라 오던 속리산은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봉황산 정상에는 상주시청 산악회가 설치한 정상표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삼백여년전 태평한 시대에만 나타난다는 봉황새가 날아들어 삼십년을 살았다는 전설이 있으며

정상에 봉황머리를 빼어 올리고 양날개를 펼친 봉황과 같다하여

봉황산이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봉황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구십도 꺽으면 팔음지맥길로 들어설수 있다

팔음지맥은 백두대간 봉황산에서 시작하여 천택산과 팔음산 천금산 천관산을 지나

철봉산 아래 금강에서 마무리 되는 57.7km의 지맥이다

정상에서 간식으로 가져온 오렌지 몇조각을 삼키고 얼음 수건을 머리에 둘렀다

이왕지사 더운김에 남들처럼 머리속에서 땀이 나면 오죽 시원하고 좋으련만

막혀있는 정수리 땀구멍은 언제나 뚫릴런지 삼십분도 못 버티고 물이 되어 버리는

얼음 조각을 열불나는 머리에 이고 걷자니 더운날씨에 수박화채 퍼 먹고

거실에 누워 음악이나 들으면 천국일텐데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

신은 사랑하는 인간을 시련으로 단련 시킨다지만 더위와 추위속에 체온조절 하기는

시련 그이상이다

바람 살살 불어주는 이정도 더위 쯤은 아직 더위 시작도 아닌것을 알기에 

단련시키는 수밖에 딴 방법이 없다.

 

봉황산에서 화령재까지는 4.6km가 남았다

정상을 내려서면 상현리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전망대를 지나치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정상에 있던 감시초소를 1996년도 지금 자리로 옮긴것이란다

590m의 감시초소에서 450봉을 넘어서는데 오전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일행 한명이 보이지 않는다

남편은 왔던길을 이킬로여미터나 되돌아가 대간길을 벗어난 일행을 만났지만

다리에 쥐가 나고 탈진 직전의 일행에게 아스피린과 생수를 먹이며 배낭까지

대신 들고 날머리까지 무탈하게 돌아왔다

출발할때 다 같이 시작하지만 각기 다른 보폭으로 차이가 나듯이

남들에게 폐 끼지치 싫어서 먼저 쌩쌩 달려 나갔다 오히려 폐를 끼치는 형국이 되어 버렸으니

대간길에서는 한명보다는 둘셋이상 뭉쳐야 살아서 내려오기가 수월하다

독일의 물리학자인 리히텐베르크는

"오래사는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탄생과 죽음이라는 두점을 최대한 떨어뜨려

그 둘을 잇는 선의 길이를 늘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두점의 위치를 신의 뜻에 맡기고 최대한 그 선 위를 걸어 가는것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한번 사는 인생 최대의 행복을 위해 뛰어서 남을 이기고 남을 이기기 위해 또 다시 뛰고

삶이나 등산이나 마찬가지여서 자기 생을 살면되고 자기 발만 믿고 걸으면 되는것을

쉬운줄 알면서도 또한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 때문에  숨쉬며 살고 무엇 때문에 평지도 아닌 산길을 걸어 다닐까?

여태 다녔던 구간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쉽다는 구간이건만

허기사 누워서 떡을 잘못 삼키다 세상 뜨는 사람도 있으니 어디에도 쉬운일은 없고

길은 멀었다.

 

소나무 군락지를 벗어나 잡목이 우거진 능선을 내려와 320m의 화령재에 도착했다

낙동강과 금강의 분수령인 화령재는 조선시대 상주시 화서면 소재지가 화량현이었는데

이 화령현을 넘나들던 고개라 하여 화령재라 이름 지었다 한다

화령은 육이오때 칠곡군 다부동 전투 다음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화령장 전투란 1950년7월 연대장 김희준이 거느린 수도사단 17연대가 상주시 하서면 하송리와

화남면 동관리에 매복해 있다가 적인 15사단을 궤멸시켜 낙동강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최대 공헌한 전투를 말한다

1980년 화령재 고갯마루에 그날을 기리는 전적비를 세웠다

육이오는 스탈린의 승인과 마오쩌둥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으로

전장의 주역인 남북만이 아니고 미국은 첨단무기를 동원하고 중국은 인해전술로 맞섰다

남북 분단을 고착화 시켜 아직 끝나지 않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가져온 우리의 아픔이다

 

곶감과 흰쌀 누에고치가 많은 삼백의 고장인 상주가 반세기 넘게 지난 일이지만

하마트면 쑥대밭이 될뻔했다

25번 국도가 시원하게 뚫린 화령재로 내려오니 상곡리 마을 표석과 이정표가 있는

넓은 아스팔트 도로위로 오후 열기가 뜨겁게 뿜어댄다

오늘도 길에서 길을 물으며 떠난 대간여정을 마쳤다

깊고 높은 산이나 부드럽고 낮은 산이나 산에 오르는일은 힘이 든다

산자락에 기댄 조용한 동네에 유월의 숲이 초록으로 무성해지고 있었다

 

 

 

유월의 숲

 

짙은봄 저물고 봄꽃 떨어져

성큼 찾아온 여름앞에 섰더니

쾌청한 하늘위로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

산 그늘 드리우네

 

우거진 수풀 헤치고 들어서니

땅에 붙은 발은 저절로 굴러가고

수풀속으로 투명한 푸른빛이 스며 들어

내 핏줄도 푸른색 되었네

 

젊고 젖은 숨소리로

유월숲이 차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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