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5차

2016. 7. 27. 23:02백두대간


일시-2016년 7월26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용문산구간 남진

코스-큰재(320m)-683.5봉-국수봉(793m)-용문산(710m)-687봉-갈현(350m)-무좌골산

   -작점고개(340m-사기점고개(390m)-436봉-502봉-금산(370m)-추풍령(221m)

     백두대간 19.2km+접속구간 0km=19.2km 를 8시간30분 걸림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이 더워도 너무 덥다

빗줄기를 공중에서 떠다니는 물방울로 변신시키는 신기한 마술영화 '나우 유 씨미 2'에서 처럼

달구워진 지구열을 서늘하게 만들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점점 여름과 겨울 두계절로 변해가는지

작년 겨울에는 지독스럽게 춥더만  더울라면 습하지나 말거나 습하면 덥지나 말지

무슨놈의 날씨가 시키지도 않은 곱빼기로 더우면서 습해 한반도의 여름이 고약스럽게

변하고 있다 

이 무더운 날씨에 휴가 받아 타국에서 나온 둘째 딸내미하고 보낸다고

백두대간 후기는 고사하고 댓글 하나 남길 마음의 여유가 없이 일주일이 눈깜짝할사이

지나가 버렸다

오고가고 긴 시간에 비하면 너무 짧은 휴가여서 무덥지만 함께할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가까이 있는 태백에 다녀왔다

황지교를 지나 하늘 다음에 태백이라는 높은 백두대간 매봉산 구간인 바람의 언덕

풍력 바람개비가 멀리서 조망되는 태백의 해바라기꽃 구경 와보니 새삼 지난해에

두문동재에서 삼수령까지 동행했던 산우들과 그때의 바람이 떠올랐다

바람의 언덕은 탁 트인  고랭지 넓은 채소밭을 지나고 지칠때쯤 

바람맞고 시원했던 구간이었다

 

 

 

오늘의 들머리는 상주시 모동면과 공성면을 지나는 이차선 도로가 있는 해발 320m의

고갯마루인 큰재에서 시작된다

폐교를 없애고 만든 넓은 잔디밭이 있는 숲 생태원은 여름 방학중이여도 운영하지 않았다

화장실도 수도꼭지도 모두 잠겨 있어 대간길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공중화장실을 사용할수 있도록 하게끔 하는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도로를 건너 숲으로 들어서면 대간길 옆에 약초 재배지인 개인 소유지 산에는

멧돼지덫 설치와 함께 무단출입시 고발 조치 하겠다는 경고장이 긴 노끈에

매달려 있어 산삼 캐러 들어가 까딱했다간 덫에 옭매인 멧돼지꼴이 될것이다

초록으로 무성하게 자란 여름숲의 오르막을 길게 오르면 683.5봉이 나온다

내려섰다 다시 봉우리를 치고 올라서서 오늘의 최고봉인 국수봉에 다달았다

해발 793m의 일명 곰산 웅산이라고도 하는 국수봉은 이고장에서는  신성시하여

가뭄이 들때 기우제를 지냈다 한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원이 없겠지만 번들거리는 웅이산 표지석은

뜨겁기만 하다

국수봉은 2015년 5월 상주에서 웅이산으로 명칭을 바꾸어 정상석을 설치하였다

정상석에는 795m 높이로 표시되어 있다

정상은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기도 하여

국수봉에서 추풍령까지는 대간능선이 경북과 충북의 도계를 이루고 있다

국수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서다 보면 안부가 나오고

안부 왼쪽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도원이라는 용문산 기도원으로 내려갈수 있고

기도원까지는 490m라고 표시되어 있어 대간길 탈출로도 적합한 곳이다.

 

입술에 묻은 밥풀도 무겁다는 삼복지간인이라 길가의 며느리 밥풀꽃도 더위에 지친듯

피여 있다

며느리 밥풀꽃은 시어머니 심술로 굶어 죽은 며느리가 진분홍꽃잎에 흰 꽃술 두개가

마치 밥풀 두개를 입에 물고 있는 모양새로 다시 태어난 꽃이다

꽃과 풀 이름들이 얽힌 사연도 가지가지로

못 된 시어머니가 며느리 똥 눌때나 걸려 들라고

하였다는 잔가시가 달린 며느리씻개풀이라는것도 있다

요즘엔 거꾸로 며느리살이 당하는때라 시어머니랍시고 며느리한테 못 되게 굴었다가는

국물은 커녕 똥물만 뒤집어쓰고 말것이다

아들 낳고 세상 다 얻은 기분은 그때 뿐이었나 점점 멀어져가는 내 사랑이다

 

용문산 정상을 코앞에 두고 점심을 먹었다 이어 도착한 해발710m의

용문산이다

큰재에서 5.4km 떨어진 곳이다

정상에는 헬기장과 자연스런 돌덩이 하나 얹어 놓고 용문산이라 적혀 있었다

까만 대리석으로 치장한 웅이산과는 대조적이었다

용문산에서 한시간여를 내려서니 기도터인듯 시꺼먼 천막을 뒤집어쓴 을씨년스런

움막을 끼고 대간길은 지난다 

"신을 찾는것은 소를 타고 소를 사냥하는것과 같다"는 불교의 격언도 있듯

걸어다니면서도 기도 정진 할수는 없는걸까 

누가 만들었는지 진짜로 기도하는 장소인건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대간길 옆에 혐호스런 기도터는 귀신이 나오게 생겼다

그나마 해 떠있는 낮이라서 다행이다

조용한 산사를 찾았다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염불소리가 오히려 소음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눈을 자극하는 보혈의 붉은 십자가와나 화려한 건물의 치장은

천국과 극락열차 탑승에 아무 상관 없다는것을 알수있다

살면서 남한테 해꼬지 안하고 남 또한 나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다가면 족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무슨놈의 죄를 가지고 태어나 평생토록 죄를 빌며 미워 죽겠어도

미운 아이 떡 하나 더준다는 맘으로 원수까지 사랑해야한다

그나마 죄가 사하여 진다는 것이나 죄를 지은대로 태어나 다시 지은대로 되갚아지는

인과응보로 맞 닥뜨리는 분노와 악을 자비로 이겨낼수 있다는 것이나

신성한 종교의 교리는 배우기도 어렵고 실천하기는 더 어렵다

샤머니즘과 신생종교까지 합세한 종교의 한없는 자유로 종교인에게는 우리나라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푸른 눈이 수행자인 현각스님은 돈만 밝히는 한국 불교를 떠났다

"돈이 최고의 가치를 나타낼때 진리는 입을 다문다"는 러시아 속담도 있듯이

아무리 세상 만사가 돈에 복종한다지만 돈 없으면 종교 활동하기도 힘든 세상인가 싶어 씁쓸하다

어찌하든 영혼을 정화시키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할레루야 아멘이 넘쳐

더 이상 불행을 겪지 않는 민족이길 바랜다

 

별다른 표지판도 없는 좁은 안부인 갈현고개를 지나서 474m의 무좌골산을 지난다

금방 이라던 작점고개는 가도 가도 나올줄을 모르다가 돌계단 내리막을 마지막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뙤얕볕이 머리 꼭대기로 쏟아져 어질어질 할때쯤 도착했다

작점고개는 작점 마을 위를 지나는 고개로 백두대간 걷던 사람들이 지은 고개 이름이란다

작점마을에서는 충북 사람들이 고개 넘어 경상도 땅에서 여덟마지기 농사를 지었다고하여

여덟마지기 고개 또는 성황당이 있다하여 성황데이 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작점고개로는 경북 김천시 어모면과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을 연결하는 이차선 포장도로가

지난간다

정상에는 김천시가 세운 정상석과 조형물 그리고 팔각정이 있다

능치쉼터라고 명명된 팔각정 정자안 들보에는 작은 벌집이 있었다

큰재로부터 9.4km로 이제 절반 정도 밖에 오지 않았거늘 벌써 피로로 죽을상을 하면서

인증 사진한장 남기고는 팔각정 정자 마루위에 철퍼덕 뒤로 나자빠졌다

비상식량으로 일행이 건낸 포도당 두알과 찰떡을 먹을려니 숨통이 조여온다

누워서 떡먹기도 쉽지 않은일이라 얼음물을 벌컥발컥 들이키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불을 내뿜고 있는 태양이 이글거린다

지나던 마을 주민인듯 김천 마을에서 열사병으로 오늘도 한명이 죽어나갔다며

이 더위에 죽을려고 환장한것이 아니면 등산이 웬말이냐고 택시타고 십분이면 추풍령에 도착하니

그대로 내려가라 야단이다

경상도 사람들 억양이 센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줌마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먼저온 일행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그만 내려가는편이 낫겠다는 말에

잠시 이대로 포기할까 말까 갈팡질팡 흔들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복령에서 상월산과 청옥산 거쳐 박달령 구간에서 연칠성령으로 내려오는 바람에

청옥산은 구경도 못하고 오히려 빨리 내려 오려다 알바까지 하여 하늘문까지 올라갔다가 

길을 잃고 하마트면 천국행이 될뻔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일단 쓰러질때 쓰러질 망정 갈수 있는곳 까지는 가야겠다고 굳게 맘을 먹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편해지고 기운도 솟는거 같다

송호근 시인은 '우보예찬'에서"마치 장고끝에 중대사를 결재하듯 땅에 도장을 찍듯 발을 옮긴다
느릿하지만 꾸준히 천리를 가고 우직하지만 실족이 없는게 우보의 미학이다."고 표현했다

더위 그까짓거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꼴찌라도 갈때까지 가는거다.

 

작점고개에서 도로를 건너 좌측 숲길로 올라 조금 지나면 임도가 나온다 

좀더 빠른길이라길래 시멘트 도로길로 죽 밀고 올라갔더만

땡볕에 시멘트 도로가 열을 받아 오히려 더 죽을 맛이다

시멘트 도로와 숲속길을 들락날락 하며 걷는 대간길로 걸었더라면

뙤얕볕이 무서우면 금세 서늘한 숲길이 나오고 숲길이 지겨우면 풀향기와 함께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할텐데 아무튼 꾀 부렸다간 이래저래 몸이 괴롭다는걸 깨달았다

 

신예원 농장을 왼쪽으로 끼고 난함산 중계소를 오르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걷다가 숲길로 들어서 사기점고개에 다달았다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해서 난함산이라고도 부르는 묘함산 통신중계소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옥계리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연결되니 조심해야 한다

백두대간 능선보다 고도가 높은 묘함산은 능선에서 남동쪽으로 백두대간선상에서 벗어나 있다

잔봉을 하나 넘고 435.7봉과 502봉을 넘었다

수풀 사이로 걷고 또 걸어 석산개발로 절벽을 이뤄 출입금지 시킨 금산 정상을 비켜서

수풀을 헤치며 산길을 내려왔다 

산은 꼭 크고 높아 전망이 좋아야만 산이 아니라 낮고 볼품없이 작은 봉우리여도 산이라더니

높지도 않은 작은 산들이 사람 진을 쪽 빼먹고는 바람과 구름도 쉬어간다는 해발 221m의 추풍령에

걷기시작 여덟시간이 지나서 마침내 도달했다

 

추풍령은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며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이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선 철도 국도 4호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이고 군사적 요충지이다

1592년  김해성을 함락시킨 왜군은 한양을 향해 북상했다

조경과 양사준이 경상우도 지역의 관군을 이끌로 추풍역을 지키고 있었지만

왜군 복병의 기습공격으로 조경이 포로로 잡혔다

이때 돌격대장 정기룡이 죽음을 무릅쓰고 적진속에 뛰어들어 왜군 백여명을 죽이면서

조경을 구출해냈다 이런 용감무쌍한 싸움에도 추풍령 전투는 관군의 패전으로 끝났고

추풍령 동부 경상도 지방은 왜군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듬해에 의병장 장지현이 의병 이천명으로 왜군 이만명과 맞서 싸워 물리쳤고

다시 밀려오는 왜군 사만명과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다

추풍령면 사부리에는 의병장 장지현을 모신 사당이 있다

1988년 영동군이 세운 추풍령 표지석이 나무 장승과 함께 정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한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 뒤돌아 보면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노인 잔치에는 빠지지 않는다는 가수 남상규의 노래가사가 적혀있다

천상의 세계로 비상하려는 나무새인 솟대를 머리에 이고 서서 길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추풍령의 나무 장승들이 인상 깊었다

령은 큰 산맥을 가로 지르는 고개로

태백산맥을 넘는 대관령 한계령 미시령과 소백산맥을 넘는 추풍령 죽령 조령 이화령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 고속도로가 넘어가고 국토의 척량인 백두대간이 넘어가는 

우두머리격인 추풍령 고개에서 마친 오늘의 여정은 조촐한 식당에서 샤워한후

청국장으로 마무리 하였다

 

 

여름날

 

여름이 얼마나 지났는가

내 마음 어지러운 여름길 위에 서서

오늘 하루 하늘과 땅만 생각하고 싶다

무성한 나무 숲과 숲 사이 가득찬 매미소리

풀숲을 흔들어 죽음과 조우하는 여름날이다

한때는 메뚜기 잠자리 쫓아다니던 유년의 기억과

청춘의 열정으로 뜨거웠던 여름날의 아득한 추억들이

하얀 개망초꽃 위로 떠다닌다 

물기 마른 태양이 따끈해진 배롱나무사이에 박히는

여름이 왔다가  여름이 더디게 가고 있는

차라리 머리속이 텅빈 지금이 좋다

 

2016년 8월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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