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1. 22:23ㆍ백두대간
일시-2015년 12월22일 화요일 맑음
장소-백두대간 도솔봉 구간 남진
코스-죽령(689m)-샘터-흰봉산 삼거리-삼형제봉-도솔봉(1314.2m)-묘적봉(1148 m)-묘적령(1020m)-옥녀봉 휴양림
백두대간길 8.4km+접속구간 2km=10.4km를 5시간30분걸림
보부상들이 봇집을 둘러메고 하루종일 걸어도 도착하기 힘든 죽령 고갯마루에
서울을 떠난지 세시간만에 내렸다
그동안 걸었던 소백산의 비로봉 연화봉을 뒤로 한채
대간길은 죽령에서 시작한다
도솔봉 저수령쪽으로 방향을 틀어 오늘의 날머리인 묘적령을 찍고
옥녀봉 휴양림으로 내려가기 위해겨울 장비를 단단히 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해발 689m의 죽령은
영남과 호남을 갈라놓는 소백산맥에 있으며 소백산을 넘는 세개의 고개중
제일고개인 죽령 고갯길은 오르막30리 내리막30리로 가파르다
나머지 두개의 고갯길은 이미 걸어왔던 고갯길인 마구령과 고치령으로
소백산 동쪽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고즈넉한 고개이다
현지주민들이 메기재와 고치재라고 부른다
죽령은 문경새재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는 삼대 관문의
국토의 대동맥으로 현재는 죽령터널이 뚫려 중앙 고속도로가 다니고
고갯길로는 국도가 지나간다
예로부터 길손과 선비들이 넘나들던 길이었으며 아흔아홉구비의 고갯길을
각종 곡물과 상품을 수송하는 통로로 이용되어 왔다
신라 5대왕인 아달라왕5년(158년) 3월에 신라사람인 죽죽에 의해
열렸다.
백두대간 분수령에서 두번째로 열린 고갯길이고 첫번째 고갯길은
하늘재인 계립령이다
삼국시대에는 이 죽령은 하늘재와 더불어 고구려 신라와
싸움이 잦았던 곳이다
원래 신라땅이었으나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설화로 알려진 곳이다
고구려 평원왕의 딸인 평강공주와 혼인한 온달이 평원왕의 맞아들인 영양왕때
자청하여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서 죽령 이북의 계립현과 죽령 서쪽을
회복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달려왔으나
신라군과 싸우다 화살을 맞고 안타깝게 죽었다
군사 요충지로 지금도 단양군 영춘의 온달산성이 있다.
땅을 되찾지 못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였는지 죽은 온달의 관이 꿈쩍달싹 움직이지 않자
죽고사는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공주의 위로말을 듣고서야 관이 움직였다 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곧이 안 듣는 사람이 천지인데 콩을 팥이라 해도 곧이 듣는 온달은
죽어서도 공주를 잊지 못한 바보 맞다
학계에서는 서울 광나루의 아차산성 이라는 견해도 있으나
남한강 물줄기옆에 있는 온달산성쪽에 맘이 기울어진다
689m의 죽령 주막을 벗어나면 처음부터 계속 오르막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몰라도 매번 처음 오르막길이 가장 힘들다
십이월 날씨가 봄 날씨 마냥 따습고 바람 한점 없어 입고간 외투를
모두 벗어야 할 판이다
죽령에서 1.3m 오르막을 지나면 샘터가 나오고 좀더 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숨고르기를 한뒤 다시 발길을 제촉하여 샘터에서 2.1km떨어진 곳에 흰봉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흰봉산 갈림길(1291m)은 단양쪽 흰봉산으로 가는 갈림길로 백두대간 걷는 사람들이
자칫 잘못 내려간는 수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십일월 같은 산악회원이 목숨을 잃은 것도 아마 이부근에서
길을 잃고 헤매매다 조난 사고후 이틀만에 발견되었다
포근했던 날씨가 갑자기 변해 눈발이 내리고 기온이 급강했다는데
겨울 산행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실감이 났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사계절내내 낮은산이나 높은산이나 산은 무섭다
무서운 산을 왜 오르는지 영영 깨달음이 힘들거 같지만 건강해지는 느낌은
조금씩 알거 같다.
쌓인 낙엽아래로 응달진 땅은 얼어있어 아이젠을 꺼내 발에 찼다
흰봉산 갈림길에서 약간 내리막길로 접어들어 이정표를 지나서 삼형제봉에 다달았다
삼형제봉(1259m)에서부터는 솟구치는 암봉들이 눈에 띈다.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부드러운 소백의 육산에 뾰족뾰족 바위의 절경이
그림이다
전망바위가 가파른 절벽위로 솟아 파란하늘과 맞닿고 있고
뒤로는 지나온 소백의 둥근 능선과 앞에는 황장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히끗히끗 넘실거린다
오르락 내리락을 하다보니 어느덧 장차 부처가 될 보살들이 머물며 기도 정진한다는
도솔봉에 올랐다
도솔봉은 희봉산 삼거리에서 2.7km 거리이고 해발 1314.2m로
오늘의 최고봉이다
도솔은 이상세계 일명 지족천이니 족함을 안다는 뜻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일때 머물렀던 곳이고
미래불인 미륵보살이 지상으로 내려갈때를 기다리며
머물고 있는곳으로 도솔천은 현세가 아닌 미래를 위한 세계이다
불국토에 태어나고 미래불의 강림을 바라는 민초들의 비원은
현세의 고통이 심할수록 미륵불에 의존하게 된다
도솔봉 봉우리에 올라 하늘과 땅 모든 살아있는것들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하고
뒤돌아 걸었다
도솔봉 아래 헬기장을 지나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1186봉을 지나고
1149m의 묘적봉까지는 금세 내려온다
소백산의 전망대라 불릴만큼 조망이 뛰어난 구간인 삼형제봉 도솔봉 묘적봉을 지났는데
끝내주는 조망만큼 절벽이 가파라 발길 한번 삐끗하면 황천길이 바로여서
무서운 구간이다
700m를 더가서 묘적령이 나오고 대간길인 오늘구간을 마치면
남은 2km접속구간길만 걸어내려가면 된다
묘적령에서 사동리방향으로 대간길 걷는자들의 알바주의를 피해 고향치로
내려갔다
몇번의 나뉨구간으로 소백산 국립공원 백두대간 주요 봉우리인 국망봉 연화봉 죽령 도솔봉을
포함한 45.3km 구간을 이어갔다.
겨울산
영남 호남 강원 발길 닿는대로
굽이굽이 험한 준령 돌고 돌아
산 넘고 물 건너 휘돌아오니
벌써 계절은 추운 겨울인가 봅니다
아득히 텅 빈 하늘 아래로
붉은꽃 대신 하얀 꽃가루만 날립니다