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30. 15:23ㆍ백대명산
일시-2022년 6월28일 화요일 25/31 맑음
코스-금강로-장선길 다리건너-장선골 산장-남고개-영국사-A코스 등산로 진입-바위 로프구간-전망대
-로프-전망대-75미터 암벽 로프구간 우회로-로프-우회로 합류-로프-삼거리-정상(714.2m)-삼거리
-헬기장-폐쇄된 B코스 삼거리에서 D코스로 진행-전망석-남고개-영국사-은행나무와 샘물지나-망탑봉과 고래바위
-진주폭포-천태산 계곡-버스 주차장
10.34km를 5시간 걸림
보름전 설악산 보다 힘들었다면 믿지 않을테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숨차고 힘들었다
백대명산을 하면서 한번도 거저 인증된일이 없었기에 각오는 되었었다
비 예보가 있어 시원할줄 알았더니 비는 커녕 구름도 없이
땡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도로 2.5km 걸어간뒤
산을 오르는게 만만치 않았다
산악회에서는 갈기산 다녀온뒤 차로 이동하여 천태산으로
하루에 두산을 인증하는 계획이라 하나는 포기하고 하나만 타려니
예정에도 없던 도로를 걸어야만 했다
버스는 지방도로 68번 갈기산 등산로 입구에서 일행을 풀어놓았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 지나온길을 뒤돌아 걸었다
차도만 있지 인도가 없는 지방도로는 커다란 트럭이 한번씩 지날때마다
오금이 저려 최대한 숨을 참아가며 가장자리로 붙어 쉬었다 다시 걷기를 반복하여
장선골 산장 안내판이 붙어 있는 장선길 다리를 건넜다
트럭도 지나다닐만한 시멘트 임도따라 완만하게 오른다
작은 트럭 지나가다 태워줄 요량으로 잠시 멈췄다가 목적지가 가깝다며 그냥 지나가고
응달이라곤 없는 도로는 산행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데
얼마나 더 가야할지 빨리 숲으로 들어가고 싶은맘뿐이다
길가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으며 걸어가 드디어 초록이 무성한 숲으로 들어섰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흐르는 산길을 지나 영국사 성곽 남문 유적지가 나온다
성곽은 사라지고 돌무더기 군데군데 흔적만 남아 있었다
디코스에서 하산하는 삼거리를 지나 남고개다
이곳에서 영국사까지는 0.9km 오르막 없이 구불구불 시원한 그늘막 숲길로 힐링길이다
작은 돌부처가 초록 잔디위에 앙증맞게 앉아 영국사에 들른걸 환영이라도 하듯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영국사는 하산하며 구경하기로 하고 곧 바로 에이코스 등산로로 진입했다
등산로는 나무 계단을 올라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표시판을 따라
정상까지 1300m 짧은 거리다
단풍나무와 낙엽송 숲길이고 초반길은 오를만했다
산행 시작 한시간 삼십분이 지나고 영국사로부터는 고작해야 이십여분
고도는 백미터도 못올린거 같은데 갑자기 바위벽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점심을 먹어야 기운내서 바위를 올라갈것이다
스무살은 안되어 보이고 고등학생쯤 되었을까 남학생 두명이 배낭 스틱도 없이
심지어 등산화 대신 운동화만 신고도 훌쩍훌쩍 바위를 뛰어 올라가고 있다
젊은거 하나만 믿고 저리 설치다가 큰코 다칠수 있을텐데 하여간 젊다는것은 좋은거다
에이코스는 바위 타는 짜릿한 쾌감을 보려는 사람들은 좋아할만한 코스라더니
바위타면 숨차고 체력 급감하는 나같은 이는 쾌감은 커녕 무섬증만 돌발하는 코스다
산 아래에서 보았을때도 아득했던 바위벽인가
진짜배기는 아직 나오지도 않했다는데
작은 로프 잡고 바위벽 옆으로 올라서면 긴 로프가 또 기다린다
산 아래에 많던 낙엽송보다 바위옆에는 침엽수인 소나무가 많고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로프 잡고 바위 올라타는건 다리심과 팔심 허리 온 몸이 긴장된다
비로소 올라서면 전망바위가 나오고 발 아래 영국사가 있다
고도로는 겨우 사백여미터 왔나 싶은데 또 긴 로프가 떡 버티고 있어
긴장을 놓을수가 없으니 오늘 제대로 바위맛을 보고 있다
다시 전망바위가 나오고 산골짜기 아래 오밀조밀 작은 마을과 주차장이 보인다
십여분 올라서면 말로도 듣지 못했던 75m 직벽로프구간이 나온다
추락사고가 빈번하니 일반등산객은 우회로로 가라는 경고문 안내판만 없었다면
아스팔트 도로를 안걸었다면 로프를 붙잡고 올라갔을것이다
경고문이 두군데나 크게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숨이차고 지쳐 있었고 우회로를 택했다
누구나 살면서 내가 부딪쳐 될일이 아니라고 미리 답을 정하고 포기할때가 많다
어렵거나 힘든건 시도조차 하지 않는게 그나마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는일이라며
길도 마찬가지다
여러 핑계로 우회로를 선택했지만 돌아내려서니 그곳에도 바위벽이 로프줄을 매달고
기다린다
오히려 돌아가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힘든것도 여전하고
그러나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이 보장되었으니 그보다 나은건 없을것이다
초록물결치는 산 너울을 바라보며 직벽구간에서 올라오는 지점과 합류하고
정상으로 고고다
정상이 다가오는지 사람소리 들리고 까악까악 까마귀 울어댄다
삼거리가 나오고 너른 안부에는 한무더기 산악회 일행들이 식사 중이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이백여미터만가면 드디어 천태산 정상이다
해발고도 714.2m의 천미터도 안되는 정상을 밟기가 이렇게 어려울줄이야
남들은 몇번째로 쉽다는데 암튼 막상 정상에 다달으니 나무들로 가려져 별 조망이 없다
바위위에 놓여진 정상석도 자연스런 돌이였다
충청북도 영동군에 위치한 천태산은 충북의 설악산이라고 불릴만큼 경관이 뛰어난 돌산이다
정상에 오르는길은 네가지 코스가 있는데 바위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암벽의 묘미를 즐길수 있다는 코스로
올라왔으니 힘들만도 하다
어찌되었든 정상에서 인증도 하고 쉬어가도 좋지만 산행중 밥 먹을때 볼일볼때 말고는
다리 펴고 쉬어본적이 없어 습관이 무섭지 오늘도 그냥 하산이다
왔던길을 뒤돌아 다시 삼거리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바뀌 되는 형국이라 삼거리에서 직진이다
점점 고도를 내려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삼거리다 이곳에서 영국사로 바로 하산할수 있는
위험한 비코스는 폐쇄 되었고 나는 안전하다는 디코스로 내려간다
하산길에도 끊임없이 감탄을 자아내게하는 풍경이 나온다
바위와 소나무 둘은 한쌍의 커플이다
영국사와 정상 딱 중간이라는 잠시 쉼터 전망석에는 한발 앞서간 남정네들이 앉아 떠날줄을 몰라
그냥 지나쳤다
이어 길은 점점 편안해지고 오전에 왔던 남고개다
그리곤 시코스와 디코스에서 하산하여 만나는 영국사로 재 진입 하였다
오래된 절이 크지도 화사하지도 않고 등산객 관광객 몇몇뿐 고요하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때 원각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신라 32대 효소왕이 신하를 거느리고 피난했도 고려 23대 고종때 국청사라 하였다
이후 고려 31대 공민왕때 원나라 홍건적이 개성까지 쳐들어오자 왕은 이곳으로 몸을 피했다
왕은 국태민안을 위해 기도하고 군위병들은 홍건적을 무찔러 개경이 수복되었다
그러자 왕이 기뻐하며 부처에 감사드리고 떠나며 나라가 평온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편안할 영자를 써서
영국사로 현판을 써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청소년들의 역사 교육의장으로 이용된다는 사찰에서는 일박이일 템플스테이가 무료라고 적여있다
작지만 보물이 네점이나 있는 절이다
영국사까지만 오면 산행을 마치고 이곳에서부터 1.8km 떨어진 주차장까지 도로 따라 가는줄 알았더니
산을 넘어야 갈수 있단다
영국사에서 에너지젤을 먹었기에 망정이지 더운날 산행이 너무 버겁다
절 마당을 내려 오다보면 천년을 살고도 건재한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를 만난다
이곳의 은행나무는 국가에 큰 난이 있을때면 울음을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보다 훨씬 풍성하고 건강해 보였다
샘물터를 지나 우측 산길로 들어서면 보물인 망탑과 상어 흔들바위가 나온다
혼자서도 흔들면 흔들린다는 설명과 다르게
상어같기도 고래같기도 한 바위위에 올라도 흔들거리진 않았다
망탑골에서 흘러 폭포 같지 않은 진주 폭포를 지나고 길은 점점 완만하여진다
이윽고 천태산계곡 안내석이 나오고 임도 따라 숲 지킴이 사무실을 지나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암릉산의 묘미에다 조망까지 덤으로 천태산은 어느시인이 말했듯이
산울림 소리 청아했다
이후에 천태산하면 뜨뜻하게 데워진 로프잡고 네발로 기었던 기억만 남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