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6. 14:14ㆍ백대명산
일시-2022년 6월14일 화요일 10/23 흐리다 비옴
코스-오색분소-설악폭포-대청봉-설악폭포-오색분소-오색 주차장
10km+1km 5시간 40분 걸림
설악산 다녀온지도 벌써 사년만이다
학생때 수학여행 제외하고 제대로 산행한것은 이번으로 여섯번째 산행이 되겠다
지나온 산행기를 들쳐보니
2013년 6월 13일~14일 일박이일로 아들 동행 하여 한계령-대청봉-중청-천불동계곡으로 하산 20km
2015년 6월 8일~9일 일박이일로 한계령-대청봉-희운각-공룡능선-황철봉-미시령으로 하산 24km
2016년 10월 31일~11월1일 무박으로 오색분소-대청봉-화채봉-칠선봉-비룡교로 하산 14km
2018년 10월8일~9일 무박으로 오색-대청봉-중청-소청-희운각-공룡능선-오세암-영시암-백담사로 하산 20km
산이 워낙 크고 깊고 높고 힘든 산행이라 그런지
사진만 들쳐도 네번의 기억은 뚜렷하여 깊은 여운이 아마도 평생 잊혀지지 않을것 같은데
오색에서 대청봉 찍고 오색으로 내려왔던 한번은 블로거에 없는걸 보니 블로거 시작전인가보다
개별로 버스타고 오색까지 와서 분소옆 나무평상에서 김치를 반찬으로 밥 먹었던 기억만 뚜렷하고
분명 오긴 왔었는데 리뷰 없으니 가물가물 산행은 전혀 기억이 없다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산이라 경험이 있다해도 부담감이 컸다
죽을 고비를 두번이나 넘긴곳도 설악이다
조침령에서 점봉산 지나 한계령으로 하산하는 대간길에서 그날은 팔월 중순도 넘었는데
왜 국공이 한계령에서 지키고 있었는지 벌금이 무섭다며 국공을 피해 인제 계곡 산사면으로
하산했었다
정돈되지 않은 비탐지역은 많은 비로 인해 여기저기 산사면이 파여 계곡이 생기고
흙과 나무뿌리가 파헤쳐져 있었다
대장도 정확한 길을 모르고 일행들은 무조건 뒤쫒아 가고 답답한 날이였다
앞사람만 따라가기도 버거운 나도 다리심이 점점 빠지고 산사면 골을 넘다가 넘어지는 사고까지 났다
다행이 깊은 아래 계곡이 아니라 가까운 흙더미위에 배낭을 뒤집어 쓴채여서
천만다행 피는 났지만 가벼운 타박상에 그쳤다
허벅지 쥐까지 경험했던 그날 악몽이 오래갔다
그뒤 조금만 무리하면 헛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생겼다
무려 삼십킬로를 열네시간 걸었던날 영혼은 날라가고 빈 몸뚱아리만 살자고 발버둥친 기억으로
다시는 그 대장을 따라 나서질 않고 있다
또 한번은 비법정탐방구역인 화채봉으로 갔던 날이다
지금은 죽고 없는 남설악이 대간팀원들 사기진작과 동지친목 차원으로 진행했던 산행인데
비스듬한 커다란 화강암 바위덩어리를 아무런 줄도 없이 맨몸으로 건너는 모험을 하다니
간신히 발 딛을 홈은 파여 있어 몸에 균형만 잃지않는다면 떨어지진 않겠지만
까딱 잘못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뼈도 추리기 어려운 곳이다
이미 바위를 넘어 몇미터 앞에서 기다리는 일행들을 바라보고 죽을힘을 다해 넘어섰지만
다시 오면 이씨 성을 갈아 없겠다는 다짐을 한곳이다
한없이 넓고 높은 설악산에서 가라는곳도 다 못가보고 죽겠 생겼는데
왜 하필 가지 말라는곳을 다니면서 위험을 사서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그뒤 남설악은 심장마비로 진짜 남설악이 되고 말았으니
지금도 화채봉 어느 높은 바위벽을 타고 다니고 있을게다
몇개 안남은 백대명산 인증을 마치면 설악산이나 다닐까 했더니
무서웠던 기억들이 슬그머니 되살아나 갈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어제부터 비 예보로 여러명의 일행들이 빠진탓에 널널한 산행이 되겠고
정상에서 긴 인증줄로 기다리는 시간은 없을거 같다
오전 열시가 못되어 한계령이다
들머리가 한계령인 대장 포함 일행들 대부분이 하차하고 오색에서 출발할 나 포함 여섯명만 남아
오색으로 이동이다
몇번의 방문으로 익숙해진 풍광의 오색분소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하차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금방 그칠 비도 그렇다고 거세게 쏟아질 비도 아니다
배낭 커버만 뒤집어 쓰고 남설악 탐방 지원센터인 오색분소로 진입하여 남설악교를 건너
설악으로 들어섰다
오색분소는 해발고도 사백오십여미터
정상까지 무려 천이백오십여미터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온다
걱정했던 비는 맞을만하고 오히려 뜨거운 햇볕아래 걷기보다 나았다
고무 타이어를 얹은 계단과 흙길을 번가라 서서히 오르다가
돌계단이다
반듯하지 않은 돌계단이 계속 이어지고 경사도 가파르다
거친 숨이 토해 나올즈음 어김없이 쉼터가 나와 적절히 체력을 조절하면 될것이다
젊은 여자 두명은 발걸음이 가볍고 날씬하여 아가씨들인줄 알았더니 아기 엄마라는데
설악산이 처음이란다
초보 산꾼들이 올라가기에는 오색 오킬로가 부담스런 오르막인것을
초반에 너무 빠르다 싶더니 얼마가지 못하고 쉼터에서 쉬고 만다
해발 고도 칠백여미터에 있는 남설악 쉼터 6을 지났다
어느새 진초록으로 갈아입은 나뭇잎들은 빗물 머금고 검은빛을 띤다
운무속에 갇힌꼴로 백여미터를 더 올리니 오색쉼터 1을 지난다
빗물이 머리속으로 스며들어 정수리가 시원하니 온몸이 시원하고
몸은 오히려 가볍다
남들보다 발걸음이 느린 나는 쉼터가 나와도 쉬지 않는다
능선이 아니라 조망할것도 없고 그냥 주구장창 바닥만 보고 걸어 올라갔다
경험상 가파른 오르막은 네발 달린 동물처럼 허리를 숙인채 스틱을 짧게 잡고 오르면
훨씬 쉽다
너덜바위지대를 지나고 고도는 찰백 구백 구백오십이 넘어가자 조금씩 물소리다 들린다
부슬거리던 비는 그쳤다 조금 세찼다 반복하고 운무낀 산중에는 오고가는 산객
서너명 만날까 말까 적막강산이 따로없다
이어 설악폭포다
나뭇잎에 가려있어 물줄기가 잘 보이지 않더니 조금 가다보니 폭포물이 흐른다
그동안 가뭄이 얼마나 심했는지 산 아래는 바닥을 드러낸 계곡이 즐비하더니
비오는 오늘 같은날에도 폭포수량이 풍부하질 못한다
산행시작 한시간 삼십분 설악폭포를 벗어나고 대청봉까지 남은 거리는 이킬로
점심 시간 포함 한시간 삼십분이면 될것이다
설악폭포로 떨어지는 설악골 계곡에도 계곡물은 시원찮다
계곡위 철 계단을 건너고 길은 점점 운무속으로 들어가는데 그칠줄 모르던 가랑비는
어느새 옷속으로 스며들고 등산화도 젖어가고 있다
다행이 고어텍스 기능이 살아있어 신발속은 보송보송 몸과 머리는 시원시원
미끌거리는 바위만 조심하면 여름에는 우중산행이 나쁘지만 않은게 사실이다
국립공원 탐방은 오늘처럼 운무깔려 침침한 날에도 길은 넓고 표지판이 선명하여
알바할일 없고 비와 바람에 무섬증만 없다면 홀로 산행할만하다
천이백 고지를 넘었다
밥때가 지났다고 배는 알리는데 비는 그치지 않고
대간길 걸으면서 여러번 경험 했던대로 빗속에서도 먹어야간다
먹는다고 하기보다 입에 탄수화물 곡기를 넣어야 걸을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천사백 천오백 천오백오십 이제 거리 오백미터만 가면 정상이다
키 큰 낙엽송과 침엽수림으로 막혔던 산길이 점점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해야되는데 회색빛 안개속으로만 들어간다
산 아래에서는 이미 지고 없는 분홍 산철쭉이 아직 피어 있고 진보라 갈뀌나물꽃이
길을 안내하고 발 아래 돌길에는 밟아도 살아나는 질경이가 빗속에서 싱싱하다
정상까지 삼백미터 고지가 바로이다
정상에는 강풍이 불고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으니
안전장비와 보온의류를 챙겨 입으라는 안내문구가 바위벽에 붙어 있다
진짜 바람이 불어오고 체감기온이 떨어지고 있었다
드디어 정상이다
암석들이 맘대로 나뒹구는것 같아도 그들만의 체계대로 고정된 바위돌을 딛고
정상석에 닿았다
비오고 바람불고 춥고 어두운 날이여서 너른 정상이 전부 내 차지가 되었다
맑은날 같으면 정상석을 서로 차지하려 야단법석을 떨었을텐데
사람은 고사하고 새 한마리도 나타나지 않고 설악의 깊고 높은 대청봉이 쓸쓸하기만 하다
무려 십오분간 사진 놀이를 하였어도 마땅히 건질만한 사진이 없었으니
비를 탓할수 밖에 없다
비옷과 겉옷을 껴입고 힘겹게 올라선 등산객 한명에게 간신히 부탁해 사진을 찍었어도
명산 플랑카드 사진으로는 성에 안찬다
설악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니 외국인이라해도 한번 경험하면
웅장하고 기묘한 산세에 반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우리 산이다
설악산은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음력 팔월 한가위에 덭이기 시작하는 눈이
하지에 이르러야 녹는다하여 설악이란 이름이 붙었고
증보문헌비고에 의하면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덮이고 암석이 눈 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 이름을 짓게 되었다 전해진다
예전에는 설산 설봉산이라도도 불렀다
설악산은 태백산맥에 속하며 강원도 인제군 고성군 양양군 속초시에 걸쳐 있는 산이다
주봉인 해발고도 1708m의 대청봉을 중심으로 북쪽의 미시령과 남쪽의 점봉산을 잇는 주능선을 경계로
동쪽을 외설악 서쪽을 내설악이라 부른다
복동쪽의 화채봉과 서쪽의 귀때기청봉을 잇는 능선을 중심으로 남쪽은 남설악 북쪽은 북설악으로 나뉜다
내설악은 기암절벽과 깊은계곡이 많으며 백담사 수렴동 계곡 대승폭포 와룡폭포 옥녀탕등이 있고
외설악은 첨봉이 높이 솟아 있어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물이 계곡마다 폭포를 이루는데
울산바위 흔들바위 수십리의 천불동 계곡을 끼고 솟은 기암절벽과 비선대 비룡폭포 등이 유명하다
남서쪽 사면을 제외한 전 사면이 급경사를 이룬 설악산에는 내설악의 남부는 한계천이
북부에는 북천이 서쪽으로 흘어 북한강의 상류를 이룬다
산 정상부는 넓어 어디에 앉으나 서도 산과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데
빗물이 파편처럼 떨어지는 설악산 정상에서 바람불고 추워서 더 이상 머물수가 없다
올라 온자만 누릴수 있는 경치는 없었다
신이 빚은 하늘아래 산너울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고 말았으니 비와 구름말고 구경할것이없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어려운 정상석을 벗어나려면 밟았던 바위돌을 다시 딛고 내려서야한다
한계령에서부터 올라오는 일행들은 아직 보이지 않고
오색에서 뒤따르던 여자 네명도 올 기미가 없다
정상석을 벗어나 이제는 하산할일만 남았다
그동안 시원해서 좋았는데 우의도 바람막이도 챙겨입지 않했더니 손끝이 시럽다
몸에 열을 끌어 올리려면 부리나케 걸어야한다
올라올때 세시간 내려갈때 두시간 삼십분이면 족할것이고
오색으로 원점회귀할테니 고도를 올린만큼 계속 내리기만 하면 될것이다
열심이 걸어 내려오는데 음악소리와 함께 버스에서 만났던 아가씨 두명이 씩씩대며 정상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나머지 두명의 아줌마들은 어디쯤 올라오는지 슬슬 걱정이 된다
하산길에도 비는 보슬보슬 계속 내리고 있지만 추위도 가시고 발도 가볍다
설악골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아까보다 불었다
설악폭포를 지나자 우의 입은 두명의 아줌마들은 정상을 포기하고 하산중이란다
그러길래 초반에 쉴때부터 불안했었다
설악산은 쉽게 보면 탈이 나는 위험한 산이라 현명한 선택을 한거다
오색쉼터 즈음 다달을때는 오전에 초입에서 만났던 팔십먹은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느린 걸음으로 어디까지 가는지 그 높은 정상을 넘어간다는걸 보니
아마 중청과 소청 지나 봉정암 절에 가는 불자인지 싶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바위틈새에서 젓갈반찬으로 밥을 먹고 있다
자꾸 한입만 먹고 가라는 할머니 빗속에 무사히 도착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십년 칠십오세까지만 다리 부러지지 않는한 산 타다 죽으려고 맘먹었더니
큰 병 걸리지 않는다면 십오년 팔십까지는 산 타다 죽자로 계획을 변경 해야할것 같다
산 정상에서 산 아래로 바람이 끌고 밀고 두시간 삼십분만에
오색분소에 다달았다
설악 대청봉을 너무 쉽게 다녀왔다
비는 그쳤나 싶다가도 다시 내리기를 반복한다
오색 버스 주차장까지는 오색분소앞 삼거리에서 가운데 도로가로 내려오면 금방일것을
양양가는 도로가로 걸어 오느라 일킬로 조금 넘게 걸어 내려와야 했다
새로짓고 있는 버스 터미널 앞에 산악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보다 이십분 앞서 하산하여 매번 꼴등을 맡아놓던 내가 난생 처음 일등이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발빠른 일행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오랜만에 비오는 설악에서 시원하게 명산 하나를 다녀왔다
두번째 인증샷이라 어게인으로 등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