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6차

2016. 8. 9. 22:44백두대간

 

일시-2016년 8월9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장소-백두대간 눌의산 구간 북진

코스-괘방령(330m)-418봉-가성산(716m)-장군봉(627m)-663봉-눌의산(743m)

   -경부고속도로-경부선철도-추풍령4번 국도변 식당

     백두대간10.9km+접속구간 0km=10.9km를 4시간30분걸림

 

 

 

 

견딜수 없는 무더위다

칠월이 더워도 너무 덥다 했더니 팔월되고 입추가 지났어도 한반도가 지글지글

끓어 오른다

이러다 초록별 지구가 폭발하면 어쩌나

시원한 알래스카로 피신하듯 여행 떠난 사람이 부럽고 

북극의 곰과 남극의 펭귄이 부럽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지금도 녹고는 있다지만 남극과 북극의 얼음땅을 떠올리면

그나마 이 무더위를 견대내지 않을까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다윗 반지에 새겨 넣은 솔로몬의 지혜의 말대로

어느날 슬그머니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목뒤로 불어오고

나뭇잎들이 꽃으로 화답하며 가을은 비밀스럽게 다가올것이다

머지 않은 가을예감으로 무더위와 잘 놀아야 겠다

 

일행을 태운 대간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타오르는 배롱나무 가로수길을 시원하게 달렸다

아스팔트가 뜨거워서 녹아 내린던지 말던지 빵빵하게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하다 못해 오돌오돌 떨려 바람막이를 껴입었던 버스에서 내려서자

해발 330m의 괘방령 도로에도 더운 지열로 연일 폭염이 실감난다

괘방령은

충북 영동군의 매곡면 어촌리와 경북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 사이의 고개로

지방도로가 지난다

'한국지명총람'에는 괘방령(掛榜嶺)으로 기록되어 있다

옛날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관문인 죽령과 조령 괘방령의 세 관문중의 괘방령은

서쪽 관문으로 주로 이용되었다

인근 추풍령이 국가 업무 수행에 중요한 역활을 담당했던 관로였다면 괘방령은 과거길이었다

과거보러 가는 영남 유생들은 죽죽 미끌어지는 죽령과 추풍 낙엽처럼 떨어지는 추풍령고개를 피하고

문경새재를 넘었다

어쩔수 없이 추풍령쪽으로 가야할때는 되도록 추풍령은 피하고

방에 이름이 걸린다는 뜻을 지닌 남쪽 고개인 괘방령 고개를 즐겨 넘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한성과 호서에서 영남을 왕래하는 장사꾼들이 관원들의 간섭을 피해 다니던 상로로서

추풍령 못지 않은 큰 길이었다

임진왜란때는 박이룡이 의병을 일으켜 이고개에 방어진을 치고 왜적을 막아 큰 전공을

세웠다

북쪽으로 일킬로 떨어진 도로변에 장군의 공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영동 김천간의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괘방령은 낮은 고개이지만

백두대간 정기가 잠시 숨을 고르다 황악산으로 다시 힘차게 뻗어 오르는 곳이며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으로 남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기도 하여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장원 급제길을 벗어나 도로 건너편 대간능선으로 올라서니 빼곡한 수풀속이

오히려 시원했다

소나기가 한차례 다녀간듯 땅은 촉촉하고 습기먹은 나무 숨결이 들린다

잡목이 심한 능선을 오르자 곧 이어 418봉을 지나면서 능선은 왼쪽으로 꺽여 내려간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고 안부 왼쪽으로는 오리골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가성산 오르는 길은 작은 봉우리들이 지루하게 오르락 내리락 이어진다

"산에 들어가니 산은 하나도 없다"는 시구절도 있더만

걸어온 마루금과 가야할 마루금 조망도 없다

나무와 잡풀만 눈에 띄는 숲길이 이어지다 한참만에

어둑한 숲길가에서 환하게 피어있는 노란 원추리 한송이와 연보라색 잔대꽃이 수줍게 피어있다

약초 캐는 사람 눈에는 원추리나 잔대 역시 약재로 여기겠지만

내 눈에는 그냥 이쁜 야생화이다

원추리는 기다리는 마음 또는 온갖번뇌를 잊는다는 꽃말을 지닌다

당태종이 어머니 사랑을 기려 후각 정원에 원추리를 심었다는 전설에서 비롯하여

중국에서는 어머니날에 카네이션 대신 원추리를 선물한다

옛날 한 형제가 부모를 모두 여의고 형제는 슬픔에 잠겨 눈물로 보내다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고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청초한 아름다움이란 꽃말을 지닌

난초를 심었다

세월이 흘러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살아갔지만 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슬픔에 잠기게 되었단다

동생의 꿈에 나타난 부모님은 "슬픔을 잊을줄 아는것은 삶의 지혜이다"는 말씀 대로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고

슬픔을 잊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원추리를 망우초라고도 부르고 부녀자가 원추리꽃 봉우리를 품고 다니던지 꽃을 꽂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하여 의남화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 황실에서는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정유물질이 있다는 원추리꽃을 말려 베개속에 채웠다고 하여

금침화라고도 한다

 

벼랑끝에 온몸이 뒤틀어진채로 위태롭게 서 있는 늙은 소나무 한그루 아래로 

뿌연 안개속에 갇힌 마을 전경이 희미하다

한시간 삼십여분을 걸어 4.4km 떨어진곳에 시멘트로 포장된 헬기장이 나오고

가성산(716m)에 도달했다

가성산 정상석은 급조한듯 겸손했다.

 

정상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길은 김천 공원묘지로 가는길이다

무성한 여름 숲에서는 여름 한철 악악 대며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암매미는 벙어리 매미이고 숫매미만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저렇게 울어 댄단다 

목소리 큰놈이 언제나 이기는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암컷 꼬시기도 힘들어

울다가 지쳐 쓰러지는수도 있어 시끄러운 슬픈 곤충이다

 

대간은 왼쪽의 잡목숲으로 한참을 내려 갔다가 다시 오르면 장군봉(627m)이 나온다

장군봉을 치고 오른 대간길은 눌의산 직전 봉우리인 663봉에 오른다

편평한 능선이 오른쪽으로 틀면서 풀숲의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을 벗어나 다시 이십여분을 지나 드디어 충북 영동군의 추풍령면과 매곡면

경북 김천시 봉산면 경계에 있는 오늘의 최고봉인 눌의산(743m)정상을 찍었다

정상은 헬기장이 있고 눌이 항산 봉수대가 있었으나 파괴되어 흔적만 남아 있다

사방으로 전망이 트인 눌의산 정상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불같이 뜨거웠다

그늘진 수풀속에 들어서 이온 음료로 목을 축이고 얼음을 머리에 다시 얹고 수건으로 동여매니

녹아 내린 물이 줄줄 흘러 온몸을 적신다

눌의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이다

급경사 지대를 내려서면 능선은 완만하게 이어지다 갈림길이 나오고

대간 선답자들의 리본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멀리 차 지나는 소리가 들려 오는거 보니 추풍령이 점점 가까워짐이 분명하다

송라마을에서 돈목마을로 넘어가는 소로길이 나오고 대간 능선은

고속도로가 나올때까지 이어진다

송라 마을로 들어서 길을 따라 내려오니 대간길은 고속도로 다리밑 굴다리를 통과한다

굴다리 따라 넓은 포도밭 사이 시멘트 도로를 걸어 경부선 철길 아래를 지나면

추풍령이 나온다

4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영남지방과 중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이고

동쪽의 묘함산(733m)과 서쪽의 눌의산(743m) 북쪽의 학무산(678m)사이의 안부에 위치하는

추풍령땅을 다시 밟았다

산에서 내려와 아스팔트 위를 걸어오는 이십여분의 시간이 불지옥만큼 뜨겁다

어머니 죽음에 눈물 흘리지 않고 단지 태양볕이 뜨겁다는 이유로 아랍인을 쏴죽인 '이방인'의

주인공인 뫼로쇠처럼 이성을 잃어 버릴만치  태양은 머리와 등짝이 벗어지게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비록 산모기와 벌레들이 달려들어 피를 뽑아먹을지언정 나무와 수풀더미가 있는

산그늘 두터운 산속이 천당이나 진배 없다

대간 출정전날 저녁으로 영계백숙에 이어 식당에서 찬물로 땀을 씻어내고

영계 삼계탕으로 몸보신했다

나이도 먹을만치 먹은 내가 몸에 이롭다고 연거푸 어린닭을 두마리나 잡아 먹었으니

과욕을 부렸다

번들거리는 입가의 기름기만큼 더위 먹은 영혼이 잠시 헤매다 깰것이다

너무 싱싱해 깊은 맛이 덜한 캠벨포도 몇알로 입가심하여

배부르고 적당한 피로가 베개인양 슬슬 잠이 온다

산림청에서는 "등산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백두대간 등산로 보호와

산림생태계 회복을 위해 국가 등산로로 지정하여 휴식년제와 예약 탐방재를 도입할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백두대간 등산하기가 어려워질지 쉬워질지 알수가 없지만

새로운 법이 생기면 지켜야 하므로 귀찮아 질것이다

폭염주의로 더워 죽을만치 힘들었던 서울보다 오히려 바람이 풀들을 흔들어주니

덩달아 나도 떠밀려 정해진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빨리 도착하여

꼴찌를 기다려보는 여유를 누려봤다

 

며칠이 지나도 식을줄 모르는 무더위를 피해 영화관으로 아들과 함께 피신왔다

천만관객을 넘었다는 좀비들의 대행진이 펼쳐지는 '부산행'을 보고 나니 세상이 어찌 변할지

아무래도 감독이나 관객 모두 더위 먹지 않고는 만들수도 볼수도 없는 영화가

사람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십육년전 아들은 태어났다

태어나느라 저도 고생하고 나도 고생한 그해 여름도 사십년만에 폭염이라고

난리를 피웠었다

나보다 커버린 아들내미로부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괴성이 좀비보다 더 무섭다고

생일기념 영화 보러왔다 핀잔만 들었다

 

지금쯤 대간길 숲속에는 검고 검은 어둠이 푸른 고독으로 여름을 한숨 돌리고 있을텐데

개구리 울음소리 들리던 아파트에서 하늘 가까운 이십칠층 아파트로 이사와 보니

포크레인 공사소리가 잠을 깨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길고 긴 여름밤 아파트 옥상 너머

옥토끼가 방아 찧고 이태백이 놀던 달이 차 오르고 있다

열흘 뒤면 모기도 입이 삐툴어 진다는 처서 아닌가

올림픽 경기보며 열흘만 잘 견뎌내자

 

 

 

여름

 

숨막히는

더운날은 짙어진 초록이 무성한

깊은 숲으로 들어 가라

 

그곳에는

익어가는 나뭇잎이 숨 넘어가는 소리

푸른것들이 웃는소리

나비의 날갯짓 소리

애타는 매미의 사랑노래 들리고

길 열어주는 새와 벌나비

부르지 않아도 몰려온 산벌레들

열매 맺으려고 지는꽃들과 피는꽃들로

여름숲이 가득 차고 넘쳐 온다

 

꽃 떨어지듯 더위야 물러가라

바람아 더위를 잘게잘게 베어 버려다오

목백일홍 석달 열흘 피고지어 돌아서도 슬픈 더위야

하늘 아래 견딜수 있는 더위만 남기고 가라.

 

2016년 8월 중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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