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쓰는 유언장 2

2019. 5. 31. 10:03산문


해마다 유언이 바뀌고 있다

백세세대가 된 마당에 지금 죽으면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가겠지만

오늘 죽어도 후회보다는 기쁘게 살다 간다고 말하고 싶다.


푸른 오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서

작은 헝가리 유람선이 커다란 쿠르즈 선박에 부딪쳐서

많은 한국인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낳고 침몰된지 열사흘만에 배를 끌어올렸다

다뉴브강은 481,7km의 한강보다 다섯배나 긴 2858km로 유럽에서 두번째로 긴강이다

독일에서 발원하여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등 열개의 나라를 관통하여

흑해로 흘러가는 강이다

한강에 비하면 또랑처럼 강폭은 작을지언정 유속은 서너배이상 빠르다

화려한 야경으로 전세계 관광객은 부르지만 막상 대낮에 강변을 산책하다보면

뿌연 흙탕물이 빠르게 흘러 빠지면 그대로 떠내려가다 죽을거 같다는

느낌이 오는 무서운 강이다

영어로는 다뉴브 독일어론 도나우 헝가리어로는 두나강이라고 불린다

국회의사당 옆에 있는 머르기트 다리는 지원이네 집에서도 가까워

머르키트 섬으로 놀러 가느라 다리위를 걷기도 하고 차로 건너기도 했던 다리다

낭만이 흐르던 강물이 슬픔이 흘러 넘쳤다


가상이라도 죽어보니

지환이만 결혼시키면 한결 마음이 놓일텐데 아직 할일을 마치지 못한것이 끝내 아쉽다

현실로 돌아와 보니

여태껏 무탈하게 살아온것 모두가 감사할일이 태산이다

집밖으로 나가도 위험하고 집안에서도 항상 위험을 도사리고 있어

어찌될지 모르는 앞날은 걱정만 하고 지낼수 없어 그냥 부딪치며 살기로 했다


하여,자식들에게 당부한다

타국이나 타지에서 숨이 멈추면 개죽음으로 흉한꼴이 될테니

빨리 화장하기 바란다

또 다른 경우는 똥오줌도 못가리고 정신줄이 끊어진 상태라면

안락사라는 좋은선택을 하기 바란다

뼈가루가 된 나의 육신은 나무밑에 뿌리던지 땅속에 뿌리던지

그건 자식들 몫이다

남편이 내앞에 먼저 가길 원하지만

혹여, 내뼈가 바스라졌는데도 살아있다면

자식들 옆에서 부담주지 말고 홀로 지내다 만나면 될것이다

어차피 사람은 홀로 태어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홀로 죽는 고독한 생명체다

한때는 남들처럼 자식들 뒷바라지 못해준거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도 있었지만

자식들 누구하나 모자람없이 건실하고 바르게 성장하여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는걸 보니

이제는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

내가 남긴 세명의 자식들과 그의 가족들까지 한 세상 무한한 선물로

사는동안 한시도 고맙지 않은날이 없었으니

죽어서도 자식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다

남겨줄 경제적인 유산은 없어도 정신적인 유산은 담뿍 받았으리라 믿고

내가 가도 하루 해가 뜨고 해가 저무는것은 그대로일테니

부디 잘 살아다오


2019년 6월 Tour de Mont Blanc 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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