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5차 후기

2016. 11. 9. 11:30백두대간

 

 

일시-2016년 11월8일 화요일 흐리다 맑음

장소-백두대간 백운산 구간 남진

코스-무룡고개-영취산(1075m)-백운산(1278.6m)-중고개재-중치-광대치-대상동 경로당-대안리 주차장

       백두대간 10.8km+접속구간 3.3km=14.1km를 5시간 20분 걸림

 

 

 

버스 기사가 또 바뀌었다

지난주 단풍구경 가던 산악회 관광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안그래도 정작 등산 하는거 보다 산악회 버스 타고 가는일이

매번 부담스러운데 걱정도 팔자라더니 더 걱정이 된다

월 로저스는 "걱정은 흔들의자와 같다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저런 일어나지도 않은 걱정으로 괜한 기운만 빼려면

가만히 집에만 앉아 있어야 하고 그러다간 구경은 커녕 백두대간도 마치지 못하는

한심한 꼴이 되고 만다

백두대간 버스차량이 세번째 바뀌고 운전기사는 서너번은 더 바뀌었다

새가 되어 날라 갈수도 없고 무사고만 바랄뿐이다

 

들머리까지 무료하고 긴장된 세시간 삼십여분을 보낸후

해발고도 900m의 무룡고개에 도착한 버스에서 후닥닥 내려 찬공기를 들여 마셨다

뱃속까지 시원하다

겨울채비를 하고 왔어도 오르막에서는 금세 더워진다

가다 멈춰 옷 벗는고 꾸물대다가는 앞사람 꽁무니 따라잡기도 바빠

처음부터 티셔츠 한장만 입고 출발했다

엷은 구름이 해를 가려 손끝이 시리다

장갑을 끼고도 써늘하게 몰려오는 찬바람은 금세 귀와 코로 들어와 오싹해진다

빠르게 올랐다

보름전에 올랐던 영취산에 다시 섰다

해발고도 1075.6m의 영취산은 전북 장수군 번암면과 경남 함양군 서상면의 경계이다

백두대간에서 금남 호남 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고

동북으로 낙동강 서쪽으로는 금강 남쪽으로 섬진강이 흐르는 세강의 분수령이기도 하다

북으로 남덕유산이 서로는 장안산 남으로 백운산이 흐린 하늘에 희미하게 조망된다

정상 이정표에는 육십령 11.8km 중치 8.2km로 적혀 있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논개의 의로운 이야기로 뿌듯한 오른쪽의 장수와

최치원을 비롯한 김종직 정여창등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왼쪽의 함양을 안고 달린다

1066봉의 선바위 고개를 넘고 산죽밭과 싸리밭을 걷고 걸어 오늘의 최고봉인

백운산에 도달했다

해발 고도 1278.6m의 백운산은 년중 절반 이상 하얀구름이 머문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가장 흔한 이름의 백운산은 전국에 삼십여개가 된다

호남정맥이 지나는 전남 광양의 백운산과 한북 정맥이 지나는 경기도 포천의 백운산

강원도 홍천의 백운산과 정선의 백운산이 유명하다

오늘의 백운산은 정선의1426.2m의 백운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옛부터 전략적 위치에 있었던 백운산은 지리산과 덕유산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로 이용되면서 빨치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산이다

암봉이 없는 육산이지만 산세가 가파른 오르막이다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금원산과 기백산이 북쪽으로는 덕유산

서쪽으로는 장안산과 팔공산 남쪽으로는 지리산이 병풍을 두른듯이 있다

솜털같은 흰구름에 살짝 가린 지리산 천왕봉과 백두대간 능선들이 구름위로 솟았다

지난달 지리종주를 어떻게 다녀왔나 생각만 해도 아득한 꿈속인듯 파란하늘에서

출렁거린다

정상에는 크고 작은 두개의 정상석이 있었다

정상석 위로 하늘이 파란 물감 칠을 해놓은듯 유달리 파랗다

점심 장소로 안성마춤인 정상의 양지바른 헬기장에서 간단 점심요기를 했다

잠깐의 휴식에도 지리산과 덕유산을 쓸고 내려온 바람인지  

온몸이 떨려서 다시 움직여줘야 한다

백운산 정상을 내려와 암릉길을 지나고 2.6km 떨어진 중고개재에서

다시 1.8km 떨어진 중치까지는 연신 내리막이다

어느덧 거의 다 떨어져 가는 나뭇잎들로 바닥은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고

깊어만 가는 가을 낙엽길이다

거의 육백미터의 고도를 내려 중치라고도 부르는 중재에 다달았다

중재는 가운데에 있는 고개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백운산과 월경산의

가운데라는 의미이다

이정표에 적힌 해발 고도 650m의 중치에서는 지지리 마을과 이고개 이름을 딴

중재 마을로 이어지는 넓은 농로가 나 있다

서쪽으로 장계와 번암면을 연결하는 이차선 포장도로가 남북으로 진행한다

중기부락으로 이어진 농로를 따라 백여미터 가서 계곡으로 내려가면

식수를 얻을수 있다

백두대간을 소구간으로 끝을수 있는 고개이다

넓은 안부의 중재를 벗어나 잣나무 숲 오르막을 오른다

여기저기 나무계단으로 새길을 내려는 작업들이 부산했다

이어 월경산 삼거리가 나온다

해발 고도 981.9m의 월경산은 백두대간길에서 이백미터 비껴있다

월경산은 한달에 한번씩 피흘리는 여성들의 달거리가 아니라 산마루에 걸친 달빛이

거울처럼 밝게 빛나서 얻은 이름이다

이어 광대치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왼쪽으로는 약초시범 단지인 사유지 산으로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오늘의 대간길은 광대치에서 끝이 난다

해발 고도 800m의 광대치는 장수군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지리 계곡과

함양군 대안리를 나우는 고갯길이다 

광대치는 넓고 큰 고개라는 뜻이다

완만한 시멘트길로 내려서다 다시 숲길로 들어갔다 개울을 건너고

다시 시멘트 도로가 나오면 대상동 경로당이 나온다

이어 마을 입구까지 삼백여미터를 걸어 내려온다

마을길에는 가로수로 손색없는 감나무가 시글시글하다

떨어진 홍시를 주워먹는 즐거움과

삐삐와 억새 떨구는 늦가을 정취에 피곤한줄도 모른채 아름다운 길을 걸었다

월경산 끝자락에 모여사는 대안리 마을은 어머니 품안 같이 포근하고 아늑하여

편안한곳이라하여 안골이라고 부르다가 마을명이 대안리로 변했다고 한다

팔십년대 초까지 한지를 생산하였고 보통감보다 작고 씨가 없이 맛이 달다는 

고종시 곶감이 유명하다는 마을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집 울안에서는 할머니들이 곶감 만드는 감을 깍고 있고

집집이 곶감 말리느라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풍수지리를 몰라도 뒤에는 산자락이 감싸안고 집 안으로 들어온 개울물에 

주렁주렁 달린 주황색 감이 많은 마을이 무척 평화로워 보여

노래가사로 더 유명한 정지용의 '향수'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가 입안에서 맴돈다

그나저나 산골에 기대사는 주민들은 논농사도 없을테고

가을에는 떨어진 감과 사과만 주워먹어도 배터지게 먹겠지만

산나물을 팔아서 연명하며 살고 있을까 라고 의문이 들었다

백운산장이라는 시골 음식점에 들러

진짜백이 시골 토종닭과 산나물 한끼 장사로 수십만원을 버는걸 보니

어디서든 부지런을 떨면 먹고 살기 마련인가보다

백두대간길이 이정도만 되면 누구나 걸을수 있을테지만

대간길과 닮은 인생길이 어디 편안한길만 있던가

오르고 내리고 숨막히고 때론 숨터지며 살아가듯

백두대간길도 오르고 내리고 구부러지고 휘어지고 이어진다 

앞으로 네번의 여정이 남아있다

 

 

십일월

 

스산한 늦가을

상실의 계절 침묵을 만든다

은행나무는 노랗고 단풍나무는 빨갛게

서리꽃 피고 나뭇잎 지니

작은바람에도 바삭거린다

상수리 나뭇가지에

가을이 깊이 든다

 

산그늘 지는 산골에 새떼가 내려앉고

바스락 거리는 마른 낙엽 소리 

가을풀이 섞는 소리

감나무 등불 비추는 고향길섶에서 

어머니는 감을 깍는다

낙엽이 또 한잎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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