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2. 15:58ㆍ친구
일시-2017년 10월21일 토요일~10월22일 일요일
장소-21일-용인 신갈 오거리 갈비
22일-수원화성과 행궁탐방
매년 시월 셋째주 토요일은 초등 동창모임을 한다
단풍든 숲으로 떠나든지 억새가 넘실대는 민둥산으로 떠나든지
떠나야만 할거같은 화창한 가을날이다
시월달이 한달만 더 길다면 이리저리 좋은 경치구경을 실컨하고도 남을텐데
두개의 모임이 겹쳐 마음이 이끄는곳으로 결정을 해야만 했다
짧은 가을날씨를 탓할게 아니라 오늘을 살아야겠다
화창한 오후 햇살이 물러나고 해가 떨어졌다
스멀스멀 어둠이 내려앉고 도심거리에 조명등이 반짝 거릴때 우리는 만났다
그녀들과 그남자들은 좀 더 빨이 늙어지고 좀 더 늦게 늙어지는거 말고는
모두 늙어가고 있었다
아니 늙는게 아니라 익어 간다고 해야 된다지 아마,
어릴때 기억만으로 반백년 세월을 거스릴수는 없는게지,
늙음을 경험하는것이 얼마나 좋은것인지 누가 그랬던가,
우리모두 이미 젊음을 경험했고 죽고 없으면 늙지도 않을테니
그말이 맞긴 맞다
"모든 인간은 태어 나자마자 이미 죽기에는 충분히 늙어 있다"라고 하이데거는 말했다
새생명의 찬란한 축복앞에 무슨 이런 망언이라니
죽음은 피할수 없는 운명을 암시하여 일컫는 말이란다
각자 살아온 흔적만큼 변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고향을 지키는 친구와 고향을 떠난 친구들 모두
어쩌다 만나면 금세 고향을 닮은 어린시절로 되돌아가는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반갑다 친구야!"로 바뀐 교훈대로 진짜 반갑고 즐거운 가을밤이 깊어갔다
다음날
날이 밝았다
전날의 흥분은 화성의 푸른 잔디가 갈빛으로 차분히 가라앉듯
진정되었다
남부지방에 태풍소식이 있다더니 바람이 제법 불었다
아침 그늘은 서늘하여 어깨가 움추러들고 오히려 햇빛이 따습게 느껴진다
열흘전까지만 해도 움직이면 덥던 공기는 어디로 떠난건지
수시로 변하는 기온에 체온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
자연앞에 사람만큼 연약한것도 없어 보인다
이튼날 모임의 연장은 동서남북 방향따라 오방색으로 나뉜 검은색 깃발이 달린
장안문에서 시작했다
보통의 성의 문은 남문을 정문으로 삼으나 수원화성의 경우
북문인 장안문을 정문으로 여긴다
임금을 가장 먼저 맞이한 문이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의 북쪽문인 장안문 성벽을 따라 산책나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수원화성은 조선 후기 건물로 사적 제3호로 5.52km의 성곽으로 되어 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묘소를 인근으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이름 지은후
다산 정약용으로 하여금 설계를 명령하여 1796년 축성된 읍성의 하나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극되었다
장안문에서 시작된 가이드 설명은 홍이포가 전시된곳에서
서쪽의 서북 공심돈에서 그쳤다
홍이포는 네덜란드에서 중국 청나라를 거쳐 유래된 대포이다
네덜란드를 홍이라고 불렀기에 홍이포라고 이름지어진 대포는
명과 후금사이의 영원성 전투에서 홍이포 활약이 대단했고
국호를 청으로 바뀐 후금이 병자호란때도 남한산성에서 쏘았다
당시 활이나 칼 우리의 신무기인 조총보다도 월등한 무기였다
그후 조선에서도 들여와 제작법과 조종법을 배워 사용되었다
성곽의 서쪽으로 이동하여 축조당시 원형대로 보존되었다는
서북 공심돈은 옛스럽고 멋스러웠다
공심돈은 망루와 같은곳으로 감시하거나 포를 쏘는곳이다
3층으로 꾸며 2층과3층은 마루를 깔아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는데
구경하고 싶지만 열쇠로 잠겨져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하얀깃발이 나풀 거렸다
동으로 돌면 파랗고 남으로 돌면 붉은색 깃발을 볼수 있겠지만
주어진 시간을 모자란 탓에 행궁으로 이동했다
행궁은 임금이 궁궐밖을 행차할때 임시로 머무는 궁궐을 지칭한다
1794년에 화성 축조가 시작되었는데 이듬해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년이 있어
행궁의 증축이 필요하여 혜경궁 홍씨 처소인 '長樂堂'이 제일 먼저 지어졌다
그뒤 정조는 아버지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수원에 찾을때마다 행궁을 사용했다
정조의 정치과 효심이 담긴 행궁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건물이 불에타서
후에 복원했다
행궁의 정문인 新豊樓앞에서 전통 무예와 병장기 무술시범을 관람했다
인공지능이 판치고 스마트한 세대에는 보잘거없는 전쟁 기술일지 몰라도
당시에는 최고라고 여겨졌을 묘기였다
젊은 기운을 화끈하게 전해받고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인 진찬례가 거행되었던
奉壽堂을 돌아보았다
예전에는 회갑까지 사는사람도 드물어 회갑에 거창한 잔치로 맞이했는데
지금은 회갑잔치하는 사람은 눈씻고 봐도 없다
우리가 벌써 회갑을 앞두고 있네
정조의 어진이 모셔져 있는 雲漢閣을 둘러보고 華城行宮을 빠져 나왔다
하늘이 점점 올라가고 바람이 제법 세차 시원했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떠있는 밝은 대낮에 아쉬운 이별을 했다
형형색색 단풍이 곱게 내려 앉은 산길에서 하루를 놀다와 보니
지난주말 만나고 헤어짐이 어느새 먼 이야기가 되었다
2017년 10월25일 이 정 씀
2017년 10월22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