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6차 후기

2016. 11. 16. 09:43백두대간


일시-2016년 11월15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봉화산 구간 북진

코스-복성이재(550m)-치재-매봉-꼬부랑재-다리재-봉화산(920m)-광대치(800m)-대상동 경로당

   -대안리 주차장

       백두대간 8.7km+2.8km=11.5km 4시간 30분 걸림


 


 

이른 새벽 이십일세기 들어 최대 크기의 휘영청 둥근 수퍼문을 바라보며

집을 나섰다

벌서 십일월도 중순이다

꽃 피고 녹음 무성했던 계절은 지나가고 그리움과 사색의 계절이다 

갈색으로 변색된 고속도로 주변의 들판과 야산이 황량한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났다

들머리인 복성이재는 바람 한점없이 따스한 아침 햇살이 내린다

이고개는 전북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의 경계를 이룬다

복성이재의 산줄기는 시리봉과 봉화선을 잇고 물줄기는 낙동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다

임진왜란을 예언했던 조정의 양곡관리를 맡고 있던 변도탄은 천문지리에 밝았다 

어느날 천기를 보고 국가에 전란이 일어날것을 예측하고 대비할것을 상소하였으나

평화로운 기운을 어지럽게 한다하여 관직을 삭탈당했다

그후 전란에 대비해 피난처를 탐색하던중 천기의 기운이 북두칠성 중에

복성 별빛이 남쪽으로 비쳐 별빛을 따라 지리산으로 향했다

별빛이 멈춘곳에 자리를 잡고 움막을 짓고 살았는데

거기에 두었던 쌀자루를 나중에 군량미로 사용했다 하여 복성이재라 하였다

이후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복성이 마을을 이루었다

복성이재의 남쪽에서는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서로 주도권을 잡기위해

영토 쟁탈전을 벌였는데 백제에서는 아막성 신라에서는 모산성으로 불리던

아막산성이 있다

 

지방도로가 지나는 복성이재에서 대간길 숲으로 들어서면 완만한 오르막 시작이다

소나무 군락지를 벗어나서 이십여분 걸어 복성이재에서 일키로 떨어진

치재에 이른다

치재는 언덕위의 고개로 동쪽으로 난 임도로 내려가면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와서

자리를 잡았다는 흥부마을의 발상지인 성리마을이 나온다

이어 해발 고도 712.2m의 매봉 봉우리 정상이다

매봉 정상석을 내려서 사람키보다 큰 철쭉 군락지의 철쭉 터널을 지난다

갈색으로 변한 철쭉 터널에는 철 모르는 철쭉꽃 몇송이가 피어

투명한 햇빛에 반짝인다

꼬부랑재를 지나고 다리재를 넘고 이어 억새평원과 초원지대 사이를 오르 내리면

해발 고도 920m의 봉화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봉화산은 남원군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 함양군 백전면에

위치한 산이다

덕유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남부구간의 중간지점에 솟구쳐 있다

봉화산은 철쭉이 많은 산으로 지리산 바래봉의 유명세에 눌렸으나 지금은

오월 철쭉제 행사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다

오월중순이면 해발 사오백미터 지대는 철쭉 군락지이다

현지주민들이 짓재라 불리는 치재에서 백두대간 동쪽 능선을 타고 올라가

첫번째 봉우리에서 부터 약 오백미터 구간에 걸쳐

등산로 좌우 산비탈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봉화산의 물줄기는 서쪽은 백운천과 요천을 통하여 섬진강에 합수되고

동쪽은 풍천을 통하여 낙동강으로 흘러든다

사방 팔방 조망을 감상하기에는 너무나 해맑은 날씨이다

뾰족하게 솟은 비경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동화호댐을 품은 마을과

멀리 지리 능선까지 파란 하늘아래 얼키설키 내려앉은 산줄기가 부드럽고 온화하다

'대지'작가인 펄벅은 "한국의 가을 하늘을 세모 네모로 접어 편지에 넣어보내고 싶다"라고

할만치 우리의 높고 푸른 가을하늘은 홀딱 반하고도 남는 멋진 하늘이다 

'작가의 수첩'에서 카뮈는 "부자들에게 하늘은 여분으로 주어진것이고 당연한 선물로

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늘은 무한한 은총이다"라고 했다

어디 하늘만 그런가 누구나 공짜로 주어지는 싱그런 바람과 무한한 공기와

사계절 변하는 산천초목의 자연도 부자와 빈자의 감상평은 다를것이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영혼까지 파는 잘못된 계약이 난무한 요즘

사람도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서너개의 잔봉을 넘나들며 봉화산 직전부터는 억새 평전이 이어지며

가을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수 있다

은빛 억새꽃은 거의 떨어지고 줄기만 앙상하게 말라가는 중이다

가을은 하늘이라 하늘에는 아직도 가을이 가득차 있는거 같은데

어느새 늦가을도 떠나가고 있었다

봉화산에는 삼각점과 봉화대가 있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북으로 장수군의 지지계곡 골짜기 좌우로 장수의 진산인 장안산과

경남 함양의 경계인 백운산의 산줄기가 다가온다

남으로는 아영면 고원지대 들판 너머 멀리 천왕봉을 비롯하여 반야봉과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이 우뚝 솟아 있다

동으로는 함양땅과 멀리 거창의 산하와 서로는 장수군 번암면 일대의 산골마을이

펼쳐진다

봉화산 정상에서 내려선 대간 마루금 좌측은 장수군이고 봉화산 임도 너머

우측은 함양군 백전면에 접어든다

봉화산에서 광대치까지 남은 거리는 4.6km 두시간여면 충분하다

억새군락지를 길게 오르락 내리락 하여 내려서면 차량이 운행가능한

임도가 나온다

봉화산 임도에서 무명봉까지는 산불이 난지역으로 이후 초원지대와 억새밭을

이루고 있다

정자쉼터를 지나고 944봉으로 올랐다 하산길은 암릉 구간이다

다시 무명봉을 넘어 장수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지지리 계곡과 함양군 대안리를

나누는 고갯길인 광대치에 도착했다

지난주에 이어 다달은 광대치는 크고 넓은 고개라는 이름과는 달리 크지 않다

이어 날머리는 대상동 경로당을 거쳐 대안리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마을 입구에 거의 도착하여 마을 깊숙히 흐르는 또랑가에서 발 담그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뿌연연기와 함께 황토집 벽면에

세워둔 장작더미에 불이 붙어 화마가 낼름거린다

또랑물에 김치거리를 씻고 있던 주인 아줌마와 우리 일행은 놀라는것도 잠시

너나 할거 없이 물을 퍼 날라 정신없이 급한 불을 껐다

하마터면 새로 지었다는 집은 홀라당 타버리고 안그래도 초목이 모두 불탔던

봉화산 사면으로 산불이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은 생각도 하기 싫다

물 난리도 무섭지만 한순간에 재로 변하는 불 난리는 더 무서운거 같다

잠시후 소방차와 경찰차가 조용한 시골 마을길로 쌩쌩 들어서고

봄날 같이 따스한 늦가을 대간걷기가 너무 쉽다고 방정맞은 말을 했더니

귀신에 홀린듯이 산골마을에서 구경중에 제일 재미있다는 불구경으로

이삼십분을 소비하고 귀경버스에 올라탔다

매캐한 연기가 옷에 밴듯 냇내가 났다

 

 

어둠이 오면

 

산까치 머무는 옛 고갯 마루

허연 햇살 지고 빛 바랜 산허리

늙은 소나무 푸르러 외롭구나

 

쫓기듯 어두워지는 노을길

부러지는 풀 포기와 찢기는 꽃 이파리

쓰러지고 짓밟히고 울부짖다 일어선다

 

비둘기 머무는 회색빛 빌딩숲

찬 하늘 아래 뜨거운 광장

먼지 쌓인 거리를 사람들이 메운다

 

어둠속 성난 아우성이

무거운 불빛으로 타올라

햇빛 보다 더 뜨겁다

 

불꽃 튀는 길거리

은행잎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달과 작은별이 박힌다

 

2016년11월 중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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