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7차 후기

2016. 11. 16. 09:49백두대간

 

일시-2016년 11월22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아막성터 구간 남진

코스-복성이재(550m)-흥부묘 갈림길-아막성터-781봉-시리봉 삼거리-새맥이재-사치재

   -유치재 삼거리-매요리

    백두대간길 10.3km+접속구간 0km=10.3km를 3시간 40분걸림


 


오색찬란했던 단풍은 떨어졌다

 

부정부패와 집단 이기주의가 드러난 시끄러운 세상보다

태어난곳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낙엽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임금이 덕이 없고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재앙을 보내

하늘이 경계시킨다."광장에서 후손의 역사를 지켜보고 서 있는

세종대왕의 말씀이다 

마키아 벨리가 군주의 덕목과 방법을 기술한 '군주론'에도

"지도자의 성공은 운명과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나온다

백성이 곧 하늘이건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위정자로 인해

슬픈 민초들은 위로가 필요하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어디 하나 안걸린곳이 없이 캐면 캘수록

비리들이 고구만 줄기처럼 뽑아져 나온다

안그래도 가는 계절에 이별의 손수건인양 떨어지는 낙엽으로 만추가 쓸쓸한데

갑자기 찬바람 불어대니 이제는 진짜 겨울인갑다

하늘과 땅이 알고 사람만 모르는 진실이 흩어지는 늦가을 저녁빛처럼 

희미하여 아쉬운 시간만 흐른다

언젠가 구름이 걷히고 믿음이 생겨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날이

오기를 바라며 막바지에 이른 대간길에 올랐다

오늘의 들머리인 전북 남원시 아영면 성리의 복성이재에서 대간걷기는

이어간다

해발 고도 550m의 복성이재에서 낙엽 깔린 대간숲으로 1.2km 올라서면

흥부묘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에는 1.5km라고 적혀 있다

이어 이백미터를 더 가면 아막성터가 나온다

아막성터는 시리봉과 봉화산 사이에 있다

아영고원 줄기에 자리한 산봉우리를 돌로 에워싼것으로 둘레가 633m가량이다

아막성터의 아막은 드넓은 언덕을 뜻한다

백제와 신라의 영토 쟁탈지였던 아막성터에서 백제 무왕 3년(602년)에

백제가 아막성을 공격하였다

이 전투에서 백제는 대패하여 사만군사를 잃었다

성의 동서 북쪽 테두리의 성문터와 북쪽의 성벽은 네모난 돌로 쌓은 흔적이 남았으나

천사백여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대간꾼들이나 지나는 길이 되고

성돌을 쌓아 올린 작은 탑들만 남아 있다

백제 무왕의 한이 서린 역사의 현장을 벗어나면

싸리나무와 철쭉 군락지의 대간길은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781봉을 넘는다

이어 낮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 1.7km 떨어진 시리봉 삼거리에 다달은다

시리봉은 대간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다시 완만한 내리막을 내려 새맥이재를 넘는다

아곡리 당동마을과 논곡리를 이어주는 옛고개인 새맥이재는

새의 목처럼 잘록하게 생기데서 얻은 이름이다

새맥이재를 벗어난 능선길은 이십여분만에 693봉을 지난다

능선길에 마지막 늦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춤에 정신이 팔려

이리저리 폼 잡고 사진 찍다 그만 사치재 전에 앞서간 대간꾼들이

붙여놓은 띠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산불감시초소에서 곧장 내려서서

한참을 걸어왔다

잘못 들어온 길인줄 알면서도 앞사람의 발자국만 따라가다보니

동물이나 다닐만한 작은 잣나무 사이를 비집고 걸었다

나뭇가지들이 얼굴과 목을 할퀴며 옷속으로 파고 들어 등이

따끔거린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우회도로인 생태터널위로 올라서

호남과 영남을 질주하는 88 올림픽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아스팔트 도로위로 한참을 걸어 유치재 삼거리에 다달았다

안그래도 시리봉으로 가는 대간길 사면에는

1994년과1995년 겨울 두번의 불난 흔적으로 휑한데

사치마을 앞산은 벌목작업으로 벌거숭이 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을 포장도로를 따라 폐교된 운성초등학교를 지나

날머리인 매요리 마을에 도착했다

매요마을은 지세가 말의 형국을 닮았다고 하여 마요리로 불렸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후에 사명대사가 산천을 유람하다

마을에 매화의 정기가 감도는것을 보고 매요리로 고치는게 좋다하여

마을 이름이 지어졌다한다

 

대간 종주자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술 한잔 마실수 있다며

대간의 명물이라는 매요 휴계소에서 라면 국물로

떨리는 몸을 녹였다

연세가 팔순이 넘어서 돌봄이 필요한 할머니라서 그런지

지저분한 거실겸 방겸 부엌겸인 휴계실에서는 먹고 싶은 사람이 직접 라면을

끓여 먹어야 했다

김치값도 요구했다는걸 보니 지금의 시골 인심은 예전의 시골인심이 아니다

새벽에 집 나와 왕복 열시간의 이동시간에 비해 터무니 없는 짧은 산행을 하였어도

몸의 피로는 매 한가지였던 하루가 지났다

일주일전만해도 여름같은 가을날이었다가 하루아침에 겨울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하는 변덕스런 날씨가 꼭 요즘 돌아가는 세상같다

당태종을 만든 명신중의 명신으로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위징은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물위에 뜬 배이며 민심이 흔들리면 배가 뒤집힌다"라고 했다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듣고 보는것으로도 상황 파악이 되련만

어리석은 사람은 당해봐야 안다

花無十日紅이요 權不十年이거늘

변하지 않고 영원한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져도 세상과 떨어져 지독한 외로움에 갇혀있는거보다는

일행들보다 떨어지는 체력을 빼면 어디 특별히 고장난거 없이

자유자재로 팔다리 흔들며 낙엽 뒹구는 우리땅 허리인 백두대간길을 

걸어다닐수 있는게 어쩜 행운이다

 

 

십일월

 

목덜미로 찬 겨울 기운 드리운다

낙엽진 백두대간길을 가슴에 담으며

내 삶에 공기처럼 스며드는 인연 만나고

서린 내린 바람길을 구름과 안개 밟으며

꽃보다 진한향기로 쏟아지는 인연 만난다

설악산에 눈 내린 소식 들려오고

해질녘 텅빈 마음 찬서리 내린다

2016년 11월 하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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