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9. 16:56ㆍ백대명산
일시-2022년 4월28일 목요일 10/24 미세먼지후 맑음
코스-얼음골 주차장-케이블카 탑승장-주능선 갈림길-천황산(1189m)-천황재
-주암 삼거리 갈림길-재약산(1108m)-고사리분교터-계단-층층폭포-표충사-상가 주차장
13.5km를 4시간 30분걸림
원정산행은 산행시간보다 차 타는 시간이 더 길어
오고가며 진이 빠지는 일이다
경북 밀양까지 무려 네시간 삼십분만에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집에서 가까운 근거리나 다닐걸 하다가도 백대 명산이나 하니까
전국 팔도강산을 누비고 다니고 있어
밀양도 난생 처음이다
오늘은 영남 알프스 산군인 천황산과 재약산으로 간다
영남 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1241)을 중심으로
간월산(1069)신불산(1159)영축산(1081)천황산(1189)재약산(1108)고헌산(1034)일곱개에
운문산(1188)문복산(1015)을 포함한 해발고도 천미터 이상의 아홉개산을 일컬는다
수려한 산세와 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가을이면 고지대 평원에 나부끼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는곳이다
봄철이라 환상속 억새꽃이나 기대할까
얼음골 골짜기로 올라서는길 대신 좀더 빨리 쉽게 가려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성인 만오천원 하산시에는 필요치 않아도 왕복티켓만 판매한다
하지만 케이블카 타는곳까지 시멘트 도로를 십분 걷고
케이블카 타기까지 이십분 기다리는 시간을 합치면 벌써 얼음골 진입을 했을텐데
평일이라 다행이지 앞서가려 꼼수 부렸다가 도리어 늦을수도 있겠다
1.8km거리에 고도를 천미터나 올렸으니 이제 완만한 능선길만 걸으면 되겠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골 깊은 산들은 벌써 연두빛에서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진달래 능선길에는 이미 꽃 떨어진 자리에 잎이 돋아나 있고
하늘 억새길에도 밑둥가지만 남아 간간히 부는 바람에도 말라깽이처럼 흔들릴뿐이다
천황산이 점점 다가오며 너른 억새밭이 시야가 뻥 뚤린다
푸르게 자란뒤 황금색으로 이어 회백색이 될때까지 너울너울 춤췄던 억새들은
온데간데 없이 황량한 들판이다
온 몸을 다 바친 한 생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이다
들판너머 멀리 병풍 드리워진 산너울들 푸르름이 한창이다
정상일대는 거대한 압벽이 있었다
돌탑과 정상석이 교묘하게 떨어져서 멋져 보이는 봉우리가 천황산이다
해발고도 1189m의 천황산은 사자봉이라고도 불리는데 블랙야크에서 지정된 백대 명산은
아니고 영남알프스 구봉 인증에만 해당사항이란다
목적 산행이 있어야 나태함이 사라질테지만 백대명산으로 만족하고
햇볕 내리쬐는 정상석을 벗어났다
천황재 기점에 다달으고 주변은 온통 황량한 억새뿐이다
천황재는 넓은 마루로 등산객들이 쉬어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표충사로 바로 하산할수도 있겠다
재약산까지는 일킬로가 채 안되어 금방이나 재약산 정상부에 이르러서는 암릉이 나온다
백대명산은 쉽게만 허락하지는 않다는걸 알기에 우회로를 지나쳤어도 투덜대지 않았다
이어 산길샘과 지도상 해발고도 1119.1m의 재약산 정상이다
수미봉이라고도 불리는 정상석에는 1108m로 표기되어 있었다
정상석을 벗어나면 백이십 오만평이나 된다는 사자평 억새밭과 습지대가 있어 평온해 보이지만
이내 고사리 분교터를 지나고 층층 폭포로 가는내내
계단길이다
재약산에서 표충사로 하산길은 전부 계단으로 놓여 있다고 해도 거짓은 아니다
아마 삼천개 이상 내려온거 같다
끝도 보이지 않는 계단 징글맞게 내려서야만 층층폭포를 만날수 있다
층층폭포는 이름답게 삼십미터가 넘는 폭포가 이단으로 층을 이뤄 떨어지는는데
어찌나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떨어지는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에 등산로는 계곡옆으로 나있고 구룡폭포를 지나고
한참 내려오다 보면 흑룡이 하늘로 비상하듯 보인다는 흑룡폭포다
고산분지에서 어떻게 그 많은 물이 만들어졌는지 상상도 불가하다
하산길은 계곡으로 이어지고 계곡물은 깊고 맑고 넘치게 흘렀다
이윽고 천년고찰 표충사가 나오고 산행도 마무리 할때가 되었다
표충사는 신라 진덕여왕때 창건한 절로 서산대사가 의병을 모집한곳으로 유명한 절은
겉에서 보기에도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웠다
재약산 정상에서 표충사까지 5.2km 표충사에서 도로따라 2km 주차장이다
꼬습게 케이블카 타며 룰루 랄라 백명산 인증 한개 마치려던 얄팍한 계획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전날밤 부족한 잠을 토막잠으로 보충하여 기분 나아졌나 싶더니
코코넛 오일 분말을 찬물에 타 마셔 그랬나
지하철 타고 오는 동안 환승역과 하차역에서 설사를 줄줄 쏟았다
화장실 찾느라 얼굴이 사색이 되어보니 다음부터는 화장실 위치 파악은 물론
오일 분말은 따끈한 물에 타서 마시든지 차안에서는 마시지 말아야겠다
아휴 산 타는것도 힘들지만 차 타는것이 더 힘들었던 하루 보내고나니
여독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떡과 빵 평소라면 저탄수화물 섭취로 피했을 음식인데 산행핑계로 먹었다고
오히려 줄었던 몸무게는 다시 늘었다
몸이 불거나 말거나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서 아프지나 않했음 좋겠는데
점점 몸은 맘을 따라가지 못하니 명산 탐방도 버거워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산악회 회원들도 젊은이들이 많아졌지만
산행은 정직하여 서툰 패기보다 노련한 경험이 한 수 위라
기 죽을거 없이 내 발걸음 대로만 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