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2

2020. 5. 15. 15:11산문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피천득은 오월을 그리 표현했다

신록의 계절 오월이 돌아왔다

코와 입을 크게 벌려 가슴이 뻥 뚫리는 상큼한 오월 공기를 들여마시고 싶은데도

우리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녀야 한다

잠잠해졌나 싶으면 사람들이 모이는 식당과 술집 노래방 피시방 물류센터에서

심심찮게 확진자가 생겼다는 소식으로 올 한해는 마스크가 필수가 되었다

향기나는 꽃들이 지천에서 향기를 맡아 달라 아우성인데

사람들은 콧구멍을 막은채로 길거리를 오고가니

나비와 벌들만 아주 신나서 난리다

심지어 산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산행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사람들의 인내심도 여간 아니다

마스크 쓰고 오르막길을 몇발자국 떼어보니 코로나로 죽기전에 먼저 숨 막혀 죽을거 같아

벗어버 린채 찔레꽃 향기와 아카시아 향기를 듬뿍 받고 걸으면

잠시나마 땅에서 아우성거리는 바이러스를 잊을수있다

앵두꽃 떨어진곳에 작은 열매가 맺어지고 어린 산 딸기가 익어가는 이 계절

아름다움 속에 정치적 비극이 있었으니

과거 신군부와 관련 언론등은 광주 소요사태 광주 폭동이라고 보도했던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전라도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1979년 10월26일 유신독재 박정희가 피살되고 18년간 군사정권이 무너졌다

그러나 민주화의 열망은 12,12 전두환 쿠테타 사태로 좌절되고 만다

신군부 세력이 장악하고 군부의 재집권 야욕은 국민적 저항으로 치달았다

1980년 5월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전개되어

신군부는 비상게엄확대 조치로 대응하자 그에 맞서 게엄철페와 신군부 인사들의 퇴진

김대중 석방을 요구하는 학생운동으로 표출된다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된 오월의 광주 사건은

신군부의 집권의 과잉진압과 유신독재를 관통하며

이어진 광주시와 전남지역 시민들의 자발적 민주화 운동으로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큰 사건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런저런 기념일로 부모 자식 생각나게 만드는 오월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산천초목은 푸르게 자라고 더 없이 맑은 날이 많아

짧게만 여겨지는 달이다

가족 챙기는 날들로 분주하게 보내다보니 부부의날이 있는줄도 모르고

가버린 오월 어느새 연두빛 이파리는 초록을 더해가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간다

 

어느새 유월 여름이다

날은 덥고 마스크는 써야 되고 힘겨운 여름이 예상되는데

부족함없이 누구보다 잘 살던 동창이 갑작스레 가버렸다

더 이상 만날수없는 사람이 되면 몇번의 인연 이래도 그리움이 더 해

그녀와의 추억이 몽실거리는 안개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바이러스와 싸워오기를 반년 이제 많이 지쳤다

해이해진 사람들의 행동은 그대로 반영되어 인구 절반이 모여사는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

두더지 잡는 게임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확진자 때문에

어딜 가도 맘 편히 돌아다닐수가 없고 그렇다고 집구석에만 있을수도 없으니

죽을 맛이다

피신하듯 애꿋은 산이나 올라 다니는데 전에는 늙은이들만 올라오던 곳도

요새는 휘트니스에 다니던 젊은이들까지 보태져 산도 안전한곳이 못된다

강렬한 유월 햇볕에도 사그라지지 않은 바이러스보다 사람이 못한거 같아

자괴감마저 든다

올해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 발발 어언 70년 세월이 흘렀다

아아 어찌 잊으랴~

그리고,정전 협정으로 전쟁은 멈췄지만 이 땅에 전쟁도 평화도 승리도 없는

정전체제는 67주년이 지났고

6.15 남북공동 선언도 20주년이다

그때 평양에서 이루어진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 역사상 최초였다

남과 북 우리 국민이 주체가 되어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자며

첫 이산 가족 상봉이 있었지만 지금은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남과북이다

6.16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한반도 평화는 멀게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통일되어 북으로 백두대간을 이어갈것만 같았던 희망도 사라져

슬프기만 한데 그놈의 극성스런 코로나는 징글징글 질기기도 하여

하루도 확진자가 없는날이 없다

영란 후배도 확진자로 판명되었다니 누구라도 걸릴수있어

이제는 감기처럼 예방주사 맞으면서 같이 살아가야할 판이다

어서어서 백신이 나오길 고대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

 

절기보다 계절이 앞서가는 요즘

청포도 익어가는 칠월이다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소서도 지나자

비 내리는날은 찐득거리는 공기로 숨 막히고

햇볕 드는날은 따끈거리는 공기로 숨 막히고

이래저래 냉방기기 없이는 숨쉬고 살기 힘든 여름이다

하루가 매일 새롭게 밝아오다 어두워지듯 사람도 매일 새롭게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한평생 일구워낸 꿈과 희망이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일은 너무 슬프다

성폭력 피해자를 변호했던 인권 변호사 출신이기에 기대치는 다를것이다

가족과 자신의 안위보다 세상을 바꾸려했던 꿈이 너무 컸나보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던 미투 사건도 점점 잊혀질것이다

죽음으로 가려진 진실이 과연 있을런지

백년 살기도 힘든 세상 서로 물고 뜯어가며 아우다웅 인심이 무섭기만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름 장마와 폭염이 극성이어도

무성하고 녹음 진한 산에서는 벌써 가을을 부르며 흰구름이 빠르게 하늘을 가르는데는

사스와 메르스보다 엄청난 유행으로 희생을 치루는 전염병과의 전쟁중인 지금도

땅에서는 자고나면 온갖 남루한 소식들이 쏟아진다

코로나 충격으로 경제는 미끌어진다면서도 부동산 투기는 광기 수준이고

벼슬없는 서민이 생각해도 검찰과 언론 그리고 정치는 말 한마디로 물고 뜯어 도를 넘는다

'강아지똥'과'몽실언니' 작가인 고 권정생 아동 문학가는 한 영혼의 동반자에게

"인간인 고루고루 잘 살려면 많이 벌어 남을 돕는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적게 가지는일이 가장 현명하다"고 했다

모두 부자되기 위해 혈안이 된 세대에는 맞지 않는지도 모른다

어쩜 신과 인간 사이에 시인이 있는줄만 알았더니 신과 인간 사이에 부자가 있었나보다

몇번의 원정산행을 빼면 산듯 죽은듯 숨소리도 조그맣게 쉬면서 근근히 칠월을 보냈다

그리고 장마비가 연일 이어지는 팔월이다

 

여름 장마는 길었다

남부 지방이 폭염으로 고생하면 중부 지방은 폭우로 고생하고

폭우와 폭염이 친한 형제처럼 번가라 찾아왔다

국지성 호우주의보와 경보로 사람들은 대피하고 동물들은 물에 둥둥 떠내려가고

피해를 입지 않은 시골이 드물 정도로 한반도가 난리를 겪었다

비교적 안전한 도심도 억세게 내리던 비가 금세 햇살 너머 사라지고

다시 먹구름이 끼면 또 다시 세차게 쏟아진다

변덕이 죽 끓듯 꼭 우리네 성질머리와 비슷한 비가 칠팔월내내 이어져

마스크 쓰고 다니기도 힘든데 괴롭기만 하다

일사병에 더해 열사병이라도 날것 같은 더운날이 계속될땐 비가 간절했는데

이제는 쨍 해가 그리워지는 마음이 드니 참 간사하다

일제로 부터 주권을 찾은 팔일오 광복날이 지나자 한 낮엔 머리 벗어지는 땡볕이 들어도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 한 점이 희망을 실어 나른다

낮은 강변의 풀섶 위로 고추 잠자리가 떼를 지어 나르고

도심 아파트까지 점령한 매미들도 짝을 구하겠다고 악을 쓰며 울어댄다

가을이 저만치 오고 있는데

광복절 집단집회와 교회발로 코로나 19는 이차 유행이다

눈 뜨기가 무서운 나날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시간을 흘러 떠날때가 된 나는 사지나 다름없는 유럽 국경 봉쇄 몇시간전에

머리털나고 처음 겪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안은채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공항을 빠져 나왔다

이후 모든것은 나의 운명과 함께~

 

2020년 8월 하순 이 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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