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내장산 93.백암산

2022. 6. 3. 14:38백대명산

일시-2022년 6월1일 수요일 17/29 맑음

코스-대가 저수지-내장산 신선봉(763m)-소둥근재-순창새재-백암산 상왕봉(741.2m)-사자봉 능선 사거리

      -백양사-내장산 국립공원 백암사무소-백양사 주차장

      14km를 6시간 걸림

 

지방 선거로 공휴일이 된날 산에 간다

이번에도 산악회버스를 이용하려니 어쩔수없이 하루에 두개의 명산을 연계하여 산행했다

그래도 저번주처럼 식어버린 근육을 다시 끌어올리는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경기 충청을 지나 전라도다

대가 저수지가 보이는 들머리에 다달았다

농로따라 등산로까지 걸어야는데 초여름 뙤얕볕이 온 대지로 내리쬐어 

걷기도 전에 몸은 따뜻해졌다

벌써 모내기철이 지난 논에는 모들이 심어져 있었다

논둑에도 뽀얀 흙먼지가 올라오는데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면 좋으련만

바란다고 모두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란걸 안다

봄 가뭄이 여름까지 이어지니 기우제라도 지내야할 모양이다

보통 내장산 단풍구경 가려면 계곡을 끼고 도로따라 길게 이어진 차량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오늘은 그럴 필요없다

피빛으로 울고 웃는 애기단풍이 많은 내장사에 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측에 저수지를 끼고 이어진 농로끝에 등산로 진입 시작이다

해발고도 삼백여미터 지점이다

이곳에서 1.3km떨어진 신선봉 정상까지는 사백여미터 고도만 올리면 될것이다

숲으로 들어서니 체감기온이 확 떨어져 시원해졌다

산길은 흙길과 쪼개진 작은 바위가 박힌 흙길로 완만하게 조금씩 고도를 올린다

육백여미터 지점의 전망바위에 올랐다

뒤돌아보니 대가 저수지를 품에 안은 산 너울이 초록으로 넘실댔다

진초록 산 아래 저수지 푸른 물과 작은 마을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제 겨우 일킬로 올라서서 널널하게 조망 감탄하기도 십삼킬로 남은 거리가 너무 길어

발길을 재촉했다

점점 오르막은 가파르게 치고 올라 드디어 내장산 정상 신선봉이다

시원한 반바지를 입어서 그런지 백대 명산 올라가는데 너무 쉽게 올라선것만 같다

앞선 일행들만 있는줄 알았더니 일행 서너명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 뒤를 쫒았다 내뺐다 한다

내장산은 노령산맥의 한줄기로 정읍 순창 장성에 걸쳐있어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험준한 편이지만 동남부 서남부 북서부 일대는 화강암류및 편마암류가 분포되어 있다

1971년 인근 백양사 지구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워질 정도로 가을철 단풍이 유명하며

지리산 월출산 천관산 능가산과 함께 호남의 오대 명산으로 손꼽는산이다

금선폭포 용수폭포 금선계곡 백암계곡등이

유명하다는데 하산할때 보니 백양 계곡물이 말라 바닥이 들어나 있었다

내장 육봉으로는 신선봉 서래봉 불출봉 연자봉 장군봉 문필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종주가 가능하나 두개나 인증하며 종주까지 하려면 개별 산행해야 할것이다

산 아래 단풍 터널 입구에는 선운사의 말사인 내장사가 있고

동구리 골짜기에는 임진왜란때 승병들이 쌓았다는 내장산성이 있다

내장산 이름은 원래 본사인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 불렀다가

산 안에  숨어 있는것이 무궁무진하다하여 내장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정상석은 옆으로 누워 있었다

길게 서 있는 정상석만 보다 마치 돌고래가 산위로 올라와 누운듯 새로웠다

정상석에는 해발고도 763m로 표기되어 있었다

산정상에는 헬기장과 너른 나무 평상이 설치 되어 있고 정상부는 너른편이다

조망은 우거진 나뭇잎들에 가려졌다

인증을 마치고 이온음료로 목을 축인뒤 아이스 수건을 목에 걸고 등에 차고

좌틀하여 호남정맥길 따라 백암산으로 간다

호남정맥은 한반도의 허리인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13개 정맥중 하나로

남한에는 아홉개의 정맥이 있다

정맥중에서도 낙동과 호남이 거리상으로도 멀뿐 아니라 길도 험하다고 선답자들은

말한다

몇년전 한북정맥을 하였는데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훼손된 정맥길은 아파트 사이 사이를

뚫고 걸어가야해서 의미를 못 찾았다

백대명산 백두대간 마치면 구정맥에 도전하는게 순서라지만

나는 정맥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호남정맥길은 장수의 주화산을 시작하여 내장산을 지나 전남 장흥으로 흘러

영산강과 섬진강을 갈라 광양 망덕산에서 끝나는 산줄기를 말한다

정상석을 벗어난 호남정맥길은 짧은 암릉과 돌멩이 흙이 번가라 있고 먼지가 폴폴 날렸다

헬기장을 지나고 신선봉 갈림길 삼거리다

까치봉까지는 금방이나 이곳에서 다시 좌틀하여 완만하게 소둥근재로 향한다

허기가 지기 시작하는걸 보니 배는 정확하게 점심때를 알린다

가던길에 돌멩이에 앉아 먹을것을 기다리는데 남편은 배낭을 열고 손만 허우적거린다

점심 먹을 샌드위치와 간식거리인 사과 한개 하산후 먹을 삶은 계란과 두유를 

몽땅 김치 냉장고에 넣어둔채 그냥 왔단다

십사킬로중 이제 겨우 사오킬로 갈길이 구만리인데 식량이 없으니

가다 굶어 죽게 생겼다

배낭에 잔뜩 가져온 물과 머리에 이고갈 얼음을 챙기느라 정작 먹을것은 빠트리고온 남편은

물과 커피만 있으면 십킬로는 갈수 있다며 동냥하지 말라는데

마침 뒤따르던 남자가 스쳐 지나 가길래 먹을것 좀 남으면 달라 할까,혼잣말을 알아들었나보다

아침에 휴계소에서 먹고 남은 모시떡을 한입 물고 있는데 앙꼬빵 한개를 건내고는

쌩쌩 가버렸다

벌써 포카리스웨이트 이온음료 오백씨시는 다 마시고 엠시티오일과

얼음물 오백 비상 간식인 호두와 사탕 몇알이 남았다

산속 오지에서 먹을것을 나눈다는것은 목숨을 나눈다는것이나 진배없이 어려운일이라는걸 알기에

고마움은 말할수 없었다

땅에서는 먹을것이 남아 돌아도 험난한 산중에서는 빵 한개도 나눠야 하고

남은 간식도 아껴야 한다

작은 바위길 사이로 바람이 살랑살랑 오르내림이 있어도 완만하여 숨차지 않는 길이다

낙엽송 아래 산죽들이 길을 안내하고 해발 430m 소둥근재에 다달았다

나무 그늘에 가려진 태양이 나뭇잎 사이 사이로 반짝 반짝 환해지다 어두워지다

길이 이리 쉽게 걸어지는데 안장된 추모비석을 보니 이곳을 지나다 숨을 거두웠나보다

허기사 죽으려면 접시물에도 코박고 죽는다는데 인명은 제천이다

이어 백여미터 고도를 올려 순창새재에 다달았다

산행시마다 꼴지를 못 면하여 이번에도 꼴찌겠거니 했더니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여자 산우가 뒤쫒아 온다

가다 쉬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걸보니 엄청 힘든가보다

점심은 먹고 가는거냐며 말을 건내고 이만저만 사정으로 굶주렸다니

대뜸 커다란 샌드위치를 통채로 꺼내 준다

다른날은 한개만 가져오는데 오늘은 두개나 가져와 안그래도 무거웠단다

오히려 다른날보다 먹는양이 많아졌다

그러길래 쉽게 죽으라는법은 없나보다

순창새재에서 백암산 정상까지는 이백사오십미터 고도를 올리면 될것이다

내장산 국립공원 백암지구로 들어서는중이다

오후 두시나 되었을까 산행시작한지 벌써 네시간이 되어간다

시간당 이킬로 오르는일도 버거운 한 낮중 제일 더운때가 되었다

백암산 오르는길은 정상을 앞두고 조금만 기운을 쓰면 그런대로 쉬운편이다

샌드위치 얻어먹은 여자 산우와 에네지젤 한봉씩 입에 넣었다

여름철에는 밥보다 물이 더 중요하다더니 그 산우에게 모자란 물을 보충해주고

나도 다른날보다 더 마시느라 물병은 점점 빈병이 되어가는중이다

드디어 해발고도 741.2m의 백암산 정상 상왕봉이다

백암산은 노령산맥에 속하며 전북 순창군과 전남 장성군의 경계에 있다

산 정상에는 상왕봉을 비롯하여 백학봉 사자봉등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있고

산기슭 아래에는 천년고찰 백양사가 자리잡고 있는 산이다

명산 두개를 너무 쉽게 인증하고 이제 하산할일만 남았다

하산길은 산악회에서 계획대로라면 도집봉을 찍는 호남정맥길을 좀 더 걸어야겠지만

나는 사자봉으로 방향을 틀어 능선삼거리에서 백암계곡길로 하산할 예정이다

해발고도 육백여미터 능선 삼거리에서 오백 사백 이어진 시멘트 임도따라

삼백 이백까지 고도를 내린다

약사암 백학봉 가는 삼거리까지 2.3km를 사십분도 안걸렸다

오백여미터 앞에 백양사가 보인다

절 구경 나선 관광객인듯 어느 봉우리를 찍고 오냐는 물음에 내장산에서 여섯시간째 걸어왔다 했더니

모두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본다

땀에 절은 행색이 이상한 여자로 보였나보다

절에 가면 철철 넘치는 물 바가지를 예상했는데 백양사는 수도 공사를 하는중이라

물은 커녕 화장실 사용도 안된다

절 입구에 사천왕문으로 들어서보니

백학봉이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는 절의 풍광이 빼어났다

백제무왕때 창건된 절은 백암사로 불리다가 정토사에서 백양사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환양선사가 염불을 하자 흰양들이 몰려오는 일이 자주 발생하여

백양사로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백양사에서 나와 비자나무가 빼곡한 등산로 입구를 지나

버스가 대기하는 주차장까지는 이키로 시멘트 도로를 걸어야 해서

부지런을 떨며 걸어내려오니 주어진 시간보다 무려 한시간이나 남는다

산행후 먹을 계란이 없어 산채 비빔밥을 먹을까 컵 라면을 먹을까 하다

기다리지 않고 먹을수 있는 컵라면을 먹는데 안그래도 데워진 몸에 뜨거운 국물을 넣었더니

열불이 나서 생각대로 먹지 못했다

누구는 봄 백악산 가을 내장산이라고 하고

누구는 겨울 백악산 가을 내장산이라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대로 의미를 더할테지만

내장산 줄기에 연결된 백암산 절경은 단풍철인 가을도 좋고 

백양과 백학과 백설의 삼백의 산인 백암산은 겨울이 최고일것 같다

 

 

 

 

'백대명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2.설악산  (0) 2022.06.16
94.대둔산  (0) 2022.06.12
91.가리산  (0) 2022.05.26
90.오대산  (0) 2022.05.19
89.구병산  (0) 2022.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