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가리왕산

2021. 5. 19. 10:48백대명산

일시-2021년 5월18일 화요일 맑음

코스-장구목이입구-장구목이 임도-정상 삼거리-정상(1561m)-정상 삼거리-장구목이 임도-장구목이 입구로 원점회귀

 

계절의 여왕 오월도 절반이 넘어가니 지난 기억과 생각들만 부산스레

계절을 따라간다

사월이 오면 엘리엇의 황무지가 떠오르듯 오월이 되면 피천득의 오월이

떠오른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속에 있다.

..........."

 

 

신록이 푸르러 눈부신날이다

강원도 심심산골인 오월의 가리왕산으로 갔다

진부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온 버스는 오대천을 따라 59번 국도로 달려 산행 들머리인

해발고도 430m의 장구목이골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초소뒤로 오르면서 가리왕산 산행은 시작되는데

거리상 4.2km 떨어진 정상까지는 천백여미터 고도를 올려야 한다

우르르 내리는 산꾼들을 보고 나온 산불감시 안내원은 어제 비가 왔으니

뱀이 나올수 있고 미끄럼에 주의하라는 당부를 한다

좌측으로 계곡을 끼고 서서히 산길로 들어섰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계곡은 전날 내린 비 때문이지

우렁차게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른다

초반에는 완만한 오르막이고 길도 부드럽다

작고 낮은 목책교를 건너자 계곡은 우측이다

꿀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려고 옆구리를 만지니 허전했다

매번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물병을 버스에 고스란히 모셔둔채 왔으니

꿀물 오백씨시는 산행중 마실수없게 되었다

배낭안에 얼음물 오백으로 견뎌야 하고 급하면 계곡물을 마시면 될것이다

그러길래 산행 전 물을 미리 마셔두면 갈증이 훨씬 덜하다

특히 땀  흘리는 여름 산행에서 물은 목숨과 연결되는 생명수라 마지막까지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식염 포도당도 가지고 다녀야한다

넘쳐나는 계곡물을 바라보며 걸으니 목이 마른지 어쩐지도 모르겠고

수도꼭지 틀어놓고 어린아이 쉬 훈련시키면 잘 싸듯 오히려 오줌 마려울까 싶다

박카스 한병을 마시고 꿀물 대신 에너지를 낼수 있는 사탕 두개를 까서 입에 넣었다

백여미터 오르자 폭포가 나오고 나뭇 가지에 이끼폭포1폭 이란 종이팻말이 매달려 있다

초록 이끼로 뒤덮힌 돌위로 폭포수가 하얀 포말을 이루며 떨어졌다

소요산 삼악산에 이어 원없이 폭포 구경이다

이끼계곡은 여러개의 폭포와 소가 있는데 폭포마다 이름을 달아놓았다

원시림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어느산에도 뒤지지 않은것에 비해

비닐봉지안에 종이라니 지천에 있는 쓰러져 죽은 나무로 이쁘게 좀 다듬어 만들지

지자체에서 애쓰며 수고를 하고도 욕을 먹는다

물 먹은 신갈나무 단풍나무들도 잎들은 커지고 푸릇푸릇 건강했다

벌써 계곡물위로 떨어질 붉은 단풍잎과 늦가을 풍경이 그려진다

습한 계곡이라 고사리과에 속하는 참나도 히초미라는 이끼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관중이나 개고사리 고비라고도 하는데 찾아보니 조금씩 달랐다

잡풀들도 윤기가 났다

녹음이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찬란한 햇빛이 반짝 반짝 빛이 나고

내 얼굴은 땀방울이 맺히며 등짝과 허리에도 땀이 고인다

오르막 계곡길에서 만나는 폭포앞에 서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아 금세 시원해진다

더운날에는 역시 계곡산행이다

오르막 오르는 내내 물소리가 스틱 부딪치는 소리보다 컸다

산행 시작 한시간 이십여분이 지났다

서서히 올린 고도가 천미터 고지에 달하고 계곡물 소리도 멀어지면

들머리에서 2.6km떨어진 장구목이 임도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마항치 사거리 임도까지는 10km 관찰원 관리사 임도까지는 2km

가리왕산 정상까지는 1.6km라는 표시목이 있고 산림 안내판이 있다

임도는 트럭도 다닐만치 넓었다

숨 한번 고르고 물 한잔 마시고 노끈이 쳐진 돌계간길을 오르면서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

흙속에 박힌 돌을 딛으며 오르막은 가팔라진다

나무 뿌리가 뽑혀져 쓰러진 나무는 그대로 방치되고 죽은 나무에서

다시 새싹이 움터 푸른 잎으로 살아났다

자연스런 삶과 죽음의 현장이다

산벚나무와 산철쭉꽃은 이미 지고 떨어져 버렸고 진분홍 병꽃나무꽃은 간간히 피어

환하다

발 아래에는 노란 산괴불과 피나물 하얀 별꽃 보라빛 벌개덩쿨등 

다양한 꽃들이 앞다투며 피고 있다

들어도 들어도 까먹고 마는 들꽃 이름들은 여러번 불러줘야 그나마 기억에서 재생된다

이 산에서는 주인은 단연코 나무와 들꽃들이다

오를수록 고산지대에서나 만나는  거대한 주목이 하나둘씩 보인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상록 침엽수인 주목은 붉은 나무라는 뜻으로

나무의 속색깔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팔구월에 맺는 열매도 새빨갛게 붉은데 열매살은 가운데가 비어 있어

속에 있는 씨가 보인다

우뚝선 나무 기둥 아래가 속이 비어가고 있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쓰러진 다른 나무와 달리 죽어서도 눕지 못하는 신세다

능선으로 올라서면 정상과 중봉을 잇는 정상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중봉과 하봉으로 하산하여 화동마을 휴양지로 하산할수 있다

하봉에서 숙암리로 내리뻗은 계곡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정선 알파인 경기장이 생겼다

원래 산림 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불가했던곳인데 올림픽 특별법을 거치면서

올림픽 관련만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단다

환경파괴 논란만 시키고 정상복원 한다던 계획은 흐지부지 되었으니

머지않아 관광객을 부를 케이블카가 가리왕산에 떠다닐것만 같다

고도는 얼추 다 올라와 정상까지 남은 거리 이백미터는 피지않은 철쭉과 낮은 잡목길이다

눌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걸을수 있다

겹겹의 산너울과 검은가지만 남아 풍경을 이룬 고사목이 처연하다

이내 해발고도 1561m의 정상이다

산행시작 두시간 삼십분만이다

가리왕산은

강원도 아라리의 고장인 정선군의 북서쪽으로 평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오대산 남쪽에 있으면서 높이도 비슷한 오대산과 함께

태백산맥의 지붕 노릇을 하고 있다

정상석 옆에 둥근 돌탑이 서 있는곳이 상봉으로 가리왕산 팔경중 제 일경이다

조망이 사방팔방 다 뚫려 있어 북서쪽에 백석산 서쪽에 중앙산

동남쪽으로 중봉과 하봉 남서쪽에 청옥산이 솟아있다

시원스레 트인 너른 초원의 정상에서 빙 둘러보니 산 너울이 춤을 추고 있고

그리 많은 철쭉꽃은 꽃봉오리를 터트리지 못한채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가 잠든사이 활짝 피어날지도 모른다

쉽게 떠날수가 없다

오랜만에 툭 트인 정상에서 바람 맞으며 점심을 먹었다

옛 맥국의 갈왕이 난을 피하여 숨어든곳이라 하여 갈왕산으로 불리다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불리고 있다

정상석에는 일왕을 의미하는 旺에서 日자는 색깔만 지워 加里王山이라 표기되어 있다

일본식 지명을 우리식으로 복원하는 차원이라는데 이왕지사 우상화를 지우려면

제대로 지워야겠다

마침 산우가 들고 있던 태극기를 휘날리며 우리산임을 인증했다

정상에서 휴양림 매표소까지는 6.2km 중봉 하봉을 거쳐 숙암분교까지는 7.2km 거리다

계획대로라면 마항치 삼거리에서 어은골 심마니교를 지나 휴양림으로 하산해야는데

계곡물이 넘쳐 위험하단 연락을 받은  대장의 명령대로 원점회귀를 택했다

가리왕상 정상에서 못내 아쉽게 벗어났다

올라올때 보단 쉽게 내려갈수 있다

한때 시인이 시인을 폭로한 성추행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는데

그 주범인 고은 시인이 쓴 "내려 갈때 보았네 올라 갈때 보지 못한 그 꽃"처럼

내 키만한 낙엽송인 귀룽나무 꽃과 키 낮은 홀아비 바람꽃이 하얗게 청초하다

가리왕산 팔경이 전해질만큼 경관이 수려하고 태초의 자연을 느낄수있는 이끼계곡과

맑은물 수목이 울창한 가리왕산을 빠져나왔다

어느산에서나 쉽게 만날수 있는 인위적인 나무계단이나 철계단 한개가

없다는것이 무엇보다 좋았고

많고 많은 산중에서도 푸르다 못해 물마저 푸르게 흘러

물 좋고 산  좋은 가리왕산이었다

 

가리왕산 아라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

가리왕산 계곡 적시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우렁찬 일곱개의 이끼폭포

초록의 심산 창연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산벚꽃과 산철쭉꽃이 떨어져도

노랗고 빨갛고 하얀 천상화원이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삶과 죽음이 하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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