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18. 15:37ㆍ백대명산
일시-2021년 7월 17일 토요일 맑음
코스-도마령-상용정-각호산 정상(1202m)-십자로 갈림길-무인대피소-민주지산 정상(1241.7m)
-쪽새골 삼거리-물한계곡-황룡사-물한리 주차장
서울을 벗어나면 나으려나 연일 이어지는 한낮 폭염이 기승이다
폭염도 코로나도 싫어 도망가려해도 몸살난 지구촌 어디에도 안전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러날 기색이 없고
새롭게 델타라는 이름으로 변이되어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칠월중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를 취한다는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확진자가 천육백명이 넘었다
방역당국은 공격적인 검사를 하게 되면 환자는 더 증가할거라는 충격적인 말을 하며
서울과 수도권에 거리두기 사단계 조치에 들어갔다
돌아다니지 말라는 비상상황에 산악회 버스로 산행하는것이 옳은일인지
갈까말까 고민하다 집을 나서니 새벽전철 승객은 확연히 줄었다
걸을땐 데일리 마스크 전철에선 그위에 구십사 마스크를 덧 씌웠다
지하철 승객들의 눈은 마주칠일도 없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의 시선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사람이 사람들을 벌레보듯 경계하는 낯선 시선은 이제 익숙한 모습이다
에어컨 없다면 덥고 갑갑해서 코로나보다 숨막혀 죽을수도 있는 완전무장을 하고
버스공간에서 다시 세시간을 이동해야 해서 덩달아 괴로워도 참아내는 인내를 배우게 된다
오늘 가는 민주지산은
덕유산을 뒤로한 백두대간이 대덕산을 찍고 덕산재에서 부항령지나 밀목재 가는 도중
삼도봉을 지나면서 발 빠른 산꾼들은 다녀왔던 산이다
대간길 걷는것도 죽을똥살똥 따라가느라 난 아예 갈 생각도 안했던 봉우리를
이제사 찾아간다
버스는 꼬불꼬불 돌아 49번 지방도로의 도마령에 다달았다
영동 황간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고갯길인 도마령은 말을 키우던 마을 또는
칼찬 장수가 말을 타고 넘던 고개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해발 팔백여미터가 넘는 높은 고개라서 사백여미터의 고도만 올리면 정상을 밟을수있다
나무계단을 올라 산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하는데 오르자마자 상용정이다
나무 의자와 정자 쉼터가 한박자 느리게 오르길 바라지만 산악회 일행들은
쉽사리 쉬는 법이 없어 그대로 직진이다
초반부터 속도를 내는 일행들에게 하나 둘 길을 양보하다보니
오늘도 꼴지는 따놓은 당상이다
각호산까지만 오르면 그뒤부터는 숨찰일 없다는 말에 기운을 내본다
계속 오르막이라 시작부터 얼려온 아이스 수건을 등짝에 붙였는데도
얼마 못가 녹아내린 얼음수건이 뜨뜻해지고 더운짐이 솟는다
구백미터 천미터 점점 고도는 올라가고 얼굴과 이마도 벌겋게 달아오른다
천미터고지가 넘어가자 공기는 조금 서늘해진 느낌이다
산행 시작 오십분이 되어 도마령에서 1.5km 거리의 각호산 정상에 섰다
해발고도 1202m의 각호산은 옛날에 뿔달린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어
각호산이라 불리게 되었단다
두개의 뾰족한 암릉이 멀리서 보면 뿔같기도 하고 바위뒷쪽으로 시야가 탁 트이나
뿌연 안개에 희미한 산너울뿐이다
민주지산까지는 3.0km 갈길이 바쁜지라 빠르게 각호산을 벗어났다
각호골로 하산할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고 오르내림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산사면을 걷는거보다 능선길이 훨씬 편했다
산사면을 오르면서 흘린 땀을 쓸고 가기라도 하듯 능선길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조금전에 아고 더워 죽겠다던 말은 아고 시원해 죽겠다는 말로 나오니
간사스럽기가 짝이 없다
홀기골로 하산하여 자연휴양림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고 능선은 계속 이어진다
산길가에 핀 하얀 어수리꽃에는 벌들이 모여든다
동자꽃 원추리 노루오줌 큰 까치수염 비비추 물레나물 며느리 밥풀
서당개 삼년 풍월 읊는다고 산행 다닌지 칠년차가 되다보니 주워 들은 꽃 이름도 수월하여
초록일색인 능선길에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피어 났다
지금 뜨거운 생의 한가운데를 살고 있는 작은 생명들의 보금자리인셈이다
쪽새골로 하산할수 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길은 점점 무성해진 쐐기풀이 옷을 스치고 팔과 종아리를 찔러댄다
벌레나 풀독이 무서우면 아무리 더워도 긴팔 긴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반팔 반바지의 시원함을 맛본 후로는 죽어도 못입겠으니 큰일이다
안그래도 산모기들이 좋아하는 달고 맛있는 고지혈이라 호주머니에 모기 퇴치제를 넣고
뿌리며 다니는중이다
각호산 정상을 벗어난지 한시간이 지나고 이제 민주지산 정상까지는 삼백미터만 가면 된다
우거진 수풀 사이에 무인대피소가 나오고 그옆에는 추모비석이 있었다
1998년 4월1일 5공수 특수여단의 장교 한명과 부사관 다섯명이 사망한곳이다
칠갑산을 출발한 부대원들은 속리산과 월악산을 종주하는 고강도 천리행군을 하던중이었다
민주지산을 넘는 오일차에 비가 눈으로 바뀌는 기상이변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훈련강행으로
일어난 사고다
이는 아!민주지산 기록 영화로도 남겨졌으니
아무리 날쎄고 강철 체력을 가진자도 자연과 싸우지 말아야하는 교훈을 남겼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민주지산 정상으로 향했다
해발고도 1241.7m의 정상이다
충북 영동군에서 설치한 화강암 정상석이 위풍당당 크기도 컸다
안개 구름 걷힌 하늘은 맑고 빠르게 구름은 움직였다
민주지산은
산세가 밋밋하게 민두름하여 민두름산이라고 불렀는데 일제 강점기에 한자로 표기하면서
민주지산으로 바뀌었단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에는 백운산으로 기록된다
소백산맥 중앙의 충북 영동군 용화면과 상촌면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걸쳐 있으며
북쪽엔 각호산이 남동쪽으론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을 거느린 명산이다
백두대간을 하면 누구나 거치는 삼도봉에는 용 세마리가 여의주를 이고 각도를 바라보고 있는
크기도 크고 우람한 삼도대화합탑을 만난다
남쪽과 서쪽 사면에는 무주 남대천이 흐르며 동쪽 사면에는 송천이 흐른다
정상에는 김천 장애인 클럽에서 단체 산행온 일행들로 만원이고
바람따라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구름 사이에서 태양도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높은곳에 오르고 다시 내리고
그네들은 한나절 산행을 위해 몸과맘의 수고뿐 아니라 온갖 기대와 희망을 지니고
올라 왔을것이다
더운거 빼고는 불편한거 없는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얼추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정상석 인증을 했다
잠깐동안 파란 하늘을 기다리다 사진 몇장 남기고 정상을 벗어났다
정상에서 백미터아래 쪽새골 삼거리다
트랙지도상에는 족새골로 표기되는데 높은 산이라 쪽새든 족새든 새들이
살기좋은 심심산중이다
2.3km떨어진 석기봉을 찍고 조금 더가 삼도봉에서 하산할수도 있으나
난 그냥 하산이다
물한계곡으로 하산하는길은 계속 내리막 돌길이다
삼도봉 명품숲길 삼거리전에 백여미터만 정비되었지
크고 작은 돌들이 나 뒹그는 돌박길을 앞서 하산했던 장애인들은
이길로 올라왔다 이길로 하산하는중이라는데 한발한발 그야말로 수행이 따로없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고 계곡길이 이어진다
계곡길 옆으로 석기봉에서 발원하는 물한계곡의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나
황룡사 입구까지 철 울타리가 쳐 있어 계곡물에 들어갈수가 없다
석기봉과 삼도봉 갔던 사람들이 하산하는 아치다리 갈림길을 지나고
숲길삼거리다
삼거리 의자에 앉아 쉬는 할아버지는 반달곰을 봤냐고 묻는다
반달곰은 커녕 쥐새끼 한마리도 못보고 벌과나비들 벌레들과 함께 걸어갔다 걸어오고 있는데
육년전 지리산에서 방사했던 반달곰들이 때때로 이곳 마을까지도 내려온다는 말을 한다
사찰로 들어서는 출렁다리를 지나 황룡사를 통과했다
시멘트 도로가의 식당가를 지나는동안 오후 뜨거운 햇빛을 고스란히 받고 자란
봉숭아꽃과 채송화꽃이 만발하고 키 킨 호두나무에는 푸르게 열매맺은 호두가 싱싱했다
물한교를 건너 물한리 주차장에서 민주지산 산행을 마무리했다
밋밋하다 우습게 여겨선 안되는 한여름 민주지산은
쐐기 풀숲에서 때론 겹겹의 초록능선에서
꽃을 피우고 새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