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4차 후기

2016. 10. 26. 11:05백두대간


 

일시-2016년 10월25일 화요일 비 그리고 바람과 안개

장소-백두대간 영취산 구간 북진

코스-무룡고개(900m)-영취산(1075.6m)-논개생가 갈림길-덕운봉 삼거리-전망바위-중간지점 이정표

      -북바위-민령-구시봉(깃대봉 1014m)-샘터-육십령(700m)

      백두대간 11.3km+접속구간 0.7km=12.0km를 4시간 걸림

 

 

 

 

가을비은 바람타고 내렸다

 

새벽 다섯시 알람에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지 화요일은 대간길 가는날로 정해져 자연스럽다

그러게 사람은 습관들이기 나름 인가보다

새벽 빗소리가 들릴일 없는 이중 창문을 열고 손을 허공에 저어보니

차디찬 빗물이 손등과 손바닥에 서늘한 어둠만큼 싸하게 떨어진다

제법 추울거 같다

꾸역꾸역 밥먹고 냉장고에 넣어둔 찰밥과 생수 박카스 한병을 챙기고

십분만에 양치와 세수와 화장까지 한다 이제 선수가 다 되었다

일층으로 내려 아파트 출입문을 열고 나오니 바람에 나부끼는 빗물이

사선으로 얼굴을 때린다

이대로 가을이 가려고 하는지

제대로된 단풍 구경을 해볼 여유도 없이 시월이 성큼성큼 사라지고 있다

내리는 비는 그칠줄을 모르고 버스는 빗속을 헤집고 달려

들머리인 무룡고개에서 일행들을 풀어 놓았다

 

무룡고개는 영취산에서 장안산의 능선을 연결하는 금호남 정맥의 첫번째 고개로

동쪽으로 낙동강 서쪽으로 금강과 섬진강을 아우르며 용트림을 하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무령고갯마루 도로에서 십여분 올라서자 바로 영취산이 나온다

해발 1075.6m의 영취산은

금남 호남정맥 분기점으로 함양의 진산인 백운산에서 백두대간이 육십령으로 북상하는

도중에 거치는 산이다

영취산은 신령靈 수리鷲를 쓰고 있다

고대 인도 마갈타국의 왕사성의 북동쪽에 있는 산으로서 석가가 이곳에서

법화경과 무량수경을 설법한곳이라고 한다

영취산를 준말로 영산 또는 취산으로도 부르고 있는데 그뜻은 산세가 빼어나고 신묘하다

신령스럽다는 뜻이다

정상에서는 북으로는 남덕유산 서쪽으로는 장안산과 남으로 백운산의 조망이 멋진곳이거늘

비내리고  안개가 짙어 앞을 가늠하기도 어렵게 생겼다

정상을 떠나 아래로 깊게 떨어지는 내리막을 지난다

안부 고개에 이르고 다시 대간길은 영취산에서 1.4km떨어진 논개 생가 갈림길에 이른다

신안 주씨의 논개는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조선 선조때 칠석날 왜군이 관기들을 불러놓고 승전 연회를 베풀때

왜장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의암으로 유인해 껴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 순절한 기생 논개로 배웠으나 사실 논개는 기생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색잡기에 빠져있더 숙부가 백치 아들을

장가 보내려는 당시 토호인 김풍헌에게 논개를 민며느리로 팔아 넘겼다

이에 논개 모녀는 친정으로 도망치고 숙부도 도망갔다

김풍헌은 이들을 관아에 고발했고 도망쳤던 숙부는 오히려 논개 모녀를 상대로

장수현감에 소장을 올렸다

그러나 논개 모녀는 무죄 방면 되었고 오갈데 없는 모녀는 판결을 내렸던

최경회 현감의 집에 머물며 현감부인의 병수발을 들었다

그후 현감부인이 세상을 뜨고 논개와 최경회는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경상도 우병사가 된 최경회는 진주성으로 들어갔다

진주성 싸움에서 성은 함락당하고 촉석루에서

 "촉석루중에 있는 우리 삼장사 최경회 김천일 고종후는

한잔 술 마시며 웃으면서 강물을 가리키네

남강물 출렁이며 도도히 흐르는데

파도가 마르지 않으면 우리 혼도 죽지 않으리"라고

임종시를 읊고 남강물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복수를 결심한 논개는 왜군들의 승전 축하연에 기생으로 변장하고 들어갔던 것이다

일본에 있는 게야무라의 가묘옆에 논개의 묘를 만들어 놓고 논개가 게야무라와

자식 낳고 살았다고 말하는것을 보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일본놈들이다 

아까운 방년스무살의 어여쁜 논개는 죽어서도 길이 이름을 남겼다.

 

논개 생가 갈림길을 벗어나 0.6km를 걸어가면 덕운봉 삼거리이다

덕운봉은 백두대간길에서 벗어나 있다

삼거리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대간꾼들의 사랑을 받는다

곧 이어 전망 바위가 나오고 바위위에 오르니 하늘 땅 구별없이 온 천지가

뿌옇다

암릉길을 우회하여 산죽과 비슷한 조릿대밭을 지난다

크기가 사람키보다 커서 얼굴을 할퀴고 눈을 찌른다고 하여 긴장하고 지나는데

얼마전에 이발한듯 조릿대길은 잘 닦여 있고 길은 걷기 편했다

조릿대는 부엌기구의 조리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볏과에 속한 여러살이 식물이다

바구니나 소가구등 낚시대의 재료로 쓰이고 생잎밥을 해먹거나 마른잎을 달여서 먹으면

항암과 살균 해독 진통등 백가지 질병에 효능이 있어 잎과 줄기 뿌리 모두 버릴것이 없다고

전해진다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민간요법이 가지가지여서 병원 갈일이 없어야 하거늘

의료는 날로 발전하고 병원에는 환자들이 차고 넘쳐나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오른쪽은 경남 함양과 왼쪽은 전북 장수를 가르는 마루금을 걸어 중간지점의 안부에서

비 맞고 서서 주먹 찰밥을 반만 먹었다

이정목에는 영취산 6.5km 육십령 6,5km로 쓰여 있었다

지도상 거리와 실거리에도 차이가 난다

비오는 산속에서 앉지도 못한채 주막밥으로 한끼를 때우는 빨치산 훈련도 아니고

청승이 따로 없다

가을을 붙잡기라도 하는양 비를 쫄딱 맞고 핀 구절초도 이제 끝물이다

977봉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락 내리락 하여 북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서쪽에 대곡호라고도 하는 오동 저수지의 푸른물은 온데간데 없고

전망대 위에 서도 보이는것은 안개뿐이다

낙엽깔린 내리막을 가파르게 내려서다 다시 평평한 산 능선이다

바람 불어 어느새 떨어져 버린 낙엽 아래 돌멩이와 젖은 땅은 미끌었다

이어 완경사의 억새밭을 오르 내리면 민령이 나온다

민령은 전북 장수 오동리와 경남 함양 금당리를 이어주는 고개로

아래로는 중부고속도로의 육십령 터널이 지나간다

논개가 민며느리로 팔려가게 된 운명을 거부하고 외가인 안의현으로 도망갈때

넘었던 고개로 전해진다

비바람에 은빛 꽃술이 떨어져 버린 억새밭도 황량하고 쓸쓸했다

너무 빠르게 가을은 떠나가고 있었다

이어 해발 1014m의 깃대봉이다

깃대봉에는 세개의 깃대봉과 구시봉이라 적힌 표지석이 있었다

구시는 소 밭그릇으로 함양이나 장수에서 바라보면 구시처럼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영취산과 백운산의 대간줄기와 장안산이 보인다는 구시봉에도 깜깜한 표지석과

희미한 깃봉만이 서 있다

을씨년스런 풍경이다

깃대봉에서 대간길은 좌측으로 구십도로 꺽여진다

가파르게 내리막을 내려서 길게 내려서면 깃대봉 샘터가 나온다

비오고 바람부는 날이여서 그런지 오히려 머리는 맑고 개운하여

가지고온 물도 다 먹지 않은채 줄곧 달리기 하다시피 내려섰다

깃대봉 샘터에서 물로 배를 채웠다

하루종일 내리던 비는 점점 그치고 이어 육십령까지는 수월한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산굽이 만큼 많은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육십령 고개로 내려섰다

경남 함양군 서상면과 전북 장수군 장계면의 경계가 있는 고개의 육십령은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로 전주 대구간 26번국도가 지나간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내려와 육십령 매점에서 이른 저녁으로 닭백숙과 닭죽을

먹었다

어젯밤에 이어 토종닭 백숙이다

튀기거나 도리탕보다는 백숙이 나은편이지만 전골냄비에서 인삼은 아니래도

마늘과 대추 듬뿍 안고 국물과 함께 끓고 있는건 상상뿐이었다

대간 좀 타고 다닌다고 너무 몸보신 위주로 먹어주는건 아닌가 싶다

먹구름낀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고 다시 가을로 돌아선

빼어난 풍광의 산중을 빠져나와 집으로 귀가 해보니

비 안개에 갇혔던 오늘의 대간길처럼

국정을 농단한 여인이 등장하여 온갖 의혹을 부르는 뉴스로

소란스런 나라꼴이 갑갑하다

 

온 몸으로 햇빛을 받을수 있어 좋은 가을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가을

 

다시 가을이다 친구야

오늘도 계절은 지나간다

 

꽃은 떨어져 열매 맺고

들판과 산 언덕에 비 내리니 

바람 한점에도

나뭇잎 떨어지고

가을강처럼 가을이

떠나려 한다

 

가을 타던 친구야

가슴에 찬바람 들기전에

그윽한 계절이 가기전에

젖은 대간길에는 못가도

한들 한들 코스모스길이라도 걸어야

가을을 보낼수 있을거 같다

우리가 어느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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