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6. 14:04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6월5일 토요일 흐렸다 맑음
코스-마봉리 약수터-마봉송종길 임도-달마고도 남파랑길-너덜-미황사 부도전-대밭 삼거리기점-암릉
-문바위-달마산(498.8m)-헬기장-미황사-미황사 대형주차장
달마산 가는길은 멀다
남도의 금강산이 있는 해남까지 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은 무려 왕복 열시간이 넘어
차 타는게 무서우면 일찌감치 달마산은 포기해야한다
해남은 한반도 지도가 거꾸로된 설치물이 있듯 한반도의 시작이자 땅끝 마을이
있는 곳이다
푸른 바다와 푸른 산이 어우러진 달마산의 매력에 풍덩 빠질 준비를 하고
나름 설렘 때문인지 아무리 눈을 감아도 버스타는 내내 잠이 안온다
새벽잠 떨쳐내며 멀리 달려온 버스는 정오가 넘어서야 산행 들머리인
마봉리 약수터에서 일행을 풀어 놓았다
시멘트 도로가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곳이 약수터인지
들머리에는 편의 시설이란곤 찾아볼수 없어 쉼터 의자도 화장실도 없다
세시간전 휴계소를 들른게 전부라 달마산 곳곳이 자연 화장실이 되겠다
신발끈 조인다고 고개 숙였다 들어보니 이십팔명 산꾼들은 어느새
쌩쌩 앞서가고 있어 행동 굼뜬 내가 트랙 틀고 사진 한장 찍고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발이 빨라졌다
완만하게 오름길이지만 시작부터 시멘트 도로따라 걷는건 힘에 부쳐
산행전 워밍업으로 천천히 걸었어야 했다
일킬로 거리의 달마고도 숲길 삼거리까지 십오분만에 경보하듯 걸었으니
숨은 차오르고 몸이 데워져 얼굴이 후끈 달아 오른다
자동차도 지나갈만큼 넓은 도로인데 좀 태워다 줬더라면 좋았을걸
실제 연포산 입구에 도솔봉 주차장이 있단다
한낮 태양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데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얇디얇은 옷은 거추장스럽게 휘감긴다
토시는 내리고 언제부터인가 모자도 쓸수가 없다
앞선 일행은 연포산 아래까지 이어진 임도따라 계속 걸어가고 나는 숲길로 들어섰다
숲길은 두세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만치 길은 넓고 폭신하다
해남 땅끝 천년숲 옛길은 국토 순례 일번지로 순례객의 출발 혹은 도착 지점으로
인식되는 길이다
달마고도 숲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다시피 순하고 편안한 길이여서 들어서는 순간
죽게 산타지 말고 이런길이나 걸으라는 팔자인지
벌겋데 달아오른 얼굴도 점차 사그라지는거 같다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 한두명 주고받는 말소리도 없어 적막을 깨는건 산새소리뿐이다
이미 꽃진 동백나무와 상록수 잎들이 유난히 푸르렀다
피톤치드가 넘치는지 코가 뻥 뚫린다
달마고도 오백미터를 걸어 도솔암 삼거리다
이곳에서 삼백오십미터만 오르면 자연과 인간이 만든 땅끝 암자인 도솔암인데
오줌도 마렵고 배도 고프고 두 다리는 힘이 없다
바다를 바라보고 하늘에 떠있는 도솔암자를 못본다는 서운함보다
산행 시작도 하기전에 빠져나가는 기운을 돋구는게 급선무라 발빠른 몇몇과 헤어져
난 숲길로 직진이다
달마고도 몰고리재에서 미황사를 연결하는 사코스를 걷는 중이다
달마고도는 미황사에서 출발하여 큰 바람재 노지랑골 몰고리재를 거쳐 미황사로 돌아오는 코스로
달마산 주능선 전체를 아우르는 총 17.74km를 말한다
해남에서 부산까지 연결되는 마파랑길과 겹치는 구간이라 군데 군데
마파랑길 띠지가 나뭇가지에서 나부낀다
해파랑길 남파랑길 올레길 둘레길 누릿길 이리저리 뚫린 길로 인해 전국지도가 바뀔 정도다
이제는 동서남해안과 디엠젯 접경지역 포함 우리나라 외곽을 연결하여 4500km 코리아 둘레길까지
만들어 졌다
'사단 법인 우리땅 걷기'의 신정일님이 아니더라도 살기가 팍팍해서 그런지 요즘은
걷기 열풍이 일어났다
각자 다른 화두를 가지도 길을 나서겠지만 막상 길위에 있는 동안은 고생인데
스스로 고행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천년숲 옛길이 낙엽깔린 상록수 숲길만 있는건 아니였다
난데없이 시야가 트이면서 너덜경이다
산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리 부은듯 바위들은 포개지고 엎어지고
짧지만 너덜지대를 지나고 다시 숲길이다
곳곳에 있는 초록색 상자는 모래주머니가 들은 산불 진화 비상소화 보관함인데
몰지각스럽게 쓰레기를 담아놓은 곳도 있었다
구도자라면 할수 없는 행동이다
미황사 부도전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달마산 능선으로 향했다
승려의 사리나 유골 석탑이 있는 부도전은 명당이라 조용하고 경치도 아름다운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부도전 뒤로 난 등산로의 돌계단은 매우 잘 정비되어 능선까지 팔백미터는
삼십여분이면 오를수 있다
본격적인 암릉구간을 탈 대밭 삼거리 기점이다
계획대로라면 도솔암부터 암릉 2.9km를 타야 만나는곳이라
불썬봉인 정상까지 1.2km만 가면 된다
에너지 꿀물도 마시고 다시 정신차려 바위길을 걸어 보련다
능선에 서면 동쪽의 완도섬과 서쪽의 송지면의 황토 들판과 남쪽의 다도해가
시원스레 보인다는데 안개인지 구름인지 뿌연 운무사이로 희미하기만
한 점점이 푸른 섬 풍광속에 공룡의 등허리를 방불케하는 가야할 능선만이
버티고 있었다
설악 공룡이 아빠라면 작은 아이정도랄까
선답자들의 말에 의하면 덕룡과 주작을 섞어 놓은듯한 암릉이란다
주작까지는 엄두도 못내고 덕룡에서 빌빌 거리던때가 생각났다
진초록으로 갈아입은 나무 사이로 뾰족스런 바위가 길을 열고
능선길은 위태로웠다
운무 때문에 흰빛을 낸다는 규암은 잿빛이고 초록 나무는 검은초록으로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산신령이나 자유자재로 다닐 이런 암릉길을 사람들이 다닌다고 난리들이니
한국 고갯길이라는 띠지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습도는 높고 바위는 무섭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정신 차리지 않으면 바위에 부딛치든지
절벽으로 떨어지든지 할것이다
암릉타는일은 고행이고 수행이다
걷다보면 바위뒤에 동그란 구멍이 뚫린 금샘이 나온다는데
큰 바위를 보고 놀라기만했지 샘은 찾을 생각도 없이 지나쳤다
바위길을 지나다 보면 밧줄과 개구멍 그리고 미끌거리는 나무 뿌리가
나오는것은 예사이고 나무계단은 폭이 너무 커 긴장의 끈을 놓을수가 없다
이어 날카롭게 솟구친 두개의 바위
마치 바위벽을 뚫어 문처럼 버티고 있는 문바위를 통과했다
울퉁불퉁한 암릉에서 한시간 삼십분이나 시름하고 드디어 달마산 정상이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니 두륜산과 도솔봉으로 이어져 땅끝으로 향하는 산줄기가
그 마지막 자락을 남해 바다에 풀어던지기전 안간힘을 돋군 바위 침봉 다웠다
달마산 북서쪽의 바람재에서부터 일어나는 암릉은 달마산 귀래봉 도솔봉에 걸쳐
무려 칠팔킬로가 되는데 그중에 겨우 1.2km를 걸어 해발고도 489m 오백도 안된
정상을 찾아오느라 죽을똥을 쌌으니 아휴 바위길은 흙길보다 두배로 힘들다
정상 표지목옆에 세로로 서 있는 검은 대리석이 정상석이다
어느사이 구름에 가려졌던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뜨거운 열을 뿜어내도
덥기만 하지 푸릇푸릇 조그만 섬들은 흐릿하고 멀리 바다와 하늘이 분간이 어려워
조망 구경은 오늘도 꽝이다
옛날에는 봉수대가 있었다는 돌탑에 올라가 바라봐도 시야는 흐렸다
불을 썼던 봉우리라 해서 지금도 불썬봉으로 불리고 표지목이나 지도에도
불썬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북쪽의 두륜산도 희미하고 완도나 땅끝마을의 빼어난 절경도
보여주질 않고 초록 녹음 속에 하산해야 될 미황사만 눈에 들어온다
달마산은
해남군 현산면 북평면 송지면등 세개면에 접하고 있으며
소백산맥이 두륜산을 지나 마지막으로 일어선 산으로 이 산의 줄기는
땅끝 전망대의 사자봉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호남 정맥의 바람봉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육지의 최남단인
땅끝으로 내려가는 땅끝기맥123km의 마지막 구간중에 있는 산이다
수려한 지형경관은 형성하는 달마산 미황사 일원은 2009년 명승지로 지정되었다
걸어온 암릉이 안개속으로 사라지는걸 바라보며 아쉽지만 달마산 정상을
벗어나야한다
미황사로 하산하기 위해 정상석을 뒤로 하고 내려서는데 초반은 몹시 가파르다
날카롭고 미끌거리는 바위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사이사이 낀 나무 뿌리는
오를때보다 내려올때가 더 위험하여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산꾼들이 하산길에 스키타듯 잘도 내려가는데
왜케 발이 느린지 그래도 많이 나아진 편이다
너른 헬기장을 나오고 위험구간은 다 지나갔다
산딸기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단 몇분만 서서 새콤달콤한 산딸기를 따먹고 싶은데 주어진 시간은 바짝바짝
여유가 없다
드디어 산죽과 동백나무숲을 나와 미황사에 다달았다
달마산을 병풍삼아 서쪽에 앉은 미황사는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돌배가
사자포구에 닿자 의조스님이 여러 향도와 함께 쇠등에 싣고 가다 소가 마지막으로 멈춘곳에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사찰은 산자락 경사진 곳에 조성하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올라가는 고풍스런 축대가
꽤 길었다
다른 사찰과 달리 시야가 시원하게 트여 방금전 내려온 달마산 암릉 능선의 절경이
한 프레임에 들어왔다
찍사가 삼각대를 설치하고 빛 조절을 하고 있었다
산사를 순례하며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달마산 미황사를 꼽았다
어디선든 노을이 아름답지만 미황사 대웅전 뒤에 있는 응진당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일품이라 바닷물도 붉게 울어 장엄하단다
미황사는 소 울음소리가 아름답다는 의미라니 해질녘에 하루일을 마친 소 울음일게다
천왕문 안에는 돌리면 공덕을 쌓는다는 윤장대가 있고 실제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속세의 죄를 조금이라도 씻으려면 돌려야는데 기다릴 시간이 없다
산악회 산행은 주로 유명한 사찰을 날머리에서 만나는통에 한가하게
절 구경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
귀경길도 먼데 미황사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손도 씻어야 했다
사찰을 빠져나와 아스팔트 도로따라 오백미터를 내려오니 대형 주차장인듯
공용 화장실도 없는 공터에는 버스 석대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다
갈아입을 티와 간식떡을 들고 찔끔찔끔 흐르는 도랑물에 손을 씻고
나무 그늘속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떡도 먹고 오줌도 누었다
달마산 동물도 아니고 잠시 그곳에서 먹고 이곳 저곳 영역표시까지 하고 나왔으니
월출산처럼 암릉구간에 난간이라도 있었다면,푸르디 푸른 바다만 조망했더라면,
도솔암자에 올라 시 한수 지었다면
거친 암릉을 오르내려도 조금 수월하지 않았을까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 발악하는 산의 형색과 낙조의 극치를 맛보려면
귀경버스는 타지 말아야 한다
유명세에 비해 정상석도 표지목도 편의시설도 미흡했던 달마산은
종주도 건너 뛰었으면서 피로도는 극에 달해 산행 여독을 푸는데 다음 다음날까지 걸렸다
그린곤 삼일째 되는날 코로나 아스트라제네카 일차 백신 주사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