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7. 10:15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6월16일 수요일 맑음
코스-광덕사-팔각정-정상(699.3m)-장군바위-박씨샘-광덕사
천안까지 전철 타고 갈걸,아니 천안에서 톨게이트 지나 내리지말고
버스터미널에서만 내렸더라도 좋았을걸,산악버스가 아닌 대중교통 타는 개별 산행은
갑작스런 변수가 생겨 난감할때가 있다
잠실에서 시외버스로 천안까지는 잘 왔는데 버스를 갈아타는 동안
체력 손실이 많았다
버스 정류장을 찾아 이리 저리 헤매다 간신히 찾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육백번 버스는 쌩 지나가며 버스 기사는 앞으로 가라는 손짓만 계속 해댄다
뙤얕볕을 맞으며 계속 걷다보니 천안 종합버스 터미널이다
새벽밥 먹고 집 나와 벌써 열시가 넘고 산에 오르기도 전에 땅에서 기진맥진되게 생겼다
근처 약국에서 박카스를 사 마시고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광덕사가 종점인 600번 버스를 탔다
버스는 천안역을 지나 시장과 시내를 거쳐 한적한 시골마을을 지나고
쉬엄쉬엄 한참을 간다
초행길이라 어디가 어딘지 몰라 데려다 주는대로 가야해서 느긋하지 않으면
열불나는 시골버스다
사십오분 버스를 타고 드디어 광덕산 들머리인 광덕사에 도착했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한 광덕산은 호두와 함께 이 고장의 자랑이다는
푯말과 광덕산 산행 안내판이 있다
광덕사는 광덕산 아래 높지 않은곳에 있어 방문하기도 편하고 경내도 아름답게 생겨
원점회귀하며 들러봐도 좋겠다
그늘진 일주문을 통과하고 화장실에 들렀다 등산차비를 마치며 산행은 시작이다
절 뒷길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단풍나무와 낙엽송 산책길이다
흙길은 순하고 숲 그늘이 시원하여 땡볕은 잊었다
삼십분쯤 걸어가면 계단길과 계곡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계단길로 들어서자 오르막은
나무계단위에 타이어를 잘라 덭댄 계단이 끝도 없이 나온다
선답자들에 의하면 광덕사에서 일킬로 떨어진 쉼터 정자까지 계단숫자는 육백개가 넘는단다
버스번호도 그렇고 유월 오늘은 육백이다
위험한 바위도 아니고 숨 고르기만 하면서 오른다면 폭신한 계단쯤이야
힘들것도 없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3km밖에 안 남았다
산이 비교적 순해 주민들이 많이 찾을줄 알았더니 평일이라 그런지
삼거리 정자가 있는 쉼터에는 먼저 올라온 등산객 두명 뿐이다
"산악인의 선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 평화 사랑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산에 비해 각오가 큰 노산 이은상의 시비가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오르막이다
광덕산 정상을 향해 가는길에는 놀다 쉬다 가다 해도 좋을만치
중간중간 너른 쉼터가 자주 나왔다
흙길이 나오다 나무계단이 나오다 정상을 밟기 위해서는 오르기만 하면 된다
고도를 점점 올려 오백 오백오십 육백 육백오십 그리고 광덕산 정상이다
해발고도 699.3m의 정상에 다달았다
쨍쨍하게 내리쬐던 햇볕은 구름이 지나가며 태양을 가리다 다시 쨍하기를 반복한다
광덕산은
충남 천안의 차령산맥이 만들어낸 산으로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다
작은 자갈과 초지와 들꽃이 핀 너른 정상에 서니 낮고 부드러운 산너울이
초록으로 시원스레 조망된다
노란 금국화와 하얀 산딸기가 절정이다
정상석을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서 장군바위로 하산했다
하산길은 트랙지도에는 위험구간으로 표기되나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이
쉽게 하산할수 있다
장군바위 삼거리다
워낙 바위가 없다보니 작은 바위에 이름 붙인거 같은 바위는 삼거리 중간에 버티고 있었다
그동안 기암바위를 너무 보고 다녀 눈이 높아졌나 별 감흥이 안간다
옛날 허약한 젊은이가 산속을 헤매다 허기지고 갈증으로 사경에 이르렀을때
물소리가 들려와 가보니 바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고는
마치 장군처럼 우람하게 변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라고 푯말에 적혀 있었다
지역이고 바위고 만들면 전설이다
심심산골은 아니여도 가끔 동네 앞산이나 뒷산에서도 쓰러져 일일구가 출동하는걸 보게된다
허기사 죽으려면 접시물에도 빠져 죽을수도 있다
광적산 정상에서 1.2km 떨어진 이곳에서 이어진 능선길로 3.1km 더 가면 망경산이 나오나
나는 우틀하여 광덕사로 하산이다
하산길은 우거진 숲그늘이다
이어 박씨샘이 나오고 샘 입구는 시멘트로 지붕을 만들어놓아 팔이 짧아 무릎을 끓던지
바가지를 이용해야 간신히 물을 받을수 있다
물은 시원했다
계단을 지나고 계곡길이다
하산할수록 가래나무과에 속하는 키 큰 낙엽송인 호두나무가 많았다
열매도 이파리도 푸르러 유월이 푸르기만 하다
봄철 꽃 떨어진 자리에 맺힌 벚나무 열매와 오디 열매가 떨어져 숲길이 검은 상처딱지가
앉은듯 하다
산행 들머리에선 붉게 익은 보리수 몇개를 따먹었는데 날머리에 다가오자 뽕나무에 오디가
주렁주렁 달렸다
뽕나무 잎은 누에가 먹고 열매 가지 뿌리까지 못먹는것이 없어 버릴거 하나 없는
신이 내린 약나무다
입술이고 이빨이고 귀신마냥 검붉게 물든지 말든지 따먹으며 놀던 어린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순수한 감정은 사라지고 늙어만 가고 있다
유월은 오디와 보리수의 계절이다
계단길과 계곡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돌아와 다시 광덕사다
오후 햇볕을 받은 대웅전 앞의 초록 잔디가 눈부시게 빛났다
임진왜란까지는 사찰 소유토지가 광덕면 전체에 이르러
충청도 경기도 지방에서 가장 큰 사찰중 하나였다는데 임란으로 많은 부속 암자들이 불타고
중건하기를 여러번 사세가 기울어 지금에 이르렀단다
그래도 고풍스럽고 아담하기까지 하여 절이 이쁘게 생겼다
대웅전 앞에는 칠백살이 넘은 우람한 호도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두를 호도로 불리기도 한다
고려 충열왕때 유청신 선생이 원나라에서 왕가를 모시고 올때 열매와 묘목을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 경내에 심고 열매는 광덕면 매당리 고향집 앞 뜰에 심은것이 시초이며
그후 선생의 후손및 주민들이 정성껏 가꾼 결과 호두의 주산지가 되었다 한다
천안의 호두는 껍질이 얇고 알이 꽉차 천안시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머리를 맑게 해주고 피부 노화방지에 탁월하다하여 챙겨먹는 건강식품이다
지금은 휴계소마다 호두과자가 풍년인데 호두는 미국이나 칠레산이고 팥은 중국산이라
우리 호두는 귀한 작물이 되었다
호두나무가 무성했던 광덕사 주변은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김옥균과 임심정부 주석 김구선생등
역사적인 인물들이 은신했던곳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천안은 목숨으로 독립을 원했던 민초들의 고장이기도 하다
천안이 고향인 독립운동가인 석오 이동녕과 대한독립만세 열사 유관순의 얼굴이
천안역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산행거리가 칠킬로도 안되는 광덕산 산행을 세시간안에 마치고 돌아오는 대중교통은
육백번 버스를 타고 천안역에서 전철로 귀가했더니 시간은 더 걸려도
한결 맘은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