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30. 11:04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5월29일 토요일 맑다 비오고 흐리다 비
코스-피재-석기봉-재사골재-제천 감악산(885.9m)-백련사 갈림길-삼거리-원주 감악산(945m) 3봉-삼거리
-성터-계곡길-창촌동 감악산 쉼터
잦은 비는 어느새 연두색 산야를 진초록으로 바꿔 놓았다
오늘은 원주와 제천의 감악산으로 간다
감악산은 이름이 좋은지 파주와 거창에도 감악산이 있다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을성 싶다
에이코스 비코스로 나뉜 산행코스중 이킬로여가 긴 에이코스로 진행하여
제천에서 올라 원주로 하산할 예정이다
이미 들머리인 피재가 해발고도가 오백미터가 넘어 사백여미터만 올리면 된다
악자가 붙어 분명 힘들겠지만 생각보단 높지 않다
피재에 도착해보니 어제 그제 간간히 내린 비로 인해 물 먹은 공기는 들숨이 편하고
맑은 허공으로 쏟아지는 햇빛도 투명하게 빛났다
구름없는 파란 하늘이다
산행중에 흐리다 산행후 비 조금이라는 예보는 벌써부터 틀리고 있으니
하루의 기상이 어찌 변할지 알수가 없다
바람 한점이 훅 불어오고 나뭇잎들은 이쪽 저쪽 뒤집기를 하며 반짝거린다
초입부터 촘촘히 박힌 둥근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작년에 쌓여 썩지도 않은 낙엽들은 비에 푹 젖어 발바닥 촉감이 물컹 거리고
흙도 축축하다
나무 기둥과 나무잎들은 색깔이 더 진해졌다
풀냄새도 진하다
명산코스는 약간씩 오르내림은 있어도 대간처럼 내린만큼 올렸다 다시 내렸다 하는
반복이 없으니 피로감이 훨씬 덜하다
못재기점을 지나며 서서히 고도를 올린다
산행 시작한지 한시간이 지나고 들머리에서 삼킬로 떨어진 석기봉이다
석기봉 정상석에는 906m로 표기되어 있고 개념지도에는 902m로 표기된다
높이로는 거의 올라온 셈이다
석기암에서 육백미터를 더 가면 문바위 마을로 하산할수 있는 안부에 헬기장이 나온다
땡볕을 받은 헬기장이 넓었다
햇볕이 점점 머리 꼭지로 떨어지고 더워지기 시작한다
빗물 사라진 풀과 나무들도 한뼘씩 자라난듯 검은 줄기에 잎들이 푸르게 나풀거린다
산에 다니며 바람과 햇볕은 나에게도 땀과 그을린 피부로 보답하고 있다
땀 한방울 나지 않던 시절이 있었던가
아직 머리속은 터질듯이 뜨거워도 땀이 무소식이지만 땀구멍이 열린 이마와 얼굴 그리고
목덜미와 등허리는 이슬비 흐르듯 땀이 흐른다
이 나이에 검버섯이 앉는 얼굴은 저승길을 재촉하는 저승꽃을 피우는것이라는데
더워 죽는거보다 좌외선이 덜 무서우니 아직 죽을때는 아닌가보다
재사골재를 지난다
이곳에서 재사동과 요부골로 갈라지는 재사골 갈림길이다
능선길은 좌측으로 기울어지고 두시간째 걸어 오킬로를 넘었다
수풀에 가리워진 나무 계단을 올라서고 구백미터 고도에 이르자
길은 급하다 밧줄 암릉구간도 나온는데 어렵지 않게 오를수 있다
우람한 바위들은 둥글둥글 이끼 낀 바위가 많았다
오랜 풍화작용으로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한거라 바위도 골동품처럼 엔틱스럽다
낙엽송 중간중간 소나무도 간간히 보이고 감악산 봉우리가 자태를 드러냈다
잿빛구름이 몰려온다
해발고도 945m 감악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목이 바로 앞인데
산행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하늘전체가 구름으로 어둡고 바람도 차다
석기암에서는 3.8km 백련사에서는 1.4km 떨어진곳이다
이곳에서 신라 고찰인 백련사를 보고 계곡으로 하산해도 될것이다
하지만 정상석을 봐야하고 정상 바위로 올라서는데도 팔다리 힘 모두 필요한데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비로 변할것만 같다
제천시에서 설치한 정상은 고도가 885.9m로 나오는데 정상석에는 숫자를 누가 긁어 놓았는지
자세히 알수가 없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원주시 감악산이 조금 높다보니 자기들끼리 다투었나
깊은산에서는 고사목도 한풍경이라 정상석 아래 바위옆에 고고하게 산너울과
수채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풍광에 비해 멋대가리 없는 정상석앞에서 인증하고 나자
한두방울씩 비가 내리고 젖은 바위는 다시 미끌거린다
어두워지는 시야로 치악산 산줄기는 커녕 어디가 응봉산인지 용두산인지
알려줘도 잘 모르지만 어서 어서 하산할 생각뿐 다른것은 보이지 않는다
뒤따라오던 일행들이 꾸역꾸역 올라오니 마음만 급해 사진찍을 여유도 모자라
제천의 정상석을 내려왔다
원주 정상석으로 향하는데 거대한 바위와 얼키고 설킨 나무 뿌리 밧줄 난간을 타고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고 막상 정상석이 있는 정상은 작은돌이 박힌
흙위에 화강암 정상석이 얌전하게 기다린다
정상석에는 930m로 표기되어 있고 지도상에는 945m로 표기되어 나와
십오미터나 차이나 난다
충북 제천과 강원도 원주에 각각 굳이 두개의 정상석이 필요할까 싶다
원주 감악산 인증도 마치고 밧줄과 바위길로 왔던길을 뒤돌아
계곡 삼거리로 다시 왔다
비는 주룩주룩 오후 한시가 넘고 점심때도 놓쳐 허기지고 머리도 비었다
어디 비를 피할곳도 앉을 곳도 없다
서서 샌드위치 한개를 정신없이 먹고 추워지기 전에 하산해야 한다
의상이 창건할 당시 연못에서 백련이 피어나 백련사라 지었다는 신라 고찰 구경도 포기하고
자연석으로 지었다는 성터도 보지 못한채 부랴부랴 서둘러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백여미터 내려오면 커다란 바위를 밟고 지난다
바위 아래는 까마득하고 하산할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둥근 바위에도 빗물이 내려
검게 변했다
능선길 감악고개기점에서 우틀하여 계곡길로 내려오면
점점 길은 편해지고 이내 물소리가 들리며 감악산 쉼터에 다달아 산행을 마친다
대략 십킬로를 네시간 조금 넘게 걸렸어도 주어진 여섯시간은 너무 길어
한참을 지루하게 귀경버스를 기다렸다
며칠전 약초꾼이 제천의 감악산 팔부능선에서 백년된 산삼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떴는데
나는 산삼은 커녕 흔하디 흔한 풀꽃 하나를 못보다 계곡길에서 키 큰 산목련을 본게 다다
비 맞으며 시간 떼운다고 산에서 놀수도 없어 정신없이 하산하고 보니 오히려
쉼터꽃밭에 매발톱과 정향나무꽃이 피어 환하다
이곳에서 계곡코스로는 2.46km 능선코스로는 2.84km면 쉽게 정상을 만날수 있어
능선으로 올라갔다 계곡으로 하산하면 쉬울거 같아
개별산행때는 대중교통 이용가능한 이곳을 들머리와 날머리로 삼아도 좋겠다
단 몇시간에 날씨는 오두방정을 떨어 해 나오다 흐리다 비오다 흐리다 비오다를 반복하니
몸은 덜 피곤해도 더웠다 추웠다 체온관리하는게 일이다
코로나만 아니면 호황을 누릴 식당가는 몇개만 제외하곤 모두 문을 닫아 걸었는데도
텐트촌은 비오는 주말임에도 캠핑족들이 있는걸 보니 놀다가도 잠은 집에서 자야된다는건
고정관념인가 집 떠나 자고 먹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올라갔던 삼봉과 비온다고 코스를 변경하는 바람에
못 올라간 일봉 이봉이 낙타 등처럼 뚜렷하게 보인다
창촌교를 건너 마을초입에 시비가 있는데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하네"
산꾼이 아니래도 많이들 알고 있는 고려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의 선시다
수행과 성찰을 반복하면 나아질까
말이 쉽지 물 처럼 바람 처럼 살다 가는것은 너무 어렵다
88번 국도 도로변 밭에도 강원도라 그런지 옥수수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뙤얕볕에 두세달만 자라면 달큰한 옥수수가 주렁주렁 열릴것이다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여름이 코앞이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에 이어
석가 탄신일까지 기념일도 많은 오월은 이별도 장미향기가 난다
칠십오번째 명산과 함께 오월이 점점 멀어져간다
비 그치고 물 들어간 논에 벼가 심어지면
산에 녹음은 더욱 풍성해 질것이다
귀경길에도 비는 오락가락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