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49차 1

2016. 9. 22. 10:05백두대간


일시-2016년 9월 20일 화요일~21일 수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덕유산 구간 남진

코스-신풍령(빼재)-횡경재-백암봉(송계삼거리)-동엽령-무룡산-삿갓재 대피

      -삿갓봉-월성재-서봉 삼거리-남덕유산-서봉 삼거리-서봉-할미봉-육십령

     백두대간 31.9km+접속구간 0km=31.9km를 15시간40분 걸림

 

 

 

하늘은 미치도록 파랬다

 

계절도 모른채 여름부터 피워낸 코스모스 피는 언덕엔 고추 잠자리 날고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들판은 보기만 해도 풍성하기만 하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남한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에서 이틀씩이나

지내려니 두렵고 설레이는 맘과 몸이 되었다

햇볕에 나서면 한 여름보다 따갑고 그늘에 있으면 서늘한 날이 되어

일박이일 덕유산 종주 구간을 나섰다

 

덕유산은

북덕유산인 해발 1614m의 향적봉인 주봉과 해발 1507m 남덕유산으로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친 넓고 큰 산이다

산림청 선정 백대명산이다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눈으로 겨울 눈꽃이 자주 핀다

금강줄기인 용담호 수면의 물안개가 밤새 구름이 되었다가 덕유산을 넘으면서 찬공기와 만나

상고대가 만개하는 산행지로 최고 인기가 있는 산이다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북덕유에서 무룡산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에 이르는 주능선만도

30km가 넘는 해발 천삼백여 안팎의 능선을 유지하며 하나의 산맥을 이루고 있어 

덕유산맥으로 불린다

지리산맥 다음가는 장쾌함을 자랑한다

다만 주봉인 향적봉에서 중봉구간이 백두대간에서 벗어나 있다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벗어난 지능선에도 천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많다

향적봉 북쪽은 두문산과 칠봉이 있고 향적봉 동쪽에 지봉과 투구봉이 있으며

주능선 서쪽에는 망봉과 시루봉이 있다

덕유산은 천미터 이상의 봉우리만도 20개가 넘는다

임란등 난리를 겪을때 백성들이 산속으로 숨어들면 안개가 끼어 적군이 찾지 못하고 돌아가곤 하여

덕이 큰산이라는 뜻의 덕유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구씨와 천씨가 많이 살아 구천동이라 불렀다는 무주 구천동을 품에 안고있는 산이다

무주구천동은 금강이 지류인 남대천으로 흘러드는 삼십여킬로의 심산유곡의 대명사로 통한다

기록에 덕유산이란 이름이 처음으로 나타난때는 15세기말'신증동국여지승람'이다

이중환의'택리지'에도 덕유산이라 하고 "흙산인데 구천동이 있어 천석이 깊숙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덕유산 종주길은 태백산에서 이어진 백두대간이 서남쪽으로 뻗으면서 소백산 속리산등을 솟아오르게 한후

다시 지리산으로 가는 도중이다

그 중심부에 빚어놓은 빼재에서 육십령까지 이어지는

낙동강의 영남땅과 금강의 호남땅을 가르면서 아우른다

남단에 있는 육십령을 넘어 영취산에서 호남을 다시 남북으로 가르는 호남 금남정맥이

뻗어나가고 있어 지형상으로도 중요한 자리를 점하고 있다

 

들머리인 빼재에서 대간꾼 일행들을 풀어 놓았다

37번 국도가 지나는 신풍령이라고도 부르는 빼재는 고갯마루에는 秀嶺이라는 표석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이름이다

본래 이 고개 부근에는 삼국시대부터 신라와 고구려 백제의 접경지역으로 전략의 요충지여서 많은 전투가 이곳에서 치뤄졌었다

그에 따라 민관군이 이곳에 뼈를 묻어야 했고 임란당시에도 주민들은 산짐승을 잡아 먹으며 싸워 사람과 동물의 뼈가 많았다 한다

또한 사냥꾼과 도적들이 잡아먹은 동물뼈가 가득 쌓여 있었다 하여 뼈재라고 불렀다

뼈재가 경상도 발음으로 빼재가 되었는데 이를 한자로 옮겨 적으면서 빼를 빼어나다로 해석하여

빼어날 秀자를 쓴것이다

또 다른 이름인 신풍령은 추풍령을 본 떠 바람도 쉬어넘는 새로운 고개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고

상오정 고개는 고갯마루 북쪽 무주에 있는 상오정 마을에서 빌려와 붙인 것이다

고개 남쪽에는 신풍령 휴계소가 있다

 

파란 하늘은 맑고 공기는 시원하여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사과의 고장인 거창에서 알리는 백두대간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했다

고개마루에 없어도 될 秀嶺 표석을 지나 대간길을 시작된다

서서히 치고 올라서다 몇개의 잔봉을 넘어 한시간여만에 가볍게 빼재에서 3.1km 떨어진

1210m의 갈미봉에 도달한다

한차례 내렸다가 다시 오르막을 올라서 표지석 대신 잡풀과 억새사이의 이정목이 서 있는 

1263m의 대봉에 다달으니 가야할 전방에 지봉과 멀리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이

높이 솟아 있다

대봉에서 조금 내려서면 투구봉쪽 능선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대봉과 못봉 사이의 안부격인 월음령의 원래 이름은 달음재였다

월음령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월음령을 지나친 대간길은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올라 지봉이라고도 부르는

못봉에 오른다

옛날에 이곳에 연못이 있어다는 전설이 있다 하늘 가까운 높은 곳에

연못이 있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싱싱한 억새풀과 잡풀들 사이로 오르막을 올라 지봉 정상에 선다

해발 1343m 지봉 정상에는 두개의 표지석이 서 있다

가야할 백암봉 봉우리를 바라보고 대간길은 다시 아래로 내린다

지봉 안부에서 횡경재는 금방이다

빼재에서 8.0km 떨어진 횡경재는 송계사와 백련사를 이어주는 고갯길로

싸리나무가 많아 싸리등재라고도 부른다

횡경재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다 다시 꾸준히 오르면 백암봉 봉우리에 올라선다

안성방면으로 하얀암봉을 내리고 있어 이름 붙여진 해발 1503m의 백암봉은

흰바위봉이란 뜻으로 바위색이 연한 회색빛을 띄었다

안성방면으로 삼각형으로 솟아오른 가새봉이 그 아래 망봉까지 지능선으로 이어진다

향적봉과 중봉이 백두대간과 분기하는 장소인 이곳에서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으로 갈라진다

빼재에서 내려온 백두대간은 덕유산의 한가운데인 백암봉에서 동엽령으로 굽이치고

덕유의 주능선은 덕유평전을 지나 중봉 너머 향적봉으로 솟구친다

무주 구천동으로 내려가려면 중봉 못미쳐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오수자굴을 경유한다

백암봉에서 동엽령까지 2.3km는 고도를 낮추면서 쉽게 오르내리는데

백암봉의 회색바위를 벗어나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이어지는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길로

발바닥이 아파지기 시작한다

바위틈새에서 피워낸 구절초가 구월의 싱그러움을 더하고 가을은 이미 와 있었다

덕유산 곳곳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지천으로 핀 구절초 옆에 앉아

쉬어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아도 꽃향기만 배웅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노천명의 '만추'에서 "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처럼

가을이 채 오기도 전에 몸부림치는 억새꽃 사이로 가을이 빠져나가고 있어

가을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는다

굽이쳐 지나온 산능선과 가야할 산능선에 중간에 선 나도 산이 된듯

연해지는 푸름과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칠연삼거리를 지나 경상도와 전라도의 토산품을 교역하기 위해 넘나들었다는 재인

동엽령에 다달았다

싱싱한 억새가 오후 햇살에 반짝이고 갈길은 아직이다

산죽밭과 잡풀밭을 헤쳐 다시 돌탑이 놓인 무명봉을 넘어 햇살이 서산으로 기울여져 갈 무렵

1491.9m의 무룡산에 올랐다

무룡산은 덕유 주능선의 중간쯤에 있는 산으로 정상목에는 삿갓재 대피소 2.1km 남덕유산 6.4km

향적봉 8.4km라고 적혀있었다

길게 나무계단을 내려와 낮은 무명봉을 오르고 내려 오면서

산중에서는 해가 눈깜짝 할사이에 떨어진다더니 진짜 갑자기 어둠이 찾아왔다

어두침침한 눈을 밝힐 해드랜턴을 켜고 헬기장을 지나고 힘 풀려가는 두 다리와

허기가 몰려오는 피로한 몸으로 드디어 오늘 하루 묵을 삿갓골재 대피소에 도착했다

고기를 구워먹고 앞 뒤 분간이 어렵도록 까맣게 변한 대피소 앞마당에 나와보니

금세 부들부들 떨려와 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산이 되고 말았다는 말이 실감났다

고단한 여정을 마친 어둡고 긴 산중의 밤은 언제쯤 새려나

별은 떠오르고 하루는 길었다

 

 

해가 지고

 

가을이라 해 떨어지는 순간이 더 미치도록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산길 끝나는곳으로 흩어져 버린 햇살이

슬픈 꿈을 아쉬워하는 그리움만 남기며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져 버렸습니다

나뭇 가지로 파고드는 찬 바람과

외로움이 폐부로 스며드는

별과 달이 뜨는 깊은밤이 되었습니다

오늘 가기전에 별을 세다 별이 될지언정

푸른별에 비밀을 풀어내며

잊었던 참회록을 적습니다

돌처럼 박힌 아픈 별은

다시 채워가는 달처럼 불 밝혀

영혼의 숨결로 보답합니다

해가 지고 달이 뜨면

모두 내어 주고 잠들어 갑니다

 

2016년 9월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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