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0차 후기

2016. 9. 26. 10:00백두대간

 

일시-2016년 9월 27일 화요일 흐리고 맑다 다시 흐림

장소-백두대간 삼도봉 구간 북진

코스-덕산재(644m)-부항령-백수리산-박석산(1175m)-삼도봉(1177m)-삼마골재-해인리 마을회관

       백두대간 14.0km+접속구간 3km=17.0km 를 7시간 걸림

 

 

 

 

오십차 백두대간을 마쳤다

자정 넘어 집에 돌아와 서너시간 자고 나서 사흘동안 제주의 비바람을 맞았더니

바람에 휩쓸려간 대간길은 잊어 버리고 말았다

나흘만에 노트북을 열어 그날의 사진을 보니 남는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마따나

가을 초입에 여름보다 끈적였던 기억의 실마리가 하나 둘 열린다 

 

떠난 여름이 다시 왔다

 

덕유산 인터체인지를 통과하여 羅濟通門으로 들어선 버스는 잠시 쉬었다

통일문으로 부르는 라제통문은 무주군 설천면에서 무풍면으로 가는 도중

설천면 투길리 신두마을과 무주군 이남마을 사이를 가로 질러 암벽을 뚫은 통문을 말하는데

일제 강점기에 무주에서 김천과 거창으로 이어지는 우마차 통행을 위해 굴을 뚫었다고 한다 

무주읍에서 동쪽19킬로미터의 설천은 옛날 신라와 백제의 경계에 위치하여

두나라가 국경 병참기지로 삼아 국경을 다투는 분쟁이 자주 일어나 전쟁터가 되었다

한반도 남부의 동서 문화와 교류되던 관문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에 이르기 까지

풍속과 문물이 판이한 지역이었던 만큼 지금도 언어와 풍습등 특색을 간직하고 있다

무풍은 백두대간의 서쪽에 있으면서 행정구역상으로 전북 무주군에 속하는데

설천 장날에 가보면 사투리만으로 무주사람과 무풍 사람을 가려낼수 있다

무풍말씨는 행정구역에 속하는 무주의 전라도 말씨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교류가 빈번했던

백두대간 너머 김천의 경상도 말씨에 가깝단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얘기도 있듯이

억양이 억센 경상도 사람 셋이 술 한잔 하고 이야기하면 싸우는 소리처럼

귀가 따갑다

 

다시 버스는 이동하여 무풍면을 지나 오늘의 들머리인 해발 644m의

덕산재에서 내렸다

덕산재는 전북 무주군 무주읍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다

무주 33경중 하나인 라제통문을 지나 삼도봉과 대덕산에서 흘러내리는

남대천변을 따라 가다보면 닿는 고개마루가 덕산재이다

1914년 덕산리와 주치가 통합되면서 경북 김천시 대덕면에 편입되어

덕산리 마을로 태어나게 되었다

 

거대한 표지석 옆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유혹한다

역시 코스모스는  한곳에 모여 있어야 극치의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구름낀 하늘 아래로 봄꽃 보다 환한 가을 코스모스밭을 너머 대간길로 접어들었다

초반부터 오르막이다

834봉이 나올때까지 계속 오름길은 가파랐다

오름은 가파르고 내림은 완만한 산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시작부터

열기가 올라오는 몸은 끈적끈적 덥다

능선옆에 환한 불을 밝히듯 천남성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한약재인 부자와 더불어 사약의 재료로 쓰인다는 천남성은 '동의보감'에는

"쓰고 독이 있어 중풍을 낫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가슴을 편하게 하고

종기를 작게 하여 파상풍을 낫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혈류량을 증가시켜 적당양을 사용하면 막힌 혈관을 풀어주고

과용하면 몸안의 모든 장기에서 내출혈을 일으켜 사약을 먹고 입에서 피를 토하는 이유가

천남성의 독성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독풀과 독버섯이 유혹하는 대간길을 걷고 있다

죽고 싶으면 얼마든지 능선 아래로 떨어져 죽든지 지천에 있는 독이든 풀과 버섯을 뜯어 먹든지

골라서 죽을수 있는 길이라 대간길은 무섭다

대다수 사람들이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싶을때 삶의 끝에 이르렀음을 발견하듯이

삶은 오르고 내리고 수 많은 우여곡절 끝에 종착역이 가까워진다

해월 최시형은 "한 평생 고생이라고 생각하면 고생 아닌 일이 없고

낙으로 생각하면 낙이 아닌 일이 없다"고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삶도 사랑만큼이나 언제나 서툴어 대간길은 삶을 닮았다

 

잡목숲에 가려진 능선길에는 벌써 낙엽송이 단풍 들기도 전에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을 떨어뜨려 낙엽들이 흙과 버무려지고 길은 폭신했다

쭉쭉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쨍 하니 뜬 햇살이 눈을 찌른다

급경사를 올라 870봉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853.1m에 이르면 헬기장이 지나고

한참만에 덕산재에서 5.2km 떨어진 부항령에 다달았다

부항령은 백두대간 고개중에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최북단의 고개로

경북 김천시 부항면 어전리 가목마을과 전북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 쑥병이 마을을 잇는

해발 680m의 고개이다

부항령 고개 동쪽 마을 형국이 가마솥 같이 생겼다 하여 가매실 또는 가목이라 불리다가

한자인 가마釜 목덜미項으로 바뀌었다 한다

삼국시대 무풍이 신라에 속할때 덕산재 소사고개와 더불어 변경을 잇는 주요 통로였으며

부항령 아래에는 삼도봉 터널이 지나고 있다

부항령 고개에는 긴 나무 의자가 있어 오랜만에 점심을 의자에 앉아 먹을수 있었다

 

부항령을 벗어 나자 다시 가파르게 오른다

무명봉을 지나고 갈림길을 지나 묘가 있는 960봉을 지나서 삼십여분을 급하게 내렸다

다시 급하게 올라 헬기장이 나오고 부항령에서 2.2km 떨어진 1034m의 백수리산에

도달했다

백수리산은 무주 설천면에서 볼때 눈이 많이 쌓여 수리를 닮은 봉우리가 하얗게 보여

백수리산으로 불러졌다고 전한다는 말도 있으나 수리라는 말은 순 우리말로서 높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능선길은 올랐다 내렸다 아주 죽을 맛이다

아직 반도 못 걸었건만 바지와 소매를 걷어 올려도 숨은 턱턱 막히고 벌써 몸은 지쳐 간다

백수리산 정상을 벗어나자 가야할 박석산과 멀리 구름에 안긴 삼도봉 봉우리가 어서 오라

손짓한다

 

대간길 산마루금은  경상북도와 전라북도를 가른다

한시간여를 걸어 갈림길을 지나고 해발 1170.6m에 삼각점이 있는 박석산이 나온다

다시 박석산을 내려서면 나무 데크 육교를 건넌다

길은 잡풀과 억새사이를 걸어 잔봉 서너개를 넘나들며 참나무 아래 산죽밭과 가을색으로 변해가는 낙엽송의

아래를 걷고 또 걸어 삼도봉을 향해 걷는다

갈림길에 도달했다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 해인리 산장이 나오고 서쪽으로 내려가면 설천면으로 내려간다

갈림길에서 삼도봉은 0.1km 가까이에 있다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인 삼도봉에 도달하니 습기를 먹은 지친 몸은 무겁고

머리가 띵하고 발가락에 쥐가 나고 기운도 없다

남은 간식거리로 요기를 하고 근육 이완제 한알과 생수를 들이켰다

해발1177m의 삼도봉은 충북 영동군 상촌면 전북 무주군 설천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에

걸쳐 있는 봉우리로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었던 역사의 현장이다

조선 태종대인 1414년 조선을 8도로 나누었다 팔도강산은 조선을 말하는것이고

이 봉우리에서 3도가 나뉜다고 하여 삼도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말 그대로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북쪽 충청도 황간에서 물한계곡으로 오르는길 서쪽 무풍 대불리에서 오르는길

김천 해인동에서 오르는길로 진입로가 셋이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누비고 다녔다는 백두대간 능선길 민주지산 끝자락 봉우리마다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 삼도봉에서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늠름한 산줄기가 뻗어나간다

운무로 꽉차 앞뒤 능선 분간이 어려운 정상에는 살아있는 호랑이 대신

세마리의 거북이 등에 태운 세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이고 있는 형상의 화강암으로

조성된 삼도화합비가 크게 자리잡고 서있다

매면 10월10일 삼도의 제주들과 주민들이 모여 화합을 도모하고 제를 올린다고 한다

대간길은 석기봉쪽이 아니고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삼도봉에서 0.8km 삼마골재 까지 내려와 3km 해인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이었다

이정표에는 산불 감시 통제소까지 2.3km로 적혀있으나 그건 새빨간 거짓말 같았다

이제는 그만 너덜 바위길에서 주저 앉고 싶을 즈음에 해인리 마을 입구에 다달았다

어둠이 내린 산장에서 허기진 배와 텅 비어버린 기운을 보충하고 마을로 내려왔다

가을 밤 공기가 와락 서정으로 달려온다

 

짜증나고 성가신 여름이 낙마 했는줄 알았더만 온몸으로 감겨오는 습기로

스멀스멀 땀은 나고 기운 떨어져 대간꾼들 중에는 비교적 쉬운길이라던 구간을

나는 너덜 접속을 만나 죽지 못해 간신히 통과한 구간으로 기억 될것이다

어디 하나 편하게 대간길은 열어주지 않았다

 

 

구월이 가네요

 

여름과 가을이 바통터치 하는 계절

구월이 시월 앞에서 그리움으로 물러가네요

 

천지가 푸르고 눈부신 햇살은

높은 하늘속으로 빨려 들어 가네요

 

억새 머리채 흔들리는 바람 한점에

여름내내 쏟아졌던 폭염도 들녘에 뿌리네요

 

길가에 피워낸 들국화와 쑥부쟁이도

가을 이미지를 안고 피네요

 

떠나는 여름을 위하여

고추 잠자리 원 그리며 날아 가네요

 

구월에 지다 남은 꽃들이 울고 있네요

오래 보고 싶었던 시월이

아,지금 오네요

 

2016년 10월 초 씀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 52차 후기 1  (0) 2016.10.13
백두대간 51차 후기  (0) 2016.10.05
백두대간 49차 2  (0) 2016.09.22
백두대간 49차 1  (0) 2016.09.22
백두대간3 4 5 6차 후기 3  (0) 201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