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8. 11:18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4월17일 토요일 맑았다 흐렸다 맑음
코스-상천 주차장-용담폭포 삼거리-금수산 삼거리-금수산(1016m)-살고개재-망덕봉-용담폭포 전망대
-용담폭포 삼거리-용담폭포-상천 주차장
깊은 물과 높은 산에서 하늘은 열두번 변덕을 떨었다
충주호가 있는 충북은 공기 좋고 경치 좋은곳이라 알려진대로
월악산 국립공원 주변으로 산수가 빼어난 산들이 많다
그중 백대명산인 금수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충주호를 끼고 한참을 돌고 돌아야한다
상천 휴계소가 있는 공용 주차장에 다달았다
산수유 벚꽃 가로수인듯 이미 떨어진 꽃자리는 흐린 날씨 탓인가
노랑색에 가까운 연두잎들이 나풀거리고 잡풀 냄새도 다르다
상천리 마을회관을 벗어난 길은 시멘트 도로 따라 걸어 올라간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둘레길 명칭도 다양하여 이름하여 녹색 마을길이다
금수산까지 거리는 3.5km로 주구장창 오르기만 하면 정상이다
산길로 접어드는 농로엔 띄엄띄엄 있는 주택 몇채 그나마 카페나 식당 몇개뿐
방치된 폐가가 흉물스럽다
심신이 지치면 쉬어가라는 펜션은 꽤 있어도 학교나 병원 편의 시설도 없는
이런 산골에서는 자연인이라면 모르까 사람 살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
사람 떠난 산은 오히려 더 건강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은 사람은 농사를 지어야 할테니 흙 갈아 퇴비 얹은 봄 냄새가
쏴하다
보문 정사 앞에서 금수산 탐방로는 우측이다
작은 절인듯 조금 떨어진 뒤쪽으론 삼신각도 보였다
용담폭포 갈림길에서 우측 산길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초반에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잡목들이 둘러친 이킬로여 숲길은 흙과 바위가 간간히 섞여
삼백여미터의 고도를 올리는것은 식은죽 먹기다
정상까지 이런 길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싶지만 매번 정상석은 거저 보여주지
않는다는것은 이미 알고 있다
말에 앞서 생각이 무섭게 이어 너덜바위와 나무계단이다
명산을 즐기려면 오르는 고통은 참아내야한다
금수산 갈림길 앞에서 앞사람만 따라 가다 바위로 올라섰다 잠시잠깐이지만 알바하고
뒤돌아 바위 우회로로 길을 찾았다
훌쩍훌쩍 뛰어다니며 몇번이나 내 앞을 추월했다 뒤쳐지기를 반복하던 젊은 총각 두명은
올라갔던 바위를 어떻게 뚫고 내려왔는지 그대로 앞장 섰다
도전 정신이 강한 젊은애들 뒤를 쫒아가는것은 될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이윽고 큰 바위가 버티고 있는 아래 해발고도 912m의 금수산 갈림길이다
2.3km떨어진 상학 주차장에서 올라와도 이곳에서 만나게되는 지점이라
오히려 3.0km떨어진 상천 주차장보다 빠르게 오를수 있다
산행시간 두시간도 안되었는데 벌써 지친다
아침에 먹고 남았던 현미떡을 입에 넣고 먹으면서 올랐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오백미터 곳곳에 낙석주의 표지판이 걸려있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연이어 나오는 방송
낙석이 있으니 조심하란다 째지는 마이크 쇠소리가 듣기 싫으면
빨리 그곳을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
바위와 바위사이 암릉길이 이어지고 이내 해발고도 1016m 정상이다
해발고도 이백여미터 들머리에서 부터 무려 팔백미터의 고도를 올렸다
금수산은
충북 단양군 적성면과 충북 제천시 수산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오백년전까지는 백암산이라 불렀는데 이황이 단양군수로 재임하여
비단에 수놓은것처럼 경치가 아름답다하여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되었단다
가운데 자연 바위를 나두고 나무데크로 정상부를 꽤 넓게 만들어 놓아
쉬어가기에도 안성마춤이나 주말이라 사람들이 다소 분볐다
오를땐 추운지 몰랐는데 천미터 정상에 서니 쌀쌀하다
맑은날엔 월악산 정상은 물론 멀리 한강까지 보인다는 정상에서
뿌연 하늘에서 조망구경은 희망사항이고 인증만 하고 정상을 빠져 나오는게 상책이다
뾰족 솟은 정상석 바위위에 간신히 살아 솟은 소나무가 없었다면 더 삭막했을것이다
일기예보대로 오전에 쨍쨍하던 햇볕은 구름 사이로 숨어들고 바람도 분다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하산길을 내려오면서 장갑을 끼고 바람막이 조끼를 입었다
삼백미터를 내려오면 망덕봉 삼거리다
망덕봉과 상학주차장 가는길로 갈라지는곳으로 주차장 방향의 바위절벽 사진을 찍는데
우리 일행 여산우 두명은 아무런 생각없이 상학 주차장쪽으로 가고 있다
다행이 알은채한 내 덕분에 길을 잘못 들었단걸 알고 뒤돌아 나왔지만
만약 주차장까지 갔더라면 원점회귀기점에서 기다리는 버스를 타려면
택시로 먼길을 이동할뻔 했다
삼거리에서 망덕봉까지 1.6km는 매우 쉬운 능선길이다
부드럽게 한개의 봉우리를 넘고 두번째 큰 봉우리가 해발고도 926m의 망덕봉이다
망덕봉 너머에는 냉기가 넘치는 얼음골이 있다는데 하산길은 정상에서 백미터 뒤돌아 나와
내려서야한다
시각은 오후 한시가 되어 벌써 밥때가 넘었다
가파른 계단과 흙길을 내려와서 조금 평평한 안부를 찾아
오늘 처음으로 엉덩이를 돌덩이에 붙이고 앉았다
계속서서 걷다 보면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게 더 힘들다는걸 알게 되어
산꾼들은 밥도 서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땅에서도 산에서도 사람을 피해 점심을 먹어야한다
하산길 난이도는 점심전과 점심후로 나뉘어졌다
방금전 먹었기에 망정이지 다리심은 더 떨어질뻔했다
계단도 없이 한동안 바위만 바위만 나오다 다시 계단 그리고 바위다
그나마 뾰족하지 않은 조망터 바위들은 가는길을 계속 붙잡는다
기암절벽을 이룬 능선과 산세가 내가 가는데로 계속 따라 오고
충추호의 푸른물이 숨이 멎은듯 잠잠하기만하다
날씨가 맑으면 좋으련만 오후 들어 지각각 구름은 빠르게 움직이고
날이 흐렸다 개었다 요동을 친다
암릉지대가 이어지고 철난간도 잡아야 하고 바위와 소나무 아무리 봐도 절묘한 사이다
바위가 있는 산에는 언제나 소나무가 있었다
눈이 호사하는 대신 몸은 고생하며 하산중이다
바위에 부딪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다보니 시간은 지체되고
계단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다 보니 또 시간은 지체되었다
월추 고도를 내려 용담폭포 전망대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망대에도 노란 테이프가 쳐져있다
다른 사람이 없어 들어가지 말라는 테이프를 넘어 전망대에 섰다
시원스런 물줄기가 암벽아래로 길게 길게 내려갔다
산꼭대기도 아니고 바위위 어는곳에서 물이 생겨 저리 많은 물을 쏟아내는지
신비스럽기만 하다
계단을 내려와 아예 계곡으로 조금만 올라서면 폭포가 바로 앞이다
비가 적은 봄철임에도 계곡물은 마르지 않았다
장마철이나 폭우가 내리는 날에는 굉장한 물폭탄이 만들어질 장관이 눈에 그려진다
계곡물은 투명하게 청정하여 손을 씻는데 손이 시러웠다
오전에 지나쳤던 용담폭포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로 나와 농로를 지나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밭둑과 길가에 쑥부쟁이와 쑥 그리고 사람이 살았던 집터인듯 부추도 많다
시간도 남아 이삼십분만 캐면 한끼 반찬은 해결될것 같은데
오후 세시쯤 비가 올예정이라더니 진짜 느닷없는 천둥소리와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손으로 뜯었던 쑥과 쑥부쟁이마저 버리고 그냥 일어섰다
십분도 못되어 구름은 걷히고 다시 햇볕이 쨍하다
꽃 피고 새우니 날씨마저 싱숭생숭 널을 뛰고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육백년된 소나무 정원에서 남은 간식을 먹고 놀아도
두시간이나 남는다
원래 금수산과 가은산 두산을 연계한 산행이라 체력이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다녀오겠지만 금수산 하나만으로도 벅찬 나는 금수산으로 만족했다
자꾸만 못캔 쑥이 아까워 죽겠지만 앉았다 일어나면 무릎에 절로 손이 가고
곡소리도 나오는통에 청정쑥은 포기했다
주어진 시간보다 뒤늦게 하산한 남 산우 한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에 탑승한다
그분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발이 엄청나게 무거워 보여 내가 추월 했었는데
암릉길에서 하산하며 기력이 많이 소진되었나보다
그러길래 565m의 가은산이면 모를까 금수산 산행은 초보자가 산행하기에는
팔백여미터 고도를 올렸다가 올린만큼 암릉으로 내려야하는 버거운 산이다
먹구름낀 마을에 복사꽃과 홍매화가 유난히 붉게 피었던 마을을 벗어나자
다시 하늘은 맑게 개었다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가 미친년 널뛰듯 요동쳤던 날이 잠잠해지고
주말이여도 버스 전용차도는 뻥 뚫려 산골에서 탈출하여 도시로의 귀로는
쉬었다
이로써 백개중 육십사개 내 나이 숫자만큼의 명산 인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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