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2019. 11. 1. 17:18여행

서기팀의 변신


일시-2019년 10월31일 목요일 맑음

장소-창덕궁 후원~낙선재

누구랑-이채은(48),양길완(48),이윤정(48),양정은(51),김영미(51)


등짝에 내리쬐는 가을볕이 이리 좋은데

내 등짝은 왜 이렇게 쑤시고 아픈지

두번 고궁에서 사극 찍었다가는 입원할뻔했던 닷새를 보내고

비밀스런 공간에 저장된 사진을 끄집어냈다

아마 지금쯤 단풍놀이 하기에는 제격일게다


서기팀 조합은 선배와 후배와의 조합으로 자칫 서먹한 사이임에도

지난 이년간 친근하게 지냈다

맡기면 똑 부러지는 일처리는 소리 소문 없이 하여도

누구하나 삐딱하게 딴지 걸거나  뒤로 빼는 사람 없었으니

그만한 인연도 쉽지 않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우리의 인연은 시월 마지막날

고궁에서 다시 만났다

 

지금이 아니면 아니될거 같은,

누구라도 만나지 않으면 발병날거 같은,

가을 햇볕이다

옥류천 소요암에 새겨진

"飛流三百尺 비류삼백척

遙落九天來 요락구천리

看是白虹起 간시백홍기

飜成萬壑雷 번성만학뇌

옥류천 폭포 삼백척 저멀리 하늘에서 떨어지는듯 하네

돌아보니 흰 무지개가 일고 골짜기마다 천둥소리 가득하네

숙종의 오언절구의 시도 그날의 우리 만남을 시기한듯

부앙부앙하다

실제 폭포수는 어린아이 오줌줄기보다 못해 질질 흘렀다


창덕궁은 조선왕 태종이 즉위하여 지은궁궐로

태종 5년 1405년 에 완공되었으나 궁궐의 모습이 갖춰진건 돈화문이

건립된 태종12년이 되어서다

임진왜란때 정궁인 경복궁이 소실되고 조선 말기에 복구될때까지

약 300년간 정궁의 구실을 하였다

인위적인 구조를 따르지 않고 주변의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연스런 건축하여

가장 한국적인 궁궐에서 가장 한국적인 우리가 크게 웃고 떠들었다

가끔은 조신이란 단어를 잃어버려도 괜찮아,행복이 뭐 별거 있다더냐,













































































































































































창덕궁의 가을


가을 바람 좋은날.

지하철 타고 걸어가는 도심속의 고궁

북악산 왼쪽 봉우리 응봉 자락에 자리잡은 조선의 궁궐

창경궁과 이웃하는 동궐의 창덕궁에는 

육백년 세월이 살아 숨쉬네


하늘도 저만치 올라 이층 누각 돈화문 안으로

왕이 행차하듯 가을이 들어가

인정문에서 즉위식을 거행하고

국가 의식을 치뤄낸 조정이 펼쳐지니

하늘과 땅에 인간과 생명이 열리네


인정전 용상과 곡병뒤 일월오악도의 병풍안에

음양의 해와달이 뜨고 다섯개의 산 봉우리 우뚝하여

왕의 권위가 솟구쳐도 한계절 같은 하루해가 짧아지니 

만추의 고독과 고뇌가 서린곳을 지나치네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린 비운의 구중궁궐

경술국치 아픔이 있는 흥복헌으로

스산한 가을바람이 스며드는데

목 잘린 늙은 느티나무처럼

우리의 가슴도 허허롭네


단풍 들어 좋은날,

내 인생의 가을은 무슨색으로 물들지,


동궁인 성정각 일원에서 창경궁 담을 따라

후원으로 꽃이 피고 나비 날아들던

부용지에 부용꽃 없고 애련지에 연꽃 시들어

찬 이슬조차 못 만나니 서럽기만 하네


고궁 속에 산책로를 걷다보면

소박한 헌종의 얼이 느껴지는

단청없는 낙선재 들창 사이로 가을볕이 들고

추억의 그림자 돌계단을 감도네


흰구름 두둥실 걸린 북악이 물러나니

산줄기 흐르는 곳에 물줄기 흐르고

물줄기 흐르는 곳에 사람 사는 철학이 흘러

군자와 소인도 가을이 시처럼 흐르네


군신 대좌의 깨달음이 흐르는 그곳

지금쯤,

존덕정 연못위에 은행나무 물들었을까

부용정 언덕뒤에 단풍나무 활활 타오를까

관람정 연못위로 단풍 낙엽 출렁 거릴까

멀리서 낙엽 밟는 소리 들려오고

아~우리의 가을색은 오색으로 떨어지네


2019년 11월5일 씀

글,사진-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