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53차 후기

2016. 10. 18. 23:18백두대간

 

일시-2016년 10월 18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만복대 구간 북진

코스-성삼재(1070m)-작은 고리봉-묘봉치-만복대(1438.4m)-정령치-큰고리봉(1304.5m)

   -고기 매표소 삼거리-주촌리 덕치보건소

     백두대간 13.7km+접속구간 0km=13.7km를 5시간30분 걸림

 

 

 

 

 

지리산에 다시 갔다

 

1070m의 높은 고지대의 성삼재에도 시월 햇빛이 덥게 내리 쬐었다

올여름 너무 더워서 그런지 가을색으로 물들어가고는 있지만

단풍 구경하기에는 이른듯 단풍색이 흥건하지는 않았다

등산객을 실어나르는 차량과 사람들로 861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성삼재가 복잡했다

지리산 능선 서쪽 끝에 위치한 성삼재 정상에는 휴계소와 주차장이 있다

천왕봉에서 백십리길에 있는 성삼재는 노고단에서부터 주춤해진 지리의 맥이

다시 불끈 솟아 만복대와 세걸산등 서북주릉을 만드는 곳이다

성삼재 도로건너 만복대 탐방로로 들어서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지리 종주가

이어진다

초반부터 능선을 올라 헬기장을 지나고 산죽밭과 억새군락을 지나

성삼재에서 1.6km떨어진 해발 1248m의 작은 고리봉에 다달았다

작은 고리봉은 서북 능선의 첫 봉우리로 남원시 주생면과 금지면 대강면에

걸쳐있다

웅장하고 수려한 산세를 지닌 바위산으로 옛날 이 일대가 바다였었다

경상도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온 소금배를 정박시키기 위해 배끈을 묶는

쇠고리를 고리봉 동쪽 절벽에 박아 두었다 하여 고리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이 높은 곳까지 배가 올랐다니 믿기지 않지만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는것은 조물주의 신비로운 영역이다

좌측의 구례 산동면 방향은 급경사이다

작은 고리봉 정상에서 바라보니 지난주 걸었던 노고단과 반야봉 봉우리가

아득히 조망된다

작은 고리봉을 지나 완경사길을 내려서 묘봉치에 다달았다

묘봉치 이정목을 새것으로 교체할 모양인듯 새로운 나무가 묘봉치 이름을 가리고 있어

지나칠뻔 했다

지도상에는 1.9km의 거리이나 이정목에는 만복대까지 남은 거리 2.2km로

적혀 있었다

 

묘봉치를 지나 억새가 장관을 이루어 출렁거리는 완경사의 산자락에

은빛 향연으로 발걸음을 자꾸 잡는다

만복대 능선에 오르자 덩그러니 홀로 떠있는 알바위가 보인다

바위지대와 넓은 억새 군락지를 꾸준히 밀어 올라서면

해발 1438m의 만복대에 이른다

만복대는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사이의 도계를 이루는 산이다

노고단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 국립공원의 서부를 구성하며

풍수지리적으로 볼때 지리산의 십승지중의 하나로 인정된 명당이다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여 만복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산 전체가 부드러운 구릉으로 되어 있어 산높이에 비해 산세가 부드러운편이나

심원계곡이 있는 동쪽 사면은 완만하고 산동마을이 있는 서쪽 사면은 급경사를 이룬다

고리봉까지 3km에 달하는 남능선에는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가 있다

북쪽에 있는 정령치와 남쪽에 있는 성삼재 고개에는 도로가 있어

두 고갯마루를 잇는 당일산행으로 좋다

섬진강의 지류인 서시천이 만복대의 서사면에서 발원한다

계속 뒤따라오던 노고단과 반야봉 멀리 천왕봉까지 다시 보는 감격을 누리고

만복대를 벗어났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다름재로 가는방향이니 우측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길게 내려간다

정령치 가는길은 곳곳이 산죽길로 이어진다

해발1172m의 정령치에 다달으니 휴계소와 주차장이 있고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나와 넘쳤다

이렇게 더울줄 알았다면 여름채비를 하였을것을 가을인가 싶었더니

한 낮엔 아직 여름이다

수건에 물을 적셔 머리에 두르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살것 같다

정령치는 남원 주천면과 산내면을 이어주는 고개로 737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정령치에서 왼쪽 전망대의 능선을 타고 이어진 계단을 올라

오백여미터 급한 산길을 오르면 해발1304.5m의 큰고리봉이다

남원에 있는 두개의 고리봉중에 운봉읍과 주천면에 걸쳐있는 큰고리봉이다

큰 고리봉에서 직진하면 세걸산과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태극종주구간이다

태극종주란 지리산 끝에서 끝을 완벽하게 종주하는것으로 종주길 모양이

태극문양을 닮았다고 하여 유래된 이름으로 총거리 팔십킬로미터로

삼사십시간 걸려야 걸을수 있는 거리이다

백두대간 분수령은 큰 고리봉에서 북서쪽으로 급하게 휘어져 이어간다

해발 천삼백여미터의 큰 고리봉에서 칠백여미터의 고기리 매표삼거리까지

3.2km는 길게 끝도 없는 가파른 내리막길이여서 무릎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살 내려서야 한다

소나무의 향기가 퍼지고 평평해지는 지릉이 나오면 드디어 고지가

바로 가까이에 있다

버섯과 약초를 재배하는 사유재산의 산인듯 주변은 노끈이 쳐져 있었다

아스팔트 길이 나오고 덕치리에서 마을길로 직진하여 한자로는 노치라고도 하는

가재마을로 들어선다

이 지역이 갈대가 많아 갈재라 불렀다가 가재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마을입구에 완연한 가을을 알리는 국화가 소담스럽게 피어 지리산의 기운을 안고

고즈넉하게 자리한 마을이 정겹다

운천교회를 지나 덕치 보건소에서 오늘의 대간길을 마무리 했다

지리십경은

제일경은 천지개벽을 보는 장관인 천왕일출 제이경은 지리산 울음주머니인 피아골의 단풍

제삼경은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노고운해 제사경은 구름바다로 떨어지는 반야낙조

제오경은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는 벽소명월 제육경은 지상낙원의 세석철쭉

제칠경은 불일폭포의 포말인 불일현폭 제팔경은 고사목과 초원의 연하선경

제구경은 천왕봉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칠선계곡 제십경은 지리산을 남서로 감도는 섬진청류의

열가지 경치를 일컫는다

 

김지하 시인의 '지리산'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 붙는다

저 대밑에 저 산밑에 지금도 흐르는 붉은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것들이여

지금도 내가슴에 울부지는것들이여

얼어붙은 겨울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노래여

눈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아아 지금도 살아서 내가슴에 굽이친다

지리산이여 지리산이여"

 

이리하여 몸을 숨겼다 몸을 열었다 하는 지리 능선 대간길을

가을 바람 타고 걷고 걸었다

역사의 슬픔까지 걸어 나와 열가지 경치를 자랑하는 지리산을 벗어났다

이 가을 가고 흰 눈 날리는 겨울이 지나고 또다시 찾아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와도 기억될것이다

이제 가슴속에 켜켜히 새겨진 지리산을

잊을수 없는 추억의 갈피로 넘긴다

 

지리산

 

찾을수록 깨닫는

지리산

하늘 닮고 바다 닮은

지리산

들풀과 잔돌이 주인인

지리산

어미와 아비를 부르는

지리산

생의 감각을 흔드는

지리산

산은

지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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