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응봉산

2021. 6. 27. 10:40백대명산

일시-2021년 6월24일 목요일 맑음

코스-산불 감시초소-모랫재-제 1,2헬기장-정상(998.5m)-원탕-효자샘-쉼터-용소폭포

       -덕구계곡 입구-덕구온천 콘도 대형 주차장

 

울진 응봉산은 소나무와 온천수의 산이다

 

분명히 들머리에서 산길샘 트랙을 틀어 시작하기를 누르고 날머리에서 기록마치기를 눌렀는데

귀가후 트랙지도를 열어보니 다녀온 흔적이 나타나질 않는다

그날 산귀신이 쓰였었나 언제 어디를 다녀왔는지 남은건 사진 뿐이다

믿었던 사람이 뒤통수를 치고 믿었던 진실이 거짓이 되는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만도 못한일이지만 이해못할 실수가 잦아진다 

순전히 날씨 탓으로 돌릴수밖에 없다

해발 이백여미터 고도의 땅에서 구백여미터 정상까지 칠백여미터 고도를 올리는 동안

가파르지도 않은데 횡격막이 땅기며 숨이 찼고 내리막 초반에는 급하게 내리는 급경사로 

체력소모가 많았는지

집에 돌아와서도 머리가 아프고 귀도 멍멍하고 정신집중이 안되는 증상이

삼일내내 이어졌다

그린곤 컴퓨터를 할라치면 뒷골이 당겨오는통에

산행후 복기하며 산행기 쓰는일도 쉽지 않았다

 

산불감시초소에 내린 시각은 오전 열한시 십분

네시간 십분만에 버스에서 탈출하니 땡볕이 기다린다

유월하순 계절은 이미 한여름으로 치달아 등산화끈을 묶는 출발점부터

등짝으로 따끈함이 느껴진다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서며 산행 초반길은 평탄하다

육산답게 길이 넓고 흙길이라 선두조는 이미 달리기하듯 가버렸다

초반부터 속도를 내면 나중에 더 지치던데 나만 그런가

그야말로 산에서 마라톤하듯 걷는 그네들은 사람이 아닌듯하다

산길에서 명상하듯 걸어가려면 홀로산행이라야 가능할것이다

모릿재다

이곳에서 좌틀하면 용소폭포로 갈수 있고 나는 정상을 향해 직진이다

완만하게 오르는길도 순했다

제일 헬기장을 지나고

소나무와 낙엽송이 어우러진 여름 산길이 풍성했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만나는 금강소나무 군락지에는 풍성한 가지,붉게 물든 줄기를 가진

하늘위로 곧게 뻗은 금강 소나무가 울울창창하여

보호 관리되고 있는 산림 유전자 보호구역이다

키큰 나무들로 조망은 가려지고 땀은 흐르고 숨은 차고 계곡물이 없는 오르막은

힘이 두배로 든다

뒤에서 쫓아오던 일행에게 길을 양보하고 그 뒤를 쫓아가다 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게 말연인데 몇분 차이 나지 않는데도 산악회원 일행들은

은근히 서로를 신경쓰며 경쟁아닌 경쟁을 하게 된다

경쟁하고 싶어도 체력 모자란 나는 안되는 일이다

선운산에서 만났던 단단한 근육질을 가진 칠순의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나이탓한 내가 무색하게 나보다 더위도 안타고 걷는것도 잘한다

딱히 암릉이라고 하기에도 겸손한 작은 바위길도 나오고 나무계단도 나온다

아무리 육산이라해도 여태 명산은 쉬운길은 없었기에 놀랄일도 아니고

오히려 잘생긴 소나무에 놀라며 올라가고 있다

정상에 다달을수록 꼬리 진달래의 군락지가 있어 산길에는 흰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다

잎은 진달래나 철쭉과 비슷하고 꽃은 작은 흰꽃이 여러개가 뭉쳐서 피어나

멀리서 보면 하얀 사탕처럼 보인다

제이 헬기장이 나오고 이내 정상이다

해발고도 998.5m다

지도상에는 999.7m로 표기되어 나온다

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울진군의 경계를 이루는데

응봉산이라는 산은 홍천 대전 영월 인천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다

울진 응봉산은 낙동정맥에 의한 지류로 둥해바다를 굽어보며 우뚝 솟은 산이다

전설에 의하면 울진조씨가 매사냥을 하다가 산봉우리에서 잃어버린 매를 쫓아

이곳을 응봉이라 부르고 매봉산이라고 불렀다 한다 

이산에서 매를 찾고 근처에 부모의 묘자리를 쓰고는 집안이 번성했다는 전설도 있던데

오르는길에 묘자리 하나는 관리가 부실하였다

하늘 가까운 명당이라도 높은곳의 묘는 후손들이 외면할테니 당연한 일이다

누구랄거 없이 이제는 화장하여 뼈가루만 차곡차곡 쌓아 놓지만

인터넷으로 제사도 모시는 세상이 되었으니 나중엔 그것도 사라질것이다

이곳 응봉산은

산맥이 남서쪽 통고산으로 흐르고 동쪽 기슭에는 덕구계곡이 있고 남동쪽에는

구수계곡이 흐르고 있다

뭐가 그리 바쁜지 5.8km를 두시간만에 쫓기듯 올라왔다 쫓기듯 내려가느라

정상에서 통고산과 함백산 태백산 동해바다 조망을 구경할 생각도 못했다

버겁게 인증하고 점심때가 지나 허기를 달랜다고 뙤얕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정상석 아래 헬기장 시멘트 바닥에서 샌드위치 한조각을 먹고 일어났다

정상에서 사두목 능선 기점인 사두목으로 내려오는길은 몹시 가파르다

소나무의 굵은 뿌리가 계단을 이뤄 잠시도 한눈을 팔수 없다

땅에 박힌 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크게 다치게 생긴 위험한 하산길이라

정신줄을 꼭 붙잡고 긴장하느라 온 신경이 곤두섰다

계곡길로 접어들어 제13교량인 영국 포스교가 나온다

계곡 아래끝까지 열세개의 교량이 나오는데 각나라 특색지역의 교량을 흉내낸 다리다

이어 원탕이다

덕구 자연 용출온천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고 자연 노천 온천 족욕탕에는

앞서간 일행들은 어느새 모두 앉아 발을 담그고 있었다

발보다 머리로 열이 오르며 통증이 생긴 머리를 식힐겸 나는 머리를 감고 하산했다

계곡 따라 둥근 파이프 라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열두개의 교량을 따라 온천수를 실은 파이프 라인은 계곡 아래 덕구 온천으로 이동한다

12교량인 중국의 장제이교를 지나고 일명 신선샘이라고도 불리는 효자샘이 나온다

이어 11교량은 일본의 도모에가와교 10교량은 영국의 트리니티교

9교량은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와백운교 8교량은 경복궁의 향원정

7교량은 스페인의 알라밀로교 6교량은 스위스의 모토웨이교

5교량은 독일의 크네이교 이름만 요란하지 별 구경거리도 안되는

다리 건너며 정신 팔다 보니 용소 폭포다

다리보단 계곡의 붉은물과 계곡의 돌들이 훨씬 나은 경치였다

용소폭포는 이곳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기전에 살았던 곳이라더니

용이 꿈틀거리며 구멍을 낸듯 암석들은 구불구불 폭포수는 계단처럼 떨어졌다

온천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의 바위들은 모서리가 없이 둥글둥글 색깔로 허옇게

변색되어 변성암들이다

계곡길 중간에는 줄무니난 흰돌과 검정 바위돌도 있다

다시 한번 온천수에 머리를 감았다

4교량인 오스트레일리아의 하버교 3교량인 프랑스의 노르망디교

2교량인 한국의 서강대교 1교량인 미국 샌프란시스토의 금문교를 마지막으로

계곡 여행을 마치고 덕구계곡 입구 대형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했다

발갛게 물든 온천수와 그 물로 인해 자연스레 녹아내린 바위들이

아름다운 계곡에 소박한 우리 교량이면 충분할걸 지역민들은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진짜도 아니고 가짜인 각국의 교량들로 오히려 정신만 산란스럽게 만든다

온천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차원이라면 그 고장의 특색을 살리는게 최선일게다 

산행시간은 주어진 시간보다 삼십분 빠른 다섯시간 삼십분간 했어도

하산길 초반에 떨어진 체력 그리고도 귀갓길 다섯시간 내내

또 빠진 기로 인해 머리속은 텅 비어 버렸다

한밤중 속을 달래느라 김치찌개와 곡기를 먹고 자고 일어났어도 회복은 더뎠다

 

용소폭포 아래에서 머리 감을때 물을 끼얹여 주다 남편이 계곡물에 빠트린 스마트폰은

먹통이 되어 버렸고

테레비가 꺼졌다 켜졌다 작년 여름에도 그런 발작이 있다 살아난 테레비가 죽고 싶다 아우성이다

테레비고 스마트폰이고 안보면 그만일테지만 당장에 스마트폰 없인 산악버스도 못타고

사회와 단절될테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다

아날로그로 돌아갈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 가자니 사나흘안에 쌩돈만 깨지고 머리는 욱씬거리고

먹고 쉬고 먹고 자고 기운없는 며칠을 보내고 다음 산행지로 청량산을 가야한다

더운 여름날 산행 하기가 호완마마 아니 코로나보다 무섭다

덕구 온천때문에 더 유명해진 응봉산 계곡에는 천연 노천족욕탕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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