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태화산

2022. 4. 15. 10:35백대명산

일시-2022년 4월13일 수요일 비 

코스-흥월리 큰골 입구-포도농원-큰골 등산로 입구-큰골 갈림길 삼거리-태화산 정상(1027m)

      -큰골 갈림길 삼거리-전망대-헬기장-태화산성 갈림길-고씨굴교 전망대-고씨동굴-주차장

      11.3km를 5시간 10분 걸림

 

팔개월만에 다시 백대 명산 산악버스에 올랐다

동네산은 나돌아 다녔어도 원정산행은 오랜만이라 배낭 꾸리는것도 갈팡질팡했는데

여명이 트이기전 집 나서려니 무사 완주 할수있을까 가슴도 두근거린다

산악버스는 빨간색인줄만 알았더니 장의버스같이 무섭게 시꺼먼 버스가 와서 일행들을 싣고 간다

코로나가 덥치고 간 세월 동안 물갈이된 산악회원들은 젊어졌다 

늙은이들은 멀리가지 말고 동네산이나 다니라는 신호인지 아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휴계소에서 먹은 바람떡이 정말 맛있었다

저탄고지 식이만 하다 산행을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하니 눈이 트이고 배도 불러 살것만같다

흥월리 큰골 입구 들머리에 세시간이 채 못되어 도착했다

해발고도 삼백여미터의 들머리에서 해발고도 천여미터 태화산 정상까지 

칠백고지만 올리면 되기에 오늘 산행은 기분좋고 쉽겠다

등산로 입구까지 시멘트 임도따라 이어져 계속 올라친다

가랑비가 내려 다행이지 뙤얕볕이라면 초반부터 죽을맛을 보고 시작했겠다

산능선 아래 개나리 진달래가 활짝 피고 길가엔 달래와 냉이가 지천이다

산 언덕에 외딴집이 띄엄띄엄 하나둘 있고

인적없는 산중이 지집인양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가 메아리쳐 산이 울릴지경이다

완만하게 올라 점점 고도가 높아져 천미터 고지에 다달아도 밋밋한 오름길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산길에 쌓인 낙엽은 언제쯤 거름이 되려나 비 맞고 도로 살아나는것만 같다

큰골 갈림길 삼거리에서 육백미터 떨어진 태화산 정상에 섰다

태화산은 태백산맥  줄기인 내지산맥에 속하는 산이다

북서쪽에 국지산(626m)동북쪽에 응봉산(1013.3m)이 있고 산의 북쪽에서 동쪽을 걸쳐 남쪽까지

남한강이 감싸안고 흐른다

능선은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있으며 산세가 험한편은 아니나 전사면에 급경사를 이룬 산이다

강원도 영월과 충북 단양에 걸쳐 있는산이다 보니 정상석도 각각 두개가 설치 되어 있었다

비오는 날은 어둡고 바람까지 불어 기온은 더 떨어져 체감온도는 겨울추위다

손이 시럽고 등이 오싹하여 정신없이 발도장에 인증샷만 날리고 정상을 벗어나

다시 큰골 갈림길 삼거리다

날머리가 있는 고씨굴까진 5.1km 점심때가 되었어도 마땅히 비를 피해 먹을만한곳이 없다

소나무와 바위 전망대에 다달았으나 비구름에 갇힌 산과 그아래 강물 조망은 꽝이다

바람이 쓱 불어줄때 잠시잠깐 물이 보일뿐

굽이굽이 흐르는 남한강은 어디로 숨어버렸나 다시 구름바다다

안개비가 내려도 허기진것보단 나을테니 딸기잼 바른 호밀빵을 먹는데 딸꾹질이 나온다

갈길 바쁘다고 빨리 먹었나 보다

발도 느리고 먹는것도 느리고 서두르면 꼭 탈이난다

그러길래 이제는 원정 산행에선 걸으면서 먹는것도 터득했다

산성터 갈림길에서 곧장 고씨굴 방향을 벗어났다 다시 올라서 고씨굴쪽으로 걸었다

몇미터의 알바라도 내렸다 올랐다 하려면 기 빠진는데 아휴 오늘 한건 했다

대장이 하산길 조심하라더니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졌다

고씨굴교와 동굴이 보이는 하산 마지막까지 내리막길은 상당했다

조심스럽게 내려오고도 비에 젖은 나무뿌리에 미끌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남한강을 배경으로 오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남은 오십분동안 먹고 옷 갈아입고 화장실 들르기도 버거워 

임진왜란때 고씨일가가 숨어 살았다는 고씨굴속대신 겉만 보고 돌아섰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위 다리 건너 주차장에는 검은 버스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쫄딱 젖은 웃옷을 갈아입고 삶은 계란 두개와 뜨끈한 사골국물 한컵으로

요기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걱정과는 달리 올때갈때 버스에서 삼십여분씩 잠도 자고 머리 다리 어느곳 하나 아픈곳이 없었다

해가 뜨지않고 비가 와서 다행이었나보다

무엇보다 덥지 않았기에 잃었던 자신감이 돌아오는 중이다

산천에 꽃이 피고 지는 꽃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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