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25. 09:19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4월25일 토요일 맑음
코스-캠핑 야외 체육시설 뒷길-깃대봉-형제 2봉(앞봉)-형제봉(성출봉,동봉)750m-헬기장-대장봉(서봉)우회로
-우회로 합류지점-배넘이재-중봉 삼거리-청계동 갈림길-동악산 정상 시루봉(736.8m)-북봉-신선바위
-배넘이재 갈림길-도림사-오토 캠핑 주차장
때아닌 이른 더위가 극성스러운 메마른 봄철이다
며칠째 이십오도를 넘는 기온으로 곡성도 덥기는 마찬가지
동악산에서도 더워 죽는줄 알았다
주말 산행은 피하고 싶지만 프로그램을 찾다 보니 또 토요산행이다
나흘전에는 경상도 오늘은 전라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원정길을 나섰다
젊어서는 반경 몇십킬로 밖으론 나가본적 없던 내가
늙을말년에 무슨 복인지 역마살인지 몰라도 전국을 백대명산 핑계로
이리저리 쏴 돌아다니고 있으니 가는곳마다 난생처음 가는곳이 태반이다
곡성도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들머리 주차장에 산악버스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열한시가 넘었다
꼭두새벽에 집 나선지 무려 다섯시간이 지나고서야 전라남도 곡성땅이다
곡성 하면 황정민의 연기력만 믿고 극장을 찾았다가 실망했던 영화로 인해
괴기스런 마을로 인식되었으나 공기도 낯설지 않고 봄 맞이 하는 어느 시골이나
진배 없었다
이제 막 초록으로 갈아입는 산 그늘 아래 오밀조밀 낮은 마을은 평화스럽기만 했다
그러길래 영화나 연극 어떤 창작물이든 지역이름을 제목으로 쓴다는것은
책임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낯선 외지인이 마을에 나타난후 의문의 연쇄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일들은 영화이기에 가능하지만
비오고 벼락치는 어두운 밤 너무나 공포스럽고 섬뜩했다
산행은 이천원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도림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와
도림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나뉘는데 대부분 산악회원들은 산을 돌고
사찰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해발고도가 낮은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고도를 칠백여미터를 올려야 하는데
날이 더워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림사로 오르고
나도 잠시 갈등하다 이내 캠핑장 야외체육시설 뒤쪽 언덕으로 오르며 산행 시작이다
무덤을 지나고 완만하게 오름길로 오른다
산에 온께 아따 좋다,재치 있는 사투리 푯말이 다음 문구를 기대하게 한다
바닥은 소나무 가지들이 수북히 쌓여 폭신폭신 길을 좋으나
오를수록 나무그늘이 없어 고스란히 땡볕을 맞아야 했다
한여름은 얼마나 사람을 태워 죽일런지 봄 햇살이 강렬하다
고도는 이백미터즈음 올렸는데 여태 걸은 거리는 캠핑장에서 육백미밖에 안왔다
갈길이 구만리인데 벌써 기가 빠져 나가는 기분이다
점점 오르막이 가팔라 지고 로프 구간도 나오는데
위에서 로프를 잡고 내려오는 할아버지 한분을 만났다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고 덕분에 산길까지 정리되는 돌탑이 예사롭지 않다고
여겼더니 구십하나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만치 건강한 할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거란다
그나이 되면 산에 누워 있으나 집에 누워 있으나 매 한가지라는 말은
진짜 우스개 소린갑다
오를수록 이제는 그만 나오겠지 하면서 가다보면 돌탑이 나오고
또 얼마 안가 떡 서 있다
주변의 돌을 골라 쌓았겠지만 험악한 길을 오르내리며 힘든작업을 하다니
혼자는 아닌듯 싶다
할아버지와 헤어지고는 이코스로 오르내리는 사람은 드물어 정적이 감도는데
들머리에선 모자지간인듯 우리보다 빠르게 올라갔는데 계속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크다
어디서 왔소,그래요 오늘 산행 조심하세요
힘들어요?
쉬었다 갈까?
가다가다 돌탑이 나오고 기대했던 재밌는 푯말은 연달아 나온다
탑위에 작은 동물과 새의 형상의 바위를 올려놓고 탑안에는 작은 불상도 놓여 있고
이야기가 있는 탑들이 연신 쉬었다 가라 하는것만 같다
이내 깃대봉이다
깃대봉은 해발 고도 526m로 정상석도 없이 이름만 적힌 푯말이 나무에 달려 있다
개념도에 표기된 348m는 잘못된 높이다
산행 시작한지 한시간이나 지났음에도 겨우 1.6km 올라오고
형제봉까지는 남은 거리는 1.0km
길상암 약수터 갈림길을 지나고 형제봉이다
성출봉 또는 동봉이라고도 하는 형제봉에 올라서니 선두로 나섰던 몇몇이
휴식을 취하며 점심 중이다
가야할 동악산 정상이 뾰족하게 마주 보인다
해발고도 750m의 형제봉은 정상인 시루봉의 735m보다 높아
고도상으론 더 이상 심한 오르막은 없을거 같다
대장은 설악에만 있는줄 알았던 공룡능선을 탄다하고 산줄기로 빙돌아 가야하는 나는
형제봉을 뒤로하고 좀더 걷다 그늘진곳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앉을만한 바위돌을 찾았다
점심 먹기위해 잠깐 멈추었는데도 땀이 식으면서 서늘하게 찬기가 돈다
헬기장을 지나고 대장봉 갈림길에서 대장봉은 우회로를 택했더니
폭신폭신 이제야 살것만 같다
배넘이재 고개까진 비단길이다
각시 붓꽃이 환하게 반겨주고 길은 부드럽고 이런길만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백여미터의 고도를 완만하게 내리면서 배너미 고개에 다달으니
임도가 나오고 쉴만한 정자도 멋지다
도림사까지는 2.6km 동악산까지는 2.2km 떨어진 배너미고개는
도림사에서 곧장 올라오면 이곳에서 만나게 된다
내리막이라고 좋아 했다가 정상석을 찾아 가려면 다시 서서히 올라야 한다
한번에 쫙 올랐다 쫙 내려오는 명산이 쉽다고 했더니
오늘같은 경우는 능선으로 올라와서 오르내리며 걸으니 대간길이나 진배없어
난이도로 따지자면 하에 해당 된다는것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중봉 삼거리를 지나고 동악산 정상이 코앞인데
오전중에 오르막에서 티격거려도 다정했던 모자지간중 엄마는 안보이고
아들만 쌩 달려간다
산행 초보자가 오르기에는 버겁다 여겼더니 엄마는 산행도중에 포기하고 하산했단다
정상이 시야에 포착되고 점점 다가오자 오히려 발은 빨라진다
백미터를 앞두고 나무계단은 간격이 높았다
두계단이 세개의 계단으로 나뉘어져 놓였다면 훨씬 수월했을텐데
다리를 찢든지 네발로 기든지 해야한다
이윽고 동악산 정상인 시루봉이다
설마 그 할아버지가 여기까지 다녀갔나 정상석도 울퉁불퉁 바위위에 돌탑이다
해발고도 735m의 동악산은 곡성의 진산으로 곡성읍의 서쪽을
남북으로 뻗은 긴 산줄기를 말한다
햇볕 강한 맑은 날이라서 곡성 마을이 세세하게 보이고
멀리 지리산 능선도 너울거리는거 같다
눈이 시리다
캠핑장에 놀러왔다 내친김에 정상까지 올라왔는지 좁디 좁은 정상에서
식탁을 펼쳐놓고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는 남녀가 있었다
매번 쫒기듯 오르고 밥먹고 오줌 싸는일도 도둑처럼 제빠르게 해야만 하는
나와는 천지 차이다
정상석을 뒤로 하고 삼백미터를 내리면 교촌리로 가는 갈림길을 지난다
계곡길로 접어들고 길은 가파르게 내린다
계곡의 바위들은 목마르게 물이 없다
죽은 나무인듯 곳곳이 베어진 나무토막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산은 어수선하게 녹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국립도 아니고 도립이나 군립공원 명칭을 달지 못한 산이라서 그런지
돌탑을 세웠던 능선길에 비하면 계곡길은 엉망이다
신선바위를 지나고 해발 고도가 사백여미터될때까지는 내리막도 경사가 심하고
바위길이다
오전에 형제봉 오를때보다는 낫지만 경사가 급한 하산길도 힘들어
어디하나 쉬운길이 없다
나무계단이 나오고 다시 바위길이 나오고 철다리를 건너 드디어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길이다
바위벽을 때리며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수건에 적셔 머리에 이고 목에 둘렀다
작은 무릉계곡인듯 청류동 계곡 암반위로 물이 미끌어지며 흐른다
너른 암반은 두타산을 하산하며 보았던 무릉계곡에서나 볼수 있었던 것인데
동악산은 산보다 계곡이 장관이다
꿀물 오백에 박카스 한병 생수 오백을 마시고 계곡물까지 마셔 물배를 채웠어도
요의를 못 느끼니 육수를 빼긴 많이 뺐나보다
머리도 띵하고 허기도 진다
배낭을 집어 던지듯 벗어버리고 다리뻗고 앉아 남은 샌드위치로 간식을 먹고 일어나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화엄사의 말사인 도림사로 하산했다
도립이나 군립공원도 아닌 작은 동악산이 백대명산에 속한 이유는
수량이 풍부하여 곡성읍의 피서지로 각광받는
청류동계곡 때문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산과 물은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