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6. 10:38ㆍ나의시
오월은 푸르구나(산문시)
다시 오월이다.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꽃 향기가 지천인 오월
모교 생일날도 오월이다
사람과 차들로 우글거리는 도심 거리에도
꽃잎 떨어진 자리에서 연두빛 이파리가 돋고
생각이 새처럼 비상하는 청명한 산야에도
무성한 초록으로 날마다 변신중이다
열기가 싹트는 창백한 바람이 불어와도
이제는 전혀 무섭지 않아
거리와 들판의 봄은 이미 지나갔다
우리는 알았다
풍요로운 나이가 되었어도
비릿하고 순수했던 기억의 상자가 있다는것을
아뿔사,
지나간것은 다 희극이라지 않더냐
얼굴을 하늘로 쳐들어 행운을 빌었고
꿈대로 구름을 그려 넣었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사랑 행복 성공 영광 비애 절망 후회
그리고,
각기 다른 얄궂은 운명으로 살다가
동문이란 이름으로 다시 모여 보니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는 여행자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
세상은 우주는 얼마나 크던가
잠시라도 어린아이의 눈으로 추억을 펼쳐
해와 달을 노래해보자
머지않아 백년이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오월엔 영란꽃이 피었다
이 늦은 봄 단 한번이라도 피우지 못한다면
참혹하고 비참한 계절이 되고 말텐데
하얗고 순결한 꽃잔치에서 서로 그윽히 바라보니
그 옛날 그 얼굴이 남아 있구다
아이처럼 신선한 토끼풀 향기였던 푸른청춘은
어느덧,
장미 라일락 아카시아의 진한 향기되어
석양 불길을 뒤쫒는다
언제나 봄이고 싶었던 너와 내가
모교 교정을 서성이며 안개낀 삶을 날리고
수목원에서 말 없는 꽃과 나무들에게
위로 받으니 애쓰지 않아도
우리의 봄 날이 보라빛 바람에 흩날린다
조각조각 떠있던 구름마저 파란 하늘로 홀연히 사라져
광휘의 태양이 잠들기전에 우리 함께
매혹적인 하늘 풍경으로 물들고 싶어진다
오월은
미친듯이 궤도를 그리는 태양처럼 강렬한 항쟁이 부딛치는
뜨거운 만남의 계절이고
때론 선혈처럼 검붉게 찬 이별의 계절이다
신비로운 그림자를 남긴 달아
잘가라,
짧아서 더 슬프고 기뻤다
우리는 보았다
신이 내린 태양속에 늦은 봄이 녹아들고
진빨간 버스가 푸르도록 달리는것을,
바위틈에 부딛쳐 피멍든 진달래 너만
의젓한 이별을 하였구나
변덕스런 바람과 흘러가는 구름처럼
떠나는 삶과 다가오는 죽음 사이에서
모교 방문의날 오월 하루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오월은 푸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