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6. 15:38ㆍ백대명산
일시-2022년 5월25일 수요일 16/29 맑음
코스-(오전)공작현 주차장-공작산 정상(887m)-공작현 주차장
5.4km를 2시간25분 걸림
(오후)가리산 휴양림 주차장-강우 레이다 관측소-무쇠말재-가리산 정상(1054m)-무쇠말재-지리산 휴양림 주차장
7.6km를 3시간10분 걸림
일일 이산은 않겠다는 다짐이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개별 산행을 한다면 내 맘대로 가고 싶은곳만
다녀와도 야단칠 사람 없지만 산악버스를 이용하려면 규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백대 명산만 가고 싶지만 오전은 강원 20 챌린지 오후에 백대 명산이다
버스안에서는 먹는것은 물론 물도 마시지 마라 말도 하지마라
여름철에는 배낭 싣는것도 등산화 벗는것도 냄새 민폐여서
코로나 이후로 금지 되는것이 많아졌다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이동거리는 빨라 오전 열시도 못되어 들머리에 도착했다
406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해발고도 사백오십여미터 높이의 공작현 출발점 안내초소다
오전에 백명산 오후에 챌리지로 바꾸면 좋으련만
일단 대장이 가자는데로 가기로 한다
정상까지는 2.7km 그리 멀지 않은 거리 초반에는 산길도 흙길이라 편하다
오월도 막바지라 초록이 넘실대는 숲속 바람 한점에도 나뭇잎은 흔들렸다
빠르게 앞선 일행들을 모두 보내고 뒤쳐지는 나와 오십대 중반 아저씨 두세명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오르막에선 숨을 몰아 오른다
공작산은 정상까지 쭉 올랐다 하산시 쭉 내리는 산이 아니다
완만한 육산 봉우리들을 서너개 넘으면서 등산로는 이어졌자
낙엽송과 상수리 나뭇잎들은 햇볕 찬란한 하늘로 쭉쭉 뻗어 나갔다
군업리 삼거리를 지나고 시원시원한 전나무 숲 군락지도 지난다
수타사로 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길은 점점 가파라지고 바위길이다
대장을 비롯한 선두 그룹은 벌써 하산중이고 나는 그제서야 빌빌대며 올라서는데
정상을 앞두고 밧줄을 잡고 오르는 암릉을 올라서야 비로소 정상석을 만날수 있다
해발 887m 공작산은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과 동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뻗은 능선이 공작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라하여 공작산이라 불린다
주위에 응봉산 덕구산등이 솟아 있고 정상에서 홍천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데워진 몸의 열기로 제정신이 아니라
구경은 고사하고 어서 내려가고픈 맘 뿐이였다
정상에서 남쪽 능선 육키로 아래에는 천년고찰 수타사가 있고
노천리까지 이어지는 수타계곡은 갖가지 바위들과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다는데
빠르게 올랐다 빠르게 내려서야 하는 산악회 산행으로 모두 놓쳤다
비좁은 정상에 놓인 화강암 정상석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안 어울렸다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기운도 빠져가니 이러다 진짜 하려던 백대명산은 갈수나 있으려나
목구멍에서 뜨거운김이 올라온다
목과 등짝에 아이스 수건을 바짝 밀착하고 포카리스웨이트 이온음료 오백씨시를 거의
다 마셨다
바람이 살살 불어줘도 다른날보다 속도를 냈나 내 몸은 군불을 때는것만 같다
초반처럼 정상까지 육산으로만 되었다면 두시간 삼십분 시간도 남을텐데
정상에서 바위가 있을줄이야 햇볕 내리쬐는 암릉길은 에너지 소모가 훨씬 많다
세시간은 할애되어야 맘 편히 다녀올 공작산에서
발 빠르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간 모자라 서두르다 잘 못하면 다칠수도 있겠다
하산길은 원점회귀하여 빠르게 하산하고자 하여도 오르락 내리락이라
맘대로 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부리나케 내려오니 주어진 시간에서 오분 빠르다
점심때가 되었는데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안전산행을 강조해야지 시간약속만 강조한 대장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스트레스는 어쩔수 없는일이고 깐깐하여 싫은 사람은 다음엔 피하면 그만일것다
버스로 사십분 이동하여 가리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하려던 진짜 백대명산을 찾아 가야는데
이미 점심때가 지나 배는 허기지고 골이 띵한데 일행들은 쌩쌩 앞서 가버렸고
나를 포함 몇몇 꼴찌들만 뒤쳐졌다
휴양림 입장료가 있다는데 휴가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무임통과했다
강우 레이더 관측소를 알리는 표지석과 튼튼해 보이는 모노레일 아래로
시멘트 도로는 이어지다 숲으로 들어서는 등산로에 진입하여
본격적인 산행 시작점이다
등산로는 흙길이고 완만하여 걸을만 해도 밥을 못먹어 기진맥진 다리는 질질 끌려가는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거늘 가리산에 와서 무슨 영화를 보자고 죽을고생을 하는지
그 놈의 공작산 때문이다
거의 평지길이나 다름없는 완만한 등산로로 1.5km 삼십분쯤 걸어 합수곡 기점 삼거리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무쇠말재와 가삽고개 두갈래로 갈라졌다
오전중에 이온음료와 호두 몇알외엔 먹은것도 없는데 배는 공기가 차오르고
등짝과 허리에서는 왠 땀이 고이는지 기운 빠져 도저히 걸을수가 없다
평평한 바위돌을 찾아 배낭을 패대기치듯 벗어내고
점심으로 가져온 딸기잼 바른 식빵을 먹었다
운동중에는 즉각 반응이 오는 탄수화물이 최고라더니 먹으니 금세 살것만 같다
무쇠말재 가는길로 방향을 틀어 작은 계곡을 건너 등산로는 이어진다
시들거리는 이파리에 물주듯 엠시티 오일을 마시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초록초록한 나뭇잎 그늘 아래 등산로는 꾸준히 오른다
오르락 내리락 기운뺏던 공작산보다 차라리 꾸준히 오르는게 낫다
산꾼들의 발길을 쉬게 만드는 연리목도 지난다
연리목과 연리지를 많이 봤어도 참나무와 소나무 이렇게 종이 다른 두나무가 하나가 된것은 처음본다
바람이 살랑사랑 불어오는게 바람골인가 어느덧 무쇠말재다
휴양림에서 산길샘 지도상 2.6km 한시간만이다
표지목에는 2.3km 적여있고 정상거리는 아예 지워져 있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2km 능선 바람이 선선하여 데워졌던 몸과 땀이 식어 내린다
뜨거운 태양이 살갗을 태워도 바람만 불어준다면 여름산행도 지치지만은 않을텐데
암튼 여름날은 고역이다
점점 정상에 가까워지고 바위들이 보일즈음에 나무계단이 눈앞에 나타난다
예전에는 밧줄구간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까지 모두 계단이다
천미터 고지에다 계단을 만들었을 수고에 감탄을 하고 땡볕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오르는일도 보통이 아니다
오르는자만이 볼수 있다는 경치를 감상하러 아님 백대명산 인증삿 찍으러
죽을똥 살똥 숨을 몰아쉬는 지금은 아쉽게도 후자다
드디어 해발고도 1050.9m의 가리산 정상이다
예전에는 가래나무가 많아 가래산이라고도 불렀다하나 지금은 가래나무는 찾기 힘들고
활엽수인 참나무숲이 울창한 산이다
곡식이나 땔나무들을 차곡차곡 쌓아둔 더미같다고 하여 가리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는설도 있다
태백산맥 줄기인 내지산맥에 속하는 산으로 동서남북으로 여러 봉우리들이 솟아있다
대체로 육산이고 정상부근은 거친 암봉이다
정상 봉우리는 세개이나 이봉 삼봉은 포기하고 일봉만 만족하기로 한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해병대 가리산 전투비가 함께 서 있다
휴양림 주차장 마당에도 키 큰 해병대 전투비가 서있던데
이곳 가리산은 육이오 전쟁때 해병대와 북한군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곳이란다
홍천군과 춘천시에 걸쳐 있는 산이라 북으로 소양호가 푸르게 넘실거리는것을
정신은 어디로 떠나갔나 초록 능선도 푸른 물도 볼생각이 없다
갈길만 바빠 정상석을 벗어나 길게 올랐던 계단을 내려섰다
원점회귀하는 산길은 그저 쉽기만 하여 발이 저절로 빨라진다
남쪽 봉우리에 있는 기상 관측소에 물건들을 실어보낼때 쓰는 모노레일 밑을 다시 지나쳐
휴양림 주차장까지 오며 사과를 씹어 먹으며 걸어도
주어진 시간보다 이십분 여유는 있겠다
휴양림 안에는 산장과 레포츠 파크도 있다는데 백대명산 올랐다 내려오는 산꾼들에게는
관심밖이다
널널하게 몸과맘의 힐링차원이라면 산악버스는 타지 말아야한다
이 세상 모든것들은 각자의 존재 이유가 있듯 공작산도 가리산도 하나씩 즐겨야했다
두개의 산만 아니였담 너무 쉽게 올라 사방팔방으로 눈호사를 누렸을것을
저질체력을 탓할수밖에 없었던 공작산과 가리산 산행으로
한동안 산행후 사라졌던 두통과 헛배 불러오는 증상이 재발하여 이틀만에 치유되었다
아휴 백대 명산만 마치면 하루에 이곳저곳 두개 이상 인증산행은 하지 않을것이다
다녀왔던 희양산이 백명산에서 제외되면서 앞으로 가야할 산은 열개가 남았다
공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