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1. 10:27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4월10일 토요일 맑음
코스-상선암 주차장-월악산 단양 안내소-상선암-제봉-형봉-신선봉-도락산(964m)
-신선봉-체운봉-검봉-상선암 주차장
봄볕이 잔인한날
도담삼봉이 생각나는 단양의 날씨는 기막히다
지나가던 차창밖으로 도담삼봉을 빠르게 스쳤던날도 좋았었다
믿거나 말거나 도담삼봉은 남편봉과 처봉이 사이좋게 살다 아이가 없어 첩봉을 두어
봉우리가 세개가 되었다
또다른 전설은 아들 딸이라고도 하고
원래는 정선 땅에 있다가 장마로 떠내려 왔단다
해마다 강원도에서 세금을 받아 갔는데 한번은 어린아이가 세금을 받으러온 이에게
도로 가져가라고 했더니 다시는 세금을 안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린이는 유년시절 이곳에서 보낸 어린 정도전이다
훗날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의 호가 삼봉이다
도락산에 다가갈수록 계곡을 끼고 온 진회색 버스는 들머리인 상선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펜션과 식당가를 따라 시멘트 도로를 워밍업으로 완만하게 오르면 상선암이다
길목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엔 인기척이 없고 산신각 지붕엔 이끼가 앉아 초라했다
그동안 너무 크고 화려한 절들만 구경했다
상선암을 벗어나며 본격적인 산행이다
도락산 정상까지 3.0km
산 초입은 징검다리 돌처럼 낙엽위에 하나둘 깔린 돌을 딛으며 서서히
능선으로 올라선다
도락산이 바위산임을 알리는 서막이다
곧이어 계단을 올라 철 난간이 달린 넓고 긴 바위위를 지난다
가야산에서 된통 혼난 계단과 바위가 연달아 나올 모양이다
제봉이 어느 봉우리인지도 모른채 지나 도락산 삼거리까지는
바위와 소나무의 향연이다
비록 바위길이라 해도 길은 부드럽게 오르내려 쉬운편이고
오히려 소나무의 드러난 뿌리가 발에 치일 염려가 있었다
푸른 소나무와 분홍 진달래는 파란 하늘에 뜬 흰구름을 더욱 희게 만든다
향기로 온다는 봄도 색깔이 먼저다
바위만 있다면 삭막한 길이 되겠지만 지루할만 하면 소나무 한그루씩
바위옆에도 바위틈에도 소나무는 푸르게 서서 산객을 시원하게 이끌어주고
그늘도 마련해 준다
그러니 나무 그늘에 앉아야 쉬는맛도 제대로이다
고사목도 풍경이 되는 이런 절경에서는 연신 셔터 누르고 싶은 충동이 큰데
걷기도 벅찬 산악회 산행에서는 카메라 들고 따라올 엄두가 안나 매번 망설이다
오늘도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렸다
눈으로 담아도 복기 하지 않으면 어디를 어떻게 걸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요즘은 트랙 지도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도락 삼거리 안부기점에 다달았다
이곳에서 채운봉과 도락산으로 갈라지는 지점이고 정상까지는 육백미터 남았다
해발고도 구백여미터 고도로는 거의 다 올라왔을 즈음
소나무길 사이로 사람들이 웅성웅성 마당처럼 넓은 바위가 나타나고 여기저기 앉아 있다
신선봉이다
신선봉에서 조망은 도락산 정상을 찍고 돌아오며 감상하기로 하고
사람들을 피해 직진이다
내궁기 갈림길을 지나고
이내 해발고도 964m의 도락산 정상이다
트랙지도상에는 965.3m로 표기된다
오는내내 한 풍경하던 조망과는 달리 막상 정상에서는 별볼일 없고
정상석도 아주 낮게 앉아 있었다
도락산은 충북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소백산과 월악산의 중간쯤에 형성된 바위산이라 현재 일부가
월악산 국립공원 범위내에 포함된다
들머리 안내소에서도 월악산 산행 안내판이 있었다
도락산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아는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필수적인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산을 끼고 북으론 사인암 서로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등
이른바 단양팔경의 사경이 인접해 있다
단양 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이 절경에 감탄했다고 하는데
어디 이황만 그런가 도락산 산행에 나선 사람들 모두 감탄사가 절로 나올것이다
도락산에서 완등한 산우도 있었으니 배낭을 백번 꾸린 수고를
하늘은 무심하지 않았다
백대명산을 마치면 백두대간을 타고 다음은 암벽을 기어 오르는게
일반적인 순서라는데 나는 명산도 모른채 백두대간부터 걸었으니
매번 죽다 살아 돌아 왔었다
실제 몇명의 동지와는 영영 이별을 했다
그리고 살고 죽는 인생길에 비하면 우리가 가끔씩 걷는 산길은
고통과 희열이 생생하여 살아 걸을수 있는것이 축복임을 알았다
덕룡산 바위길에서 위태하게 하산하는 나를 보고 백두대간 걸었단게
믿기지 않는다는 산우말이 맞다
아마 산에서는 평생 초보일테니 말이다
도락산 능선은 신선봉 채운봉 검봉 형봉등 암봉이 성벽처럼 둘러 있다
정상에도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주말이다
나처럼 늙은 백수들은 웬만하면 평일날 오고 주말은 젊은사람에게
될수 있으면 양보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라 실내에서 실외로 나온 젊은 등린이들 덕분에
주말에는 산도 덩달아 젊어진 느낌이다
등린이는 등산과 어린이를 조합하여 만든 등산 초보자라는 신조어다
그네들의 허술한 행장을 보면 아찔할때가 많다
길거리에서 신는 운동화에 땀 배출이 더딘 면티에 달리기 할때나 매는 배낭을 매고
산행을 하다니 잘못된것은 산행 선배가 가르쳐줄 의무도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등산의 필수 장비는 등산화 스틱 배낭 그리고 여벌의 상의와
비상식량과 식수 비상약은 낮은 산이나 높은 산이나 반드시 챙겨야 한다
더불어 우의와 목버프 무릎보호대 바람막이 자켓도 배낭에서 거의 꺼낼일 없어도
나는 들고 다닌다
심지어 여자를 배려한다고 배낭은 남자만 매고 여자는 스틱도 없이
두팔을 휘젓고 껑충껑충 춤추듯 뛰어다니다
막상 인증장소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건말건
갖가지 포즈로 모델사진을 찍는다
이는 잘못된 배려이고 자칫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상석을 빠르게 벗어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신선봉 봉우리에 섰다
그 많던 사람들은 점심때가 지나자 너른 바위가 텅 비었다
가슴이 뻥 뚫린다
신선봉 봉우리에도 작지만 고인 물이 있었다 설마 빗물인가 신기할 따름이다
거대한 암반에 노송들이 버티고 서서 능선을 이루는 월악산이 조망되고
백두대간 능선의 황장산도 보인다
황장산의 둥근 묏동바위에서 벌벌 떨며 돌았었는데
그 다음에 갔을때는 나무 계단길이 놓여 있어 수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찬란한 봄햇살에 너울너울 줄지어 춤추는 연봉들을 바라보며
삼거리 안부로 내려서 채운봉 방향으로 좌틀했다
해발고도 840m의 검봉을 지났다
하산길 능선은 오전에 올랐던 능선보다 훨씬 난이도가 있었다
급경사의 계단과 예사롭지 않은 바위 짧은 하산길이 장난 아니다
철계단 프레임에 나무판자를 대고 그위에 다시 타이어를 잘라 덧댄 계단이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산꾼도 힘들지만 이 높고 험한곳까지 계단을 만들어 내느라
얼마나 수고스러웠을지 짐작이 간다
고도를 점점 내려 절반이나 내려왔을까
날카로운 바위가 하늘을 보고 우뚝 섰다
땅에서 자라난 바위처럼 키가 엄청나게 큰 바위 옆에 진달래는 가냘프기만 하다
오후 햇살이 비추는 길가에 노란 양지꽃이 올라오고
푸른 잡풀이 발끝을 부딛친다
휘청 거리며 쭉쭉 미끌어지며 내려가던 젊은 남자는 여전히 잘도 가고있고
오르막에서는 내 앞을 몇번이나 추월하며 쌩쌩 달리던
젊은여자는 무릎이 아픈지 절뚝 거리며 가고 있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하산할때 비슷하게 마사토가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미끌어지게 생겼다
다시 징글징글 나무계단이 나오고 계단 아래로 연두빛 잎들이 트인
밝은 땅을 향해 걷는다
산 아래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어 알록달록 산아래 밭에는 농사 지을
거름냄새가 구수하고 밭둑에는 쑥이 천지다
주차장까지는 이백미터 거리가 남았다
시멘트 도로를 더 걸어 내려오고 금낭화가 줄지어 핀 길을 지나
오전에 버스에서 내렸던 상선암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여
오늘의 도락산 산행을 마쳤다
명산을 즐기려면 바위를 사랑해야 하는가
옹골찬 도락산 암릉길과 주변 절경에 취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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