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3

2020. 12. 29. 11:02산문

국경 봉쇄된 헝가리에서 긴장 상태로 칠십여일을 보내고 돌아와

자가격리자를 딱지가 달고 이주간 집밖 출입이 금지됐다

마비 수준의 유럽에서는

어디서는 자유를 달라하고 어디서는 방역을 하라하고 난리를 치르는 중이다

내가 거주했던 부다페스트도 마찬가지로 마스크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니

급기야 하루 오천명이상 확진자가 생기면서 국가 비상상태로 돌입하여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을뿐

코로나보단 그네들은 자유가 곧 생명으로 여겨졌다

 

자가격리란 색다른 경험으로

멀쩡한 내 다리를 가지고도 내 맘대로 다닐수 없게 된다는게

얼마큼 힘든일인지 울안에 갇혀보니 비로소 조금이나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먹고 자고 싸고 읽고 쓰고 나름대로 시간을 쪼개서 지냈다 하여도

햇볕 드는 오후 창문 너머 길 건너 공원으로 가는 길을 바라보면 가끔씩

뛰쳐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걸을수 있을때 부지런히 걸어둘걸 한달 두달 일년 이년씩 감옥생활하라면

몸도 몸이지만 맘이 많이 아플거 같다

이주간의 자가격리를 하는동안 집 감옥에서 몸은 편했지만

가둬진 생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니란걸 짧은 기간이지만 깨달았다

 

이방인과 갇힌 날로 구월 시월 십일월 석달을 도둑 맞고 찾아온 십이월

그리곤 겨울이다

이맘때는 어두운 밤을 밝혀가며 송년회와 각종 모임으로 분주할때이나

연일 확진자수가 많아지며 격상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히려 몸을 움추리게 한다

코로나와 마스크가 친숙한 단어가 된지 거의 일년이 되어가고

우리가 살아 남는길은 백신밖에 없다는걸 알아가게 된다

하루 확진자가 천명이 넘고 이제는 모든 사람들로 바이러스 덩어리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는데 케이 방역으로 세계가 주목받던 우리는

왜 늦어지고 있는지

방역 치료 백신으로 이 전쟁이 끝나기전까지는 설레발치는 자랑질도 이젠 보기싫다

전쟁중에도 죽는자와 살아남는자로 양분되고 거기에 부자되는자가 생긴다더니

이런 와중에도 부동산과 주가는 치솟아 자산이 늘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실업과 폐업으로 죽지 못해 견디는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가 그놈의 바이러스가 만든 소득 양극화로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우주속에 작은 초록별 지구 그속에 아웅다웅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려면

서로 사랑을 못해도 공존해야 하거늘 이분법으로 갈라져 버린 사회현상이 염려스럽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산책으로 맘과 몸의 평화를 찾는가 싶으면 금세 어두운 소식으로 불안과 우울이

또아리를 트는 겨울날이 지나가고 있다

다른해 같으면 해넘이와 해맞이로 맘과몸 둘다 바쁠 연말이 한가하다 못해

적막강산이다 

올 한해 스스로 고독을 자처해 외롭게 보낸 나에게 두툼한 책 한권을 선물했다

페이지 마다 울림이 있어 아껴가며 읽고 있는 책은 시가 있는 산문집인 정호승 시인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이다

이대로 경자년 쥐띠해를 보내야 하는가보다

째깍째깍 끊임없이 달리는 시간들에 금을 그어 놓고 우리는 한해를 시작하고

한해를 마감한다

어제의 해가 오늘 뜨고 내일도 떠서 같은 날들이 반복될텐데

굳이 일년씩 한달씩 숫자를 정해놓은건 시작은 희망으로 마감은 감사로

일생을 정리하고픈 인간들의 영악한 계산 때문인가 싶다

아직 한나절의 여유는 있다

 

영국과 남아공에서 급속도로 확산중인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어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과

우리도 모더나 백신 구매 이천만명분을 공급할 예정이란다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와 천만여분의 공급 계약을 맺은데 이어

안센과 화이자와 체결된 백신을 합하면 백신 확보율은 인구대비 백프로가 넘는 수준이라는

희소식도 있다

이대로 확산세가 안 꺽이면 삼단계로 거리두기를 올린다는

강압적인 메시지가 몇주째 지속되다보니

누적 확진자가 육만명에 다달으며 연일 확진자는 천명대를 오르락거리고 사망자는 팔백명이 넘었다는

소식은 들을수도 안들을수도 없어 극도의 피로도를 간직한채

한해를 마감해야만 한다

 

환난속에 일년을 보내고 삼차 대유행이 퍼진 지금 지구촌 인구의 일프로 이상이 감염되고

백칠십여만명 이상 목숨이 희생 되었다

코로나로 한해를 송두리째 도려내고 싶은 올 한해

산후도우미 핑계로 세번째 백두대간 끝맺음을 어설프게 하고 말았으니

남은 북설악을 다시 올라 서야는데 사라져버린 근육으로 지금은

눈 내린 설악의 풍광이 눈에 선하기만한데 산행은 커녕 산책도 버겁다

건강뿐 아니라 하나둘 술술 빠져 텅빈 자리에 남은 추억도 가랑잎처럼 말라가는 중이고

흰머리와 잔주름만 늘었다

그린곤,시베리아 찬 공기와 함께 세밑 한파가 찾아왔다

올해는 악성 베토벤의 탄생 이백오십주년 답게 

아홉번째 교향곡 합창중 환희의 송가가 더 크게 울려퍼져야 맞거늘

거리는 쓸쓸하기만 하고 재야의 종소리도 온라인이란다

아시타비 또는 내로남불이 올해의 사자성어가 될만치 타협하지 못했던 한해

얄궂은 운명처럼 코로나 시대의 2020년은 도둑처럼 왔다 가버렸다

경자년 쥐띠해가 지고 신축년 소띠해가 떠오른다

 

 

 

언젠가 그런날이 있었다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도

나는 늘 죽어가서 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가도

벗을수 없는 마스크는

입술 칠하는 방법도 잊게 했다

넓디 넓은 우주속에 작은 생명체

너와 나 그리고 바이러스

언젠가 그런날이 있었다,말할수 있게

지금 힘들면 하늘을 봐

살을 에이는 칼바람이 분다해도

희망을 거절하진 않으리다

 

2020년 12월31일 이 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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