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구병산

2022. 5. 13. 11:11백대명산

일시-2022년 5월12일 목요일 14/26 맑음

코스-구병산 관광지 주차장-신선대 형제봉 갈림길 능선-신선대(759m)-853봉갈림길-구병산(876m)-숨은골

      -구병산 관광지 주차장

     9km를 4시간 걸림

 

예약된 두륜산이 다음달로 미뤄지는 바람에 갑자기 구병산으로 간다

남은 좌석이 이십팔인승 버스 맨 뒷자리뿐이라 버스 꽁무늬에 앉아가는것도 처음이다

세상은 경험할것이 너무 많아 이 나이 먹도록 아직 안해본것이 천지다

버스는 앞좌석보다 자주 흔들거렸다

나만 느끼나 가속으로 달릴때는 쌩쌩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거 같고

바닥도 후끈후끈 더운 바람이 나온다

그러길래 울렁울렁 차멀미 있는 사람은 앞으로 앉나보다

차만 타면 차멀리로 고생했던 나도 여러번 타다보니 나도 모르게 멀쩡한거 보면

뭐든 반복해야 체력이 나아진다

 

구병산 관광지 주차장에서 풀어진 일행들은 부리나케 산길을 찾아 나선다

산악버스 타고 다니는 산꾼들은 주어진 시간안에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야하기에

행동이 무척이나 빠르다

앞선 일행들과 함께 가다가도 뒤꽁무늬로 쳐지는 나같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경쟁이라도 하듯 앞서 나간다

십분만에 적암리 경로당과 구병산 삼거리다

이곳에서 구병산 정상까지는 5.5km 갈길이 멀다

우측 계곡길을 끼고 나오는 산불감시초소에 등록을 마치고 계곡길은 이어진다

삼십여분 완만하던 길은 다시 삼거리를 지나며 신선대 오르는길로 점점 가파르게 치닫는다

능선으로 올라갈때까지는 그런대로 가팔라도 흙길이라 견딜만하다

이어 다달은 능선이다

좌측 능선으로 신선대는 백미터 가까이에 있고 백두대간 속리산 구간인 형제봉은

우측 능선으로 6.4km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신선대로 방향을 틀어 산행시각 한시간 삼십분만에 신선대 정상에 섰다

신선들이 앉아 바둑 두었다는 곳이라서 그런지 산신령이 아니래도

초록으로 출렁대는 산너울을 바라보니 너럭바위에 걸터 앉아 쉬었다 가고픈맘이 굴뚝같으나

2.7km 암릉길을 걸어 구병산에 닿으려면 그런 넋빠진 생각은 금물이다

신선대 정상을 벗어나 초반은 등산로가 좋으편이나 칠백미터 갈림길을 지나고서는

길이 험해진다

해발고지가 칠백오십여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오르락내리락 산길은 암릉과 로프가 번가라 나오는통에

숨이 벅차고 땀이 나지만

바위벽으로 흐르는 초록물이 한 경치를 뽐낸다

구병산 정상이 점점 다가와지고 긴 로프를 줄잡고 올라선다

853봉 봉우리인 백운대를 우회로하여 구병산을 백미터 앞두고 삼거리다

이윽고 해발고도 876.2m의 구병산 정상에 올라서니 흰구름 떠다니는 파란 하늘에서

햇볕이 눈이 부시게 쏟아졌다

무덤가에 비석처럼 생긴 화강암 정상석에는 876m라고 작은 글씨로 적혀있다

운장한 산에 비해 정상석은 무성의하다

암릉길을 헤치며 올라선 정상 상단은 오히려 흙이 많고 넓은편이다

구병산은 국립공원 속리산 남쪽에 위치하며 주능선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병풍을 두른것처럼

아홉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 산이라서 이름 지어진 산이다

호남의 소금강인 속리산에 비하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곳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을 지아비산 구병산을 지어미산 금적산을 아들산이라고하여

이들을 삼산이라 일컫는단다

지난 1999년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충북 알프스로 출원등록하여 관광상품을 홍보하는데

우리만의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면 좋으련만

영남알프스 호남알프스 이제는 충북에도 알프스도 있다

이는 거대한 유럽 알프스는 아니여도 아기자기한 산군들이 이어져 있다는데서

아님 동경의 대상으로 불리는지도 모르겠다

흰구름이 빠르게 지나고 속리산과 구봉산의 여러 봉우리들도 꿈틀거리는것만 같다

정상석 아래 고사목이 위태롭게 풍경을 더 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무들이 건네는 이야기는 끝이 없다

멀리 아래 보이는 위성기지국이 있는 적암리 마을로 하산할 예정이다

아직 오월인데 햇볕으로 눈 뜨기가 힘겨운 정상에서

백미터 뒤돌아 내려와 삼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암릉에다 로프에다 구병산 오르는길이 힘겹다고 투덜댔다가는

하산길 경험이 없어 하는 말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나서 망정이지 삼거리에서 내리막 초반부터 급경사로 하산이다

오르막보다 긴장이 두배로 늘어나 신경은 쭈삣서고 다리와 발엔 힘이 잔뜩 주어져

쥐가 날 지경이다

나무 뿌리와 바위돌이 있는 내리막이 차라리 나으려나

날선 흙길 내리막은 발바닥 힘조절로 조심스럽게 내딛어야 하기에 오히려 오르막이 낫겠다

작은 돌멩이들을 밟고 데구르르 미끌어지기라도 한다면 밑으로 죽 내려갈 구간이다

암릉 능선에서는 접었던 스틱을 다시 길게 늘려 집어야만 가능한 구간이거늘

스틱도 없이 하산하던 아가씨는 내 앞에서 여러번 엉덩방아를 찧고도 잘도 내려간다

패기있는 젊은이도 아니고 늙어가는 나는 내리막은 스틱없인 불가능하다

비나 눈길이였다면 더 위험한길이 되겠다

맨숭맨숭 급한 흙길을 내려서니 이제는 너덜바위길이 나온다

표식이라도 적어놓으면 알까 허여멀건 큰 바위아래 작은 바위 알갱이들이 모인곳이

쌀눈바위인지 알수없고 작은 나무계단이 박힌 바위의 긴 밧줄 구간을 지나

고도를 점점 내렸다

잡풀이 무성한 숲길로 내려 뒤돌아 보니 방금전 올랐던 구병산 정상이 또렷하다

높은 저 회색바위가 구병산이라니 천미터도 안되는 정상이 까마득하게만 보인다

위성기기국이 보이는 마을 입구까지 내려와 밭두렁에 있는 표지목에는 구병산이 1.8km라

적혀 있다

이쪽에서 올라갔다 반대편으로 하산했더라면 훨씬 편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관광단지 주차장 화장실은 물도 나오지 않고 주변에는 쉴만한 의자 하나 없어

청소하는 아저씨 어찌 이곳까지 왔냐는 물음답게 관광객이 찾아올성 싶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자연경관은 빼어나도 백대명산이나 하겠다는 일념으로 찾아오지

다시 가자하면 망설일게 뻔한 산이였다

무엇보다 하산길이 지랄 같았고 짧은 구간 밧줄 좀 잡았다고 다음날까지

어깨와 등짝이 뻐근하게 쑤시고 몸살기가 있어 피로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백대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1.가리산  (0) 2022.05.26
90.오대산  (0) 2022.05.19
88.천성산  (0) 2022.05.08
87.재약산  (0) 2022.04.29
86.주흘산  (0)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