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3 4 5 6차 후기 2

2016. 9. 13. 14:17백두대간

 

일시-2016년 9월11일 일요일 흐리고 비

장소-백두대간 갈전곡봉 구간 남진

코스-조침령 터널 양양방향 입구-조침령-쇠나드리고개(구 조침령)-1080봉-연가리골 갈림길

    -968.1봉-왕승골 삼거리-갈전곡봉(1204m)-구룡령 옛길-구룡령

      백두대간길 20.9km+접속구간 1.7km=22.6km를 11시간30분 걸림



 


 

전날 벌에 쏘인 자리가 다행이 붓기가 갈아 앉는듯 진정되어 아들의 컨디션은

한결 나아졌다

꿀벌이어서 천만 다행이었지 말벌이었다면 대간길에 아들을 동행시킨걸 땅을 치고

후회 할뻔했다

 

여명이 밝아오기전 새벽 전등아래 차려진 아침을 먹었다

부탁해둔 밥과 김치를 넣은 도시락과 냉장고에 넣어둔 물병을 들고

조침령 터널입구까지 데려다준 민박집 주인장과 작별했다 

조침령까지 오르는 비포장도로의 안개낀 새벽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부터 산에 오르려니 발걸음을 무겁고 옷은 금방 눅눅해져 버린다

보라색 쑥부쟁이 꽃과 달맞이꽃이 새벽 이슬에 촉촉히 젖어 있었다

조침령 표지석에 다달으자 마이크는 기막히게 사람을 알아보고

안내 방송을 한다

주변이 밝아지고 조침령 표지석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해발770m의 무게감있는 조침령 표지석에서 어제 이어 다시 인증샷을 하고

신발끈을 정비하고 새로운 맘으로 화이팅를 한후 대간길로 들어섰다

 

오늘 걸을 길은 삼둔 사가리 지역으로

정감록에는 삼둔사거리를 피난지소로 기록하고 있다

삼둔은 재난이 없는 오지로 평평한 언덕인 살둔 달둔 월둔이고

사가리는 밭을 갈수있는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를 일컫는다

새 조침령 표지석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구 조침령 표지석이 있다

조침령에서 나무통로을 지나 802봉을 넘고 서너개의 무명봉을 넘는다

급하게 내리는 로프구간이 나오고 바람이 많아 바람불이 라고도 부르는

옛 조침령인 쇠나드리고개를 넘는다

새도 하루 자고나서 넘어야 할만큼 높은 고개라는 옛 조침령은 수풀에 갇혀 있다 

산죽밭속에 서 있는 쇠나드리 이정목에는 조침령 바람불이 구룡령이라는

방향표시만 되어 있다

다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여 한참을 걸었어도 이정목에는 조침령 4.1km 

갈전곡봉 12.2km라 적혀있다

아직 갈길이 멀었다

하나둘 떨어지는 빗물이 금방 그칠비가 아니어서 배낭카바를 둘러쓰고

양말에 비닐을 끼워 신발위를 덮었다

발끝에 젖은 땅이 부드럽게 닿는다

빗물에 금강초롱이 연한 하늘색으로 물기가 촉촉하다

금강초롱꽃의 전설은 옛날 금강산 깊은 산골에 오누이가 살았는데 누나가 병에 걸려

동생이 약초를 찾아 떠났다

누나는 초롱불을 들고 동생을 기다리다 산중턱에서 죽고말아 한송이 꽃을 피웠는데

금강초롱꽃이란다

음지에서는 하늘색이고 햇빛을 보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금강초롱꽃이

어두침침한 빗속에서 더욱 환하게 불밝히고 있었다

단풍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막영지의 공터가 있는 1059봉을 지나 완만하게 내리막의

연속이다

비가 내려 눈앞에 알짱거리며 날라다니던 파리떼는 없어져서 좋더고만

얼굴을 감싸는 거미줄로 연신 간질거리는 거미줄을 떼어내느라 고생이다

비올때도 설마 나올런지 진드기가 많이 있는 구역이란다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길바닥에 셀수도 없이 많다

도토리는 단풍 들기도전에 떨어져버린 젖은 낙엽과 함께 뒹군다

조심하지 않으면 엉덩방아 찧기에 딱이다

산죽밭이 나오고 이어 부드러운 구릉지역을 지나 1080봉을 지나고 연가리골 갈림길이

나온다

이어 968봉 까지 길게 잡목숲이 이어지고 오르고 내리고를 하다보면

탈출이 가능한 왕승골 삼거리 지난다

968봉에서 갈전곡봉까지 4.7km는 두시간여가 소요된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 오늘의 최고봉인 갈전곡봉(1204m)에 이른다

갈전곡봉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가칠봉과 사상봉 응봉산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일부를 이루고

소양강의 지류인 방대천을 비롯하여 계방천 내린천의 발원지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는 주워다 놓은 돌덩이인듯 고사목에 기대어 불쌍하게 생긴 정상석이

대간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갈전곡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십리쯤 뻗어나온 산줄기에는 가칠봉와 응복산이 솟아 있어

가칠봉쪽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대간 능선길로 들어서야한다

가칠봉과 응복산에서 발원하는 실룬계곡이 있어 실룬약수라고도 하는 삼봉약수는

갈전곡봉과 함께 세봉우리의 정기가 모인곳에서 나오는 악수라는 뜻으로

한국의 명수 백선에 들정도로 유명하다

이어 4.0km 떨어진 구룡령까지는 1121봉을 지나고 구룡령 옛길을 지나면

두시간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아들은 내리막에서 무릎보호대를 차고도 미끌어지는 빗길에서 계속 뒤쳐진다

나도 발걸음이 점점 느려져 걸을때마다 철떡거리는 비닐을 떼어버리고 나니 오히려 가벼워졌다

새들도 멀리 날기 위해 몸속을 모두 비워낸다는 말이 있듯이

장시간 걸을때는 배낭이든 몸이든 가벼운것이 장땡이다

오줌은 물 마신대로 나온다지만 집 나서면 늘쌍 변비로 고생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대간길을 걸어다니면서 왜 그렇게 쿨렁쿨렁 장 운동이 잘되는지 오늘도 산에서

땅을 파고 큰일을 치르고 말았다

구룡령 이킬로를 남겨 놓고 어제처럼 풀떼기만 먹었다간 내일 다리심 떨어져 못 걸을거 같아

민박집에 전화걸어 토종백숙 한마리를 부탁해 놓았다

조침령 21km 10시간 진고개 22km 11시간40분이라 적힌 이정목이 나왔다

드디어 오늘의 날머리인 구룡령까지 그동안 걸었던 대간길줄 가장 길게 무려 11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해발1100m의 구룡령은 양양에서 서남방향 백여리에 걸쳐있어 도로가 높고 험하며 계곡이 많다

홍천의 오지 내면과 양양의 오지 서면을 잇는 56번 국도사이의 이고개는

내륙과 해안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광도로로 부상하고 있다

주변에는 자연휴양림과 약수터를 비롯해 내린천과 남대천등 오염이 덜된 강들이 있어 여름철뿐아니라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구룡령이라 함은 령 정상에 오르려면 구십구곡의 우회를 한다는데서 유래되었다

청룡 황룡 두 폭포와 불바라기 약수로 유명하다

불바라기 약수는 구룡령 동쪽의 1306m의 약수산부근에는 우연의 일치인지 산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질 좋은 약수가 많이 나온다

약수산에서 발원하는 미천골에는 미천약수라고도 하는 불바라기 약수가 약수산과 갈전곡봉 사이

구룡령계곡에는 갈천약수가 있다

갈천 약수는 갈천이란는 이름은  칡뿌리로 허기를 달랠때 냇가에 칡물이 떠날날이 없다는데서

유래했다

최근에는 오색약수에 밀렸지만 지역 주민들은 갈천약수를 더 쳐주는 편이란다

 

이구간은 고만고만안 산능선으로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수풀더미가 많고

고사목과 낙엽송 아래로 떨어진 도토리와 상수리를 밟으며 인내심을 테스트하듯 끊임없이

그냥 걸어야 도달할수 있는 구간이다

물 좋고 산좋은 강원도 오지 비 오는 대간길에서 발바닥이 아프도록 걸었다

미리 나와 기다린 민박 주인장의 차를타고 이동했다

민박집은 대체로 깔끔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어차피 돈주고 사용하는 민박집에서 사생활 보호와 자유는 필수라 여긴다
저녁으로 토종 백숙을 먹고 아들과 남편은 소맥을 한잔씩 나누었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는 칠흙같이 어두워진 산골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아홉시 뉴스가 끝나자 마자 보일러가 가동되어 뜨듯해진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드러누운

아들은 어제 놀라고 오늘 긴장이 풀렸는지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마누라와 아들을 거느리고 떠나는 대간길에서 이러저런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남편은

쉽게 잠 못들다 술기운에 이내 코를 드르렁 거리며 두 남자가 합창을 한다

나도 잠깐 깊은 잠이 들었었나 빗소리에 잠이 깼다

내일 대간을 이어갈지 집으로 돌아가야할지는 새벽녘이 되어봐야 알것 같다
 

 

 

 

안개비

 

새벽 찬 이슬 아래 풀숲이 차다.

 

비 내리고 날은 어둡고 쓸쓸하여

세개의 잿빛 그림자가

안개속을 걸아가네

 

빗속에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눈앞에서 흐려지고

초롱꽃이 불 밝히네

 

꽃은 열매되어 눈부신 사랑으로

가을 바람에 실려가고 

구월 비는 내려 가을을 재촉하네

 

빗속에서 잎 떨어지지 않는

고고한 푸른 나무

침묵으로 하늘 높이 자라네

 

가까이 들리는 가을소리 차다.

 

2016년 9월 중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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