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오대산

2022. 5. 19. 13:49백대명산

일시-2022년 5월18일 수요일 14/24 바람불다 비온뒤 맑음

 

살다보면 계획대로 살아지는게 아니라는걸 알게된다

오늘 일정은 되도록 적게 걸어 쉽고 빠르게 오대산 비로봉 정상만 찍고

하산하려 했으나 휴계소에 들른후 대장이 마이크를 드는 순간

코스 변경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들머리인 진고개에 열시가 되어 도착했다

진고개는 백두대간 하면서 여러번 왔다 갔어도 버스에서 내리면 한동안 방향감각을

잃어 어리둥절해지고 만다

이고개는 동대산과 노인봉을 사이에 두고 있다

비가 오려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댔다

오대산 국립공원은 우람한 산세만큼이나 크기도 커서 발빠른 일행들이 다녀올 코스도 다양하다 

노인봉만 찍고 내려와 진고개에서 상원사까지 산행버스로 이동해서 비로봉으로 가던지

아님 대간길로 진고개에서 동대산 차돌백이를 거쳐 신선목이 두로봉에서 상왕봉거쳐 비로봉으로 가던지

아님 진고개에서 동대산을 찍고 동피골로 내려와 선재길을 걸어 상원사에서 비로봉을 가던지

길은 여러갈래 오대산 비로봉만 찍으면 될것이라

함께 버스만 탔지 각자 알아서 산행이다

첫번째 코스 선택자들은 상원사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된다

절에 입장할것도 아니면서 통행세로는 너무 과한 요금인 성인 오천원을 받는데

남한에서는 가장 비싸단다

얼마전 사찰 통행세 발언으로 탈당될뻔했던 국회의원도 있었다

이는 합천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를 두고 한말인데 해인사가 통행세 받기 시작한 최초 사찰로

나도 가야산에서 신선처럼 놀다 하산후 해인사 후문으로 들어갔나 정문으로 나왔는데도

직원들이 쫒아와서 굳이 돈을 요구해 기분 상했던일이 생각난다

당 지도부 사과로 조용해졌지만 불자가 아닌 이상 통행세를 내야 절 땅을 밟을수 있다는걸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성 싶다

조계종 불교계가 들고 일어나 떼로 몰려 항의하는 스님들보니 무섭기까지 했었다

표를 의식해서 그런가 종교계가 뭉치면 정치도 꼼짝 못하는 세상이다

6번 지방도로 병안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버스나 택시로 상원사까지 이동하려던 계획은

없던일로 하고 동대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고개 탐방지원센터가 해발 950여미터 높은 고개라

동대산까지는 1.7km 오백여미터 고도를 올린다

이길은 짧으면서 가파르게 치고 올리는 백두대간길로

대관령에서 올라온 백두대간길은 진고개에서 한숨 돌렸다 동대산으로 치고 오르면 두로봉 점봉산을 거쳐

남설악으로 들어갈수가 있다

오후에 소나기 예보가 있었지만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지는 몰랐다

시원하다 못해 쌀쌀한감이 들어 무겁게 들고온 아이스 수건도 필요없을거 같다

일단 동대산으로 고고다

초반은 쉬운듯 하여도 점점 기운이 딸린다

그러고 보니 매번 버스에서 하차 하기전 마셨던 박카스를 그냥 들고와서 그런가보다

박카스를 마시고 다시 기운 차려 올라서는데 같은 코스로 간다던 대장은 보이지 않고

뒤 따르던 일행들 하나둘 모두 앞질러갔다

한시간만에 도착한 해발 고도 1433.5m 의 동대산에는 앞선 일행들이 모두 있었다

백두대간 인증은 이미 백프로 했지만 발도장을 또 찍고 인증샷을 남기고 정상석을 벗어났다

이곳에서 백두대간 종주팀은 차돌백이 방향으로 갈것이고 나는 동피골 방향으로 좌틀했다

동피골 입구까지는 2.7km 칠백여미터 고도를 내리는데 사람 흔적이 없는 오지길이다

가끔씩 나무계단과 흙길이 이어지고 

길은 어둡고 습해 습지 식물인 개고사리가 많았다

몇백년은 넘은듯 둥치 큰 나무들이 우람하여 햇빛 내려와도 그늘뿐이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점점 진해지는 나뭇잎들이 어찌나 싱그럽고 깨끗한지

숲에 청정공기를 뿜어댔다

얼레지와 은방울꽃 군락지를 지난다

길가에 핀 노랑붓꽃잎 위에 작은 벌레가 노닐고 미나리 냉이꽃이 하얀밥알처럼 탱글거렸다

낙엽송 아래 산죽밭에도 산죽꽃이 피었다

꽃과 벌레들이 놀고 있는 현장을 지나 동피골 입구에 다달아 오대산로로 내려왔다

월정사에서 6.5km 떨어지고 상원사까지 남은 거리는 2.5km이다

지도상에는 오대산로 흙길을 오분여 걸어가다 좌측 계곡을 건너 산사면을 치고 올라가면

오대산 정상으로 오를수 있는 비 법정탐방구간이라 그려져 있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지나간 발자국 흔적을 찾을수 없었다

할수 없이 선재길을 걸어 상원사까지 직행이다

천년 옛길인 선재길을 걸으면 깨달음과 치유를 한다는데 일부러라도 걸어야한다

선재길은 지혜를 구하기 위해 천하를 돌아다니며 오십삼명의 현인을 만나

결국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화엄경의 선재 동자에서 유래한 길이다

널찍한 암반위로 흐르는 맑은물이 선재길 옆으로 흐르고 울창한 나무가 길을 안내한다

바람이 몰고온 비가 내린다

비가 내려도 눈이 와도 밥때가 되면 허기져 갈수 없는게 산행이다

근육 많은 산꾼들은 산행중에는 음료와 물만 마시고도 하루종일 걷는다던데

나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미리미리 먹어 에너지를 만들어야 걸음도 걸어지니 말이다

선재길 쉼터의자에서 간단 점심을 먹고 배낭커버를 씌운채 길을 재촉했다

거의 경보수준으로 빠르게 걸어 화전민터를 지나고 상원사입구에 다달았다

이곳까지 차량으로 오는 사람들은 인적사항을 적고 입장료를 지불하고 있었지만

나처럼 선재길을 이어가는 사람은 그냥 통과했다

정상까지 3.5km 쉬었다 갈 시간이 없다

상원사 절구경은 원점회귀하는 하산길에 하기로 하고 곧장 중대 사자암쪽으로

간다

중대 사자암까지 아마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건지 곤도라 레일이 있었다

상원사 절입구에서 중대 사자암까지 삼십분 걸어 올라간다

오대산에 있는 다섯개의 암자중 하나로 월정사의 부속 암자인 중대 사자암은

해발고도 천미터위에 위치하여 경내는 아담하며

외관상으로 철쭉과 붉은 단풍나무가 곁에 있어 빼어난 경치를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부터 반듯한 석돌계단이 적멸보궁 끝까지 놓여있다

간격도 높이도 적당하여 오르기는 편했지만 몹시 지루한길이다

계단 양쪽에 몇미터 간격을 두고 구멍뚫린 키 작은 석탑이 나래비로 서 있는데

그곳에서 염불소리가 계속 나온다

작은 구멍에 뭐가 있나 들여다보니 소리나지 않은곳에는 전기줄이 있고

소리가 나는곳에는 스피커가 놓여 있었다

스님의 타령인지 염불인지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그칠줄 모르니 적멸보궁에 다달을때까지는 들어줘야 한다

용안수를 지나고도 좌측 계단을 올라서야 적멸보궁을 만날수 있다

풍수지리설로 용의 정수리 부분이라고 하는 적멸보궁

그것도 하산길에 구경하기로 한다

공원지킴이를 지나면서 오대산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거리상으론 짧은 거리 1.5km를 오백여미터 고도를 올려야해서

가파른 오르막이다

흙길과 돌길 계단길 위험하진 않아도 오전중 동대산 올랐다 내려와

오후에 다시 올라가려니 숨차고 심장도 힘들다고 꼭꼭 찔러댄다

이온음료를 마시며 천천히 올라가도 언젠가는 정상이다

숨을 몰아 정상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이고 일행 몇몇은 식사중이였다

조금전 비오던게 맞나 하늘은 화창하여 햇볕이 부서져 내리고 바람은 거셌다

사방팔방으로 바람날려 몸가누기도 버거워지니 발가락에 절로 힘이 주어진다

나뭇가지며 옷가지 머리카락이 바람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시원함이 피부 깊숙이 스며든다

이 맛에 죽을똥살똥 기다시피 올라왔나보다

지리 설악에 이어 세번째로 크고 넓은 산인 오대산은

평창군 홍천군 강릉시에 걸쳐있고 일대가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태백산맥에 속하는 고산 준령으로 주봉인 이곳 비로봉을 중심으로

서쪽에 호령봉 북동쪽에 상왕봉과 두로봉 동남쪽에 동대산이 오봉으로 솟아

다섯장의 연꽃 모습을 하고 있다하여 오대산 이름이 생겼다한다

봉우리 사이에 중대 사자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루암의 암자가 있다

지도상엔 해발고도 1565.3m로 정상석에는 1563m로 표기되어 있었다 

정상에서 멀리 점봉산과 설악산이 가까이에 노인봉과 동대산이 한눈에 보일텐데

바람때문에 정신을 못차리다 인증샷만 날리고 정상석을 벗어나 내려왔다

하산은 올라오던데로 곧장 가면 될것이다

십분쯤 내려와 등짝을 만져보니 아이스 수건이 사라졌다

몸이 데워질 염려 없는 오늘 같은날에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것을

등짝에다 밀착한 아이스 수건이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말았다

잃어버린건 괜찮다해도 청정자연을 오염시킨 죄책감이 커서

마침 올라가는 일행에게 주우면 들고 오란 부탁을 해두고 하산했는데

버스에서 돌려받은 기쁨은 컸다

오를때 숨가퍼 죽을것만 같던길도 내릴때는 쏜살같이 적멸보궁이다

막상 적멸보궁이라는곳에 올랐더니 작은 전각은 참배만 하는 공간이라

사리는 작은탑에 모셔져 있고 석가모니 사리를 봉안한 장소라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단다

오대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로 이곳 상원사를 비롯하여

설악의 봉정암 정선의 정암사 영월의 법흥사 양산의 통도사를 말한다

전각문은 굳게 닫혀 있고 햇빛이 날카롭게 찔로 눈을 뜰수가 없다

적멸보궁 전각에서는 랩만큼이나 빠른 염불을 들어야 했는데

사자암으로 내려오는내내 염불소리가 귓전을 때려 빨리 벗어나고만 싶다

중대사장암을 벗어나 상원사까지 숲길로 간다

1.1km 숲길은 시원하여 걷기 쉽다

원점회귀하여 상원사를 구경하고 주차장에 도착했다

월정사와 함께 신라 자장율사가 지었다는 상원사는 육이오 전쟁때도 불타지 않은 유일한 사찰이란다

오래된 경내가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너무 조용하여 절로 숙연해졌다

국보인 상원사 동종이 고풍스러웠다

같은 코스로 뒤따라 오라던 대장은 오전 산행 초입에서 봤을뿐 정상에서도 만나지 못했으니

아마 선재길만 왔다갔다 하다 하산했나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예정에도 없던 하루에 두산을 찍고

산 전체가 불교성지 같은 오대산에서 많은것을 보고 걸어

다른날보다 길게 느껴졌다

귀갓길 버스에서도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오랫동안 뒤에 맴도는것도 귀벌레 증후군인가

낫기는 어려워도 걸리기는 쉬운게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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